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트렌드 - 세상의 룰을 바꾸는 특별한 1%의 법칙
마크 펜, 킨니 잘레스니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해냄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모든 사람을 위한 상품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 세상. 오타쿠가 희망인 시대가 온걸까

목차를 보고 매우 구미가 당겼지만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필요한 말은 다 하는 것 같다.

더 관심이 가는 부분은 그때 그때 찾아서 펼쳐보면 된다. 메인스트림에서 이제, 골목골목 특색있는 맛집이나 카페를 발견하는 기쁨정도랄까. 그리 획기적인 책은 아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루트와 코드 - 강정의 문화스펙트럼
강정 지음 / 샘터사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요즘 책장의 책들을 정리중이다. 그러다 한 뭉치의 종이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강정시인이 리브로에 있을 때 그 곳에 연재한 글들을 내가 한글문서로 옮겨와 인쇄해 놓은 것들이었다. 적절한 시점에 만났던 예견된 행동이었을까 <강정의 나쁜취향>은 얼마 후 사라졌다. 마치, 길을 가다 너무 맘에 드는 집이 있어 셔터를 마구 눌렀는데 본능적으로 다시 찾아가니 그 집이  감쪽같이 없는 듯 말이다. 그리고 그 때 찍은 사진들은 내 책장에 남아 있는 것이다.

아무튼 그것들을 읽으며 나는 또다른 방대한 미지의 들판을 발견했고 언제쯤 그만한 반열에 오를 수 있으련지 아득해졌다.

인터뷰, 책, 시와 음악, 영화, 칼럼_ 강정시인은 4천매 원고에 이르는 글 중 그나마(?) 흡족한 것을 묶어 '루트와 코드'라 명명했다. 내가 보기엔 루트에 가깝게 놓여 있는 글들을 바구니에 담은 것처럼 느껴진다. 후에 <나쁜취향>이라는 책이 나왔는데, 요 책 또한 그 궤를 같이 한다.

21세기는 멘토의 시대다. 멘토인줄 알았건만 빈 허수아비였고 위선자였고 찌들어버린 생활자일뿐이던 사람들에 실망할 무렵 책에서 위로를 찾곤 했었다. 지치고 지루한 갇힌 삶에 신선한 위로이자 일깨움을 선사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혼전야
산도르 마라이 지음, 강혜경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오래전 읽었던 책들을 다시 펼쳐 보다, 밑줄까지 그어가며 읽은 흔적을 찾게 되면 그 밑줄에 더욱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스물 아홉에 시작한 늦여름 같은 연애. 이 책을 읽은 건 스물 다섯즈음이었다.

그럼에도 밑줄이 가 있는 부분은 절망이니 신뢰니 하는 통상적이지만 의미심장한 단어를 머금고 있다.

단어가 품는 수 많은 균열들과 수 많은 뿌리들. 그 속에 흐르는 강물의 목소리. 단어 하나에 몇 시간이고 생각에 잠길 수 있다는 걸 알게된 것이다.

스물 다섯즈음의 내가 무얼안다고 이런 감동을 얻었던 걸까.

'안나 파체카스' 그녀의 남편인 의사'임레 그라이너' 그리고 이혼 전문 판사 '크리스토프 쾨뮈베스' 두 남자는 안나의 삶과 연결되어 있고 다시금 안나를 매개로 텁텁한 재회를 맞게 되는데...

마치 연륜있는 노부인 하나가 들어가있는 듯한 : ) 산도르마라이의 문장력을 다시금 감탄하게 되는 소설이다.

  

p.40_ 아버지의 큰 책상 서랍에서 검은 끈으로 묶은 메모 뭉치를 발견했다. 거기에는 두번째 아내와의 약혼 시절에 주고받았던 신뢰로 가득 찬 편지들이 들어 있었다. 갖가지 사소한 기록들 - 버려도 될 사소한 종이 쪽지 하나까지, 그녀와 관계된 모든 추억들이 들어 있었다. 아버지는 삶이 아버지에게 남긴 가장 아름답고도 쓰라린 흔적들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모아 검은 끈으로 묶어두었던 것이다.

p.43_ 그러나 그들 사이의 낯선 감정을 깨부술 진심 어린 대화는 누구의 입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이복 누이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모든 상황에 순응했다. 그녀는 조용하고 무심했으며 늘 삭막한 꿈에서 막 깨어난 사람 같았다. 결국 크리스토프는 진솔한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생에는 말로 표현하거나 해결될 수 없는 일들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45_ 내적 좌절을 경험한 뒤 깊이 상처입은 남자는 오로지 자기 방어와 엄격함, 근접할 수 없는 소극성 그 자체로 변해버렸다. 그러나 가면 뒤에 수년간 푸념도 희망도 보살핌도 없이 산산조각나버린 인생의 폐허 한가운데 욥처럼 홀로 앉아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심한 죄책감에 빠졌다.

