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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의 역사 ㅣ 살림지식총서 41
서정민 지음 / 살림 / 2003년 10월
평점 :
1.
살림 지식총서를 집어드는 분들은 그 책에서 심도 깊은 연구라기 보다는
그 주제에 대한 개략적인 서술 정도를 기대할 것이다.
이런 총서는 전문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해당 주제에 접근할 때
가장 부담없이 찾을 책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책의 경우 신자, 불신자를 불문하고 한국교회사에 관심있는 분들이 한국교회사를 만나는 문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안내하고, 관심사에 따른 다른 책들을 몇 가지 추천하려 한다.
2.
일단 이 책은 통사가 아니다. 이런 분량으로 쓸 때는 주제가 필요하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는 통사서술이 아닌 하나의 주제로서 기독교회와 민족 공동체의 만남과 갈등 그리고 상호연관이라고 하는 전체적 관계론에 중점을 두어 설명하였다"
이 책은 기독교라는 종교라기보다는 기독교 공동체를 문제삼고 있다. 기독교회가 민족공동체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지금까지 왔는가를 서술하려는 것이다. 특히 우리 민족이 겪어온 역사 속에서 어떠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역사상 대략의 큰 얼개는 서양 열강의 침투-일제 강점기-해방후 이어지는 독재시대라는 세 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그 내용은 목차와 같이 “한국기독교의 수용과 갈등ㅡ전환과 모색ㅡ저항과 굴절ㅡ분열과 성장ㅡ참여와 성숙”으로 정리되고 있다. 첫장의 예를 들자면 저자는 황사영 백서 사건을 본문까지 인용하며 부각시키고 있는데, 이는 이 사건이 서양 열강ㅡ한국의 천주교(박해상황)ㅡ민족공동체의 입장에 대한 극단적인 예이기 때문이다.
서정민 교수의 단순히 교회를 옹호하는 입장이 아니며, 오히려 상당히 강도 높게 비판하는 것들을 볼 수 있다. 다분히 민족주의적인 입장에서 말이다. 그는 “한국교회사의 지속적 관심과 과제는 ‘정치적 문제’였다.”고 하면서, 이제는 문화적인 측면으로 전환하여 ‘토착화’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지향점을 제시하며 글을 맺고 있다.
평을 하자면 길어져서 이렇게 내용 소개만 하고 넘어간다.
3.
이 책을 읽고 한국교회사에 관심이 생겼다면, 교회사 책으로는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에서 나온 “한국기독교의 역사1,2”를 추천한다. 초대한국기독교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듣고 싶다면 이덕주 교수의 “한국교회 처음이야기”를 읽어보아도 좋다. 동일 저자의 다른 책들도 좋다. 나는 동아시아 기독교의 관점(한중일)에서 한국교회사에 접근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서정민 교수의 “일본 기독교의 한국인식”이라는 연구서가 흥미롭다. 일본 기독교회가 한국교회를 어떻게 보았는지, 특히 한일합방, 3.1운동, 신사참배 등의 문제에서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등을 볼 수 있다. 더불어 일본 기독교사로는 사와 마사히코의 “일본 기독교사”(절판 아님)가 얇으면서도 아주 깔끔하다. 중국기독교사는 아주 잘 씌어진 책이 별로 없는 것 같지만, 김학관의 “중국 교회사”를 보면 중국 근현대 역사와 기독교사를 함께 읽을 수 있다. 김수진의 책들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원나라 이전의 기독교 동서교류사는 김호동의 "동방기독교와 동서문명"에서 아주 재미있게 펼쳐진다.
나가며..
"역사를 통해서 보면, 기독교는 오히려 낮은 자의 위치, 수난받는 자의 위치에서 역사적 역할을 감당할 때 본래의 정신에 맞는 기능을 다할 수 있었다."(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