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모든게 시들해져 버릴 때가 있다. 잘 하다가도 갑자기 하던 일들이 허망해지거나 머리가 이런 저런 생각들로 가득하다가도 갑자기 머리통이 텅~~비어버리는 것 같은 그런때가 말이다. 요즘이 그렇다. 모든게 시들하다. 촌스럽게 여행의 후유증인가? 아님 몸 컨디션이 별로라서 그런 건가? 꼭 써야한다는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안쓰면 나중에 아예 안써버리거나 몰아 써야 하는 부담감이 있는 이곳의 리뷰도 써지질 않고 컴퓨터 옆엔 읽었지만 아직 리뷰를 달지 않은 책은 한 권 두 권 쌓여가고 있다. 에혀~~~난 늘 이런 식인 경우가 많다. 그게 다 내 마음에 애정이 부족해서 일 것이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뜨시게 오래 타는 그런 불은 못 되는 인간인가부다. 그런 인간을 꿈 꾼적도 없지만...암튼 이렇게 시들해지는 모드로 진입하면 울적함이 같이 동반되므로 좀 지치는 것은 사실이다.
오늘은 결국 7년 가까이 미루고 미루던 병원엘 갔다. 7년전쯤인가?...내 심장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가만히 있는데도 지 맘대로 빨리 뛰다가 느려지다가 심지어는 한 두번 건너뛰고 뛴다던지...그럴때면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것 같고 답답하고 현기증도 나고 숨도 차다. 몇 번 EKG(심전도)를 찍어 봤는데 그런 부정맥 증상이 없을 때 검사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아는 의사들에게 여러차례 말해보니 모두들 운동부하 심검사와 24시간 심전도 검사를 해보면 부정맥인지 진단가능하다고 했다. 경한 경우는 그렇게 평생 별다른 치료 없이 살아도 무방하고 중한 경우는 심장마비나 실신등을 할 수 있는데 그런 경우는 수술을 해야한다고 했다. 수술을 하면 거의 완치라고 했다. 그러나 난 젊다는 이유하나만을 믿고 설마 내 심장이 저러다가 멈추는 일이야 있겠어?...싶은 맘에 그렇게 그렇게 계속 그 시기를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가 요즘 잦아지는 부정맥과 가슴 두근거림과 현기증에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 설마 그런 일이야 있겠냐만은 내가 이렇게 방치하다가 괜히 병을 키우거나 아님 재수 없게 심장마비라도 와 죽으면 너무 허망하다는 생각이 번뜩 스쳤다. 삶에 연연한다기 보다 적어도 난 지금 그런 식으로 갑자기 죽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내속 알맹이를 토해 낸 어린 성이는 또 어쩌고....암튼 그래서 미루고 미루던 병원엘 갔고 의사는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같은 이야기를 했고 일단 검사할 날을 예약하고 돌아왔다. 맥이 풀린다. 일단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그런 것을 하는 것 자체가 기분 아주 별로다. 내 몸인데 내 맘대로 안되고 내가 원하는 계획 그대로 컨트롤 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오만한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아주 기분 나쁘다. 난 아직은 고장 날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젠장!!
음....늦었다....책이나 보다가 자야겠다...뭔가 진정시킬 것이 필요하다. 그래 난 성질이 그렇게 고분고분하고 곱질 못하다. 그래서 난 나에게 지금 화가 나 있다. 그러나 가장 가깝다 못해 하나같은 내 몸에 내 영혼은 어떤 것도 못한다는 것이 더 갑갑하다. 아니 어쩜 이 순간도 내 영혼은 내 몸에 화를 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허약한 내 몸 어딘가를 집중공격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STOP!!멈춰!! 그딴 짓거리는 집어치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