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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와 코드 - 강정의 문화스펙트럼
강정 지음 / 샘터사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요즘 책장의 책들을 정리중이다. 그러다 한 뭉치의 종이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강정시인이 리브로에 있을 때 그 곳에 연재한 글들을 내가 한글문서로 옮겨와 인쇄해 놓은 것들이었다. 적절한 시점에 만났던 예견된 행동이었을까 <강정의 나쁜취향>은 얼마 후 사라졌다. 마치, 길을 가다 너무 맘에 드는 집이 있어 셔터를 마구 눌렀는데 본능적으로 다시 찾아가니 그 집이 감쪽같이 없는 듯 말이다. 그리고 그 때 찍은 사진들은 내 책장에 남아 있는 것이다.
아무튼 그것들을 읽으며 나는 또다른 방대한 미지의 들판을 발견했고 언제쯤 그만한 반열에 오를 수 있으련지 아득해졌다.
인터뷰, 책, 시와 음악, 영화, 칼럼_ 강정시인은 4천매 원고에 이르는 글 중 그나마(?) 흡족한 것을 묶어 '루트와 코드'라 명명했다. 내가 보기엔 루트에 가깝게 놓여 있는 글들을 바구니에 담은 것처럼 느껴진다. 후에 <나쁜취향>이라는 책이 나왔는데, 요 책 또한 그 궤를 같이 한다.
21세기는 멘토의 시대다. 멘토인줄 알았건만 빈 허수아비였고 위선자였고 찌들어버린 생활자일뿐이던 사람들에 실망할 무렵 책에서 위로를 찾곤 했었다. 지치고 지루한 갇힌 삶에 신선한 위로이자 일깨움을 선사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