p.116_ 한결같이 다정하게 웃고 있었지만 크리스토프는 그녀가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있다는 걸 알았다. 마치 다른 세계에 살면서 이곳에서는 그저 당연하게 그리고 기꺼이 자신의 의무를 수행하는 사람 같았다. 삶이 주는 것을 묵묵히 받아들일 뿐이었다.

p.151_  그가 그라이너 쪽으로 다가가 어색하고 뻣뻣하게 오른손을 내밀자 그라이너는 악수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그의 손을 재빨리 다시 놓았다. 마치 이런 순간에도 관습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p.151_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독특하고 정확한 진술

p.185_ 안나는 나의 그런 행동들을 모두 잘 참아줬어. 그러던 어느 날 내 행동이 모두 소용없는 짓이란 걸 깨닫게 됐네. 두 개의 세계가 나란히 공존하는데, 내가 뭘 어쩌겠나.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깔 있는 개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모든 방황을 끝낸 시점에 읽기 적당하다. 방황의 막바지에 읽어도 좋다

산도르마라이의 '존재론적' 소설들 중 가장 통쾌하고 펄떡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하긴 주인공이 한 성깔 지닌 개니까]

작가의 명민한 감수성과 탁월한 묘사력은 젊은 시절 에 이르러 물만난 한무리의 고기떼를 연상케 한다

추토라는 경멸에 가득 찬 표정으로 으르렁거린다. 네말이 옳을 지도 모르지. 신사는 추토라의 입마개를 벗기고 사슬을 푼 다음 맨 위 여덟번째 계단에서 자유롭게 놓아준다.

기회가 주어져도 정열을 마음껏 발산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의심. 추토라는 그러한 의심을 모른다. 추토라는 탐욕스럽게 숨을 헐떡이며 달려간다. 굴욕스런 삶의 오욕을 단 몇 초라도 잊으려는 듯 질주한다. 그러나 모든 무절제한 도취처럼 개의 열광에도 후회가 뒤따른다.  그 다음, 신사가 추토라에게 하는 말들이 압권이다.  

결국엔 뒤집지도 못할 거면서 우리는 삶 속에서 버둥댄다. 나 또한 그러했다

너처럼 열등한 존재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사실을 너는 나한테 깨우쳐주었어. 어쩌면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능력 이상의 인내와 관용이 필요한게 아닐까. 나는 한낱 개에 지나지 않는 너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했어...너한테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너 대신 다른 개를 기르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그 약속과는 다르게 [어쩌면, 당연히] 추토라를 떠나보내고 핀란드 스피츠 순종의 개를 키우며 신사는 그리움도 후회도 아닌 복잡한 자신의 감정을 발견한다. 마치 지나간 사랑을, 젊음을, 열정을 반추하듯이

온순,섬세하고 우아하기까지 한 그 개를 좋아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추토라와 신사는 젊음,사랑,열정에 대한 은유로 다가온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소설이다.

추토라를 생각하면, 그리운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마음이 저려온다. 신사는 추토라에 대한 우울한 기억이 온순하고 매력적인 킹 지미의 모든 장점보다 더 소중하지 않을까 은밀히 의심한다.

살아가면서 서서히 경험을 쌓고, 발을 헛디뎌 비틀거리고, 때로는 넘어지고, 실망을 대가로 배우면서, 우리가 보통 아름답고 선하고 고결한 것만이 아니라
억눌리고 완전하지 못하고 분노에 차 이를 갈며 싸우는 것, 풍습과 화의가 아니라 오점과 항의를 뜻하는 것도 사랑하는 걸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평일 오후. 카페에서 맛보는 브런치 같은 에세이였다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출간된지 4년이 지난 지금, 작가의 그 시절을 만났다

아기가 없기에 가능한 결혼초기의 잔잔한 선율을 타고

두 사람이 그리는 그림을 지켜본다. 도슨트는 작가 그녀다

삐쩍마른 회사원인 듯한 남편은, 집에 돌아오면 밥먹기가 무섭게 자버린다

그래서일까  '차분한' 부부는 '압도적인' 주말을 함께 한다

두 사람이 쌓아올린 몇 십년의 풍경을 가까이서 경험하며 맛보는(relish)

감정과 에피소드들이 말한다  결혼이란 이런거더군요

그 속엔 웃음도 있고 한숨도 있고, 평안도 있고 체념 또한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얄팍한 책자를 덮으며 소박한 욕심내지 바람내지 계획이 생겼다. 이러한 기록을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