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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형이상학을 위한 기초 놓기 ㅣ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22
임마누엘 칸트 지음, 이원봉 옮김 / 책세상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저는 책세상 문고들을 좋게 보고 있습니다. 해당 전공자들이 번역하고 있어서 번역도 괜찮습니다. 아직도 시중에 나도는 영어에서 중역한 것들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책세상 문고들은 두껍지 않고 크기도 간편합니다. 단지 들고 다니기만 편한 것이 아니라, 해당 인물의 사상에 접근하려는 사람에게 부담감을 덜어줍니다....제가 광고하는 것처럼 되어버렸습니다만, 저는 그냥 철학 전공 학생일 뿐 출판사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칸트라고 하면, 흔히 순수이성비판을 생각하지만 그 책은 끝까지 독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 번 다 읽고 나서도...뭐..ㅡㅡ;.. 내용을 알았다고 말할 수 없는 고전이죠. 책세상 문고판에서는 이렇게 두껍고 어려운 책들을 서문/서론만 번역하고 번역자 겸 전공자가 해설을 달아주고 있어서 좋습니다. '도덕형이상학을 위한 기초놓기'와 같이 읽으시면 칸트의 인식론과 윤리학의 기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책들이 짧다고 우습게 볼 것은 결코 아닙니다. 서문 내지 서론에는 그 책 전체의 내용이 압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짧은 분량이지만 여러 번 읽으셔야 가닥이 잡히실 겁니다.
여기서 내용을 말씀드릴 수는 없구요, 간단히 문제의식만 말씀드리자면요.. 칸트가 살았던 근대에는 기존의 윤리의 기준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절대적인 윤리기준을 확립하고자 하였습니다. '하늘이나 땅 위에 매달리거나 의지할 것이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확고해야하는 것이다'(78쪽)
그러면,우리는 어디서 근거(기초놓기!)를 찾아야 할까요? 칸트는 말합니다. '세상 안에서뿐 아니라 세상 밖에서조차도 제한 없이 선하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은 오직 선한 의지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27쪽)
칸트의 체계는 거대한 고딕성당 같아서, 엄격하고도 확실하게 논의를 진행합니다. 칸트의 논변을 따라가기 쉽지 않지만, 구름잡는 식의 애매한 소리가 아니라 논리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오히려 해볼만 합니다.
칸트에 대한 참고서도 좋지만, 칸트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으면서도 부담되지 않는 분량이니만큼 꼭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철학 전공자들은 물론이고, 인문학의 소양을 쌓고자 하는 대학생, 일반인에게 강력추천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살아야 하는가? 고민하시는 분들, 칸트와 함께 고민해 보세요. 그리고, 비록 짧지만, 고전의 깊은 향을 느껴보세요..
저는 이 책을 윤리학 수업교재라서 산 것입니다만, 여러분에게도 추천합니다^^/
참고로, 움베르토 에코의 '무엇을 믿을 것인가?'도 추천합니다. 이 책도 무척 얇구요, 대화체로 되어 있어서 읽기 편합니다. 철학자와 가톨릭 추기경과의 대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