전출처 : sooninara > 온라인상의 당신 자신을 근사하게 만들어라.

시험기간에 도덕 문제집을 풀다가(그때 아니면 언제 들춰보겠어)

'버지니아 셰어가 말한 네티켓의 원칙'이라는 걸 보고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서 오려놨었는데

잊고 있었다가 책상 앞에 꽂혀있는 걸 보고 읽어봤다.

 

1. 인간임을 기억하라

2. 실생활에서 적용된 것과 똑같은 기준과 행동을 고수하라.

3. 사이버 스페이스 어떤 곳에 현재 자신이 접속해 있는지를 알고, 그곳의 문화에 어울리게 행동하라.

4. 다른 사람의 시간을 존중하라.

5. 온라인상의 당신 자신을 근사하게 만들어라.

6. 전문적인 지식을 공유하라.

7. 논쟁은 절제된 감정하에 행하라.

8.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존중하라.

9. 당신의 권력을 남용하지 말라.

10. 다른 사람의 실수를 용서하라.

 

특히 5번에서 나는 도덕 문제집에 고마움까지 느꼈다.

나는 운이 참 좋다.

내가 뭔가 의문을 가지면 답이 나를 찾아서 오는 것 같다.

물론 내가 그 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도 있지만,

아무리 찾으려 해도 답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비해

나는 너무나 쉽게 답을 아는 것 같은 느낌이...

온라인 상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상호작용을 몇 년동안 해 오면서 

문득

내가 이 사람들에게 내보이고 있는 것은 나의 좋은 부분들만이 아닌가?

나의 뒤틀리고 비뚤어진 면을 이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이렇게 어두운 부분이 거세된 나를 인터넷 속에 만들어놓고 나는 어떤 자기만족감에 휩싸여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인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내가 이토록 열심히 쌓아놓은 온라인상의 방어막이 어떤 계기로든 무너뜨려진다면 나는 괜찮을까?

사람들이 실망하는 것을 나는 견딜 수 있을까?

그런 실망을 받다가도 조금만 안 보이면 잊혀지는 것을 나는 견딜 수 있을까?

어차피 이 곳에 평생토록 있지는 못 할 것이다, 그러면 잊혀지게 된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열심히 나의 단점을 난도질하는 수고를 하면서까지 여기에 붙어 있으려 할까? ...

버지니아 셰어가 무슨 의도로 온라인상의 자신을 근사하게 만들라고 했든,

내가 받아들인 방향에서 그 말은, 상당히 혼란스러웠던 내 머리를 말끔히 정리해줬다.

아무튼 나는 그냥 이렇게, 계속 근사한 부분만 내비치면서 있어도 괜찮은 거야.

고민해 오던 일을 누군가에게서 허락받은 것처럼 기뻤다.

그것이 일시적 안정일지라도 나는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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