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불과 며칠 사이에 나를 압도했다. 시골 서점에 있는 책을 모조리 섭렵했던 내가, 그래서 꽤나 거들먹거렸던 내가 그처럼 순식간에 압도당한 것은 그의 독특한 세상 보기 안목‘ 때문이었다. 미국의 차관을 많이 들여와야 미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우리 안보가 튼튼해진다‘, 공장을 지어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게 어떤 웅변보다도 애국하는 길이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사실상 나라를 좀먹는 존재다‘ 등등 내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 그는 특유의 싱거운 표정으로 샘솟듯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줬던 것이다. 어떤 때는 내가한참씩 궁리해야 비로소 말뜻을 알아들을 때가 허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