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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빅데이터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 - 개인의 의료 기록은 어떻게 유통되어 누구의 이익이 되는가
애덤 태너 지음, 김재용.김주연.이희영 옮김 / 따비 / 2019년 5월
평점 :
이 책은 몸의 정보인 의료 데이터가 자본시장에서 어떻게 유통되고 있는지 밝히는 글이다. 의료 빅데이터를 통해서 인류의 건강 증진에 기여한 전기가 마련된다면 의료 데이터의 유통이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저자가 심도 있게 파헤친 주제, 즉 의료 데이터가 구축된 역사와 현재 상황을 살펴 가다 보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현실에 직면하게 되어서 모골이 송연해진다.
그 출발선상에는 아이엠에스 헬스(IMS Health)라는 의료 데이터 채굴기업이 있다. 저자는 이 기업이 광고대행사에서 태생했던 점을 드러내며 광고주인 제약회사에게서 광고를 따내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고 만들어졌다고 밝힌다. 이 과정에서 환자와 의사의 동의 없이 의료 데이터가 유통되었다. 나아가 환자의 건강증진을 위해 고안된 전산의무기록도 이익을 취하려는 이들의 대단히 공격적인 태도 앞에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가 실제 발생한 경우를 한 챕터에서 자세히 다뤘는데, 그 대상 국가가 슬프게도 바로 한국이다.
저자는 의료 빅테이터의 관리를 전적으로 자본 시장에 내버려 두는 현재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지적하며, 데이터 수집이 앞으로는 환자의 동의를 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저자의 희망이 실현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저자가 추적했던 데이터 채굴기업들은 데이터를 사고 파는 일에 관해서 함구해 오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외적 변화가 없이 스스로 나서서 환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극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외적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아이엠에스 헬스가 2014년 영국의 NHS 데이터를 위협적인 경쟁자로 인식했던 사례에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에 따라 사보험의 시장 규모가 달라지는 것처럼, 영국의 NHS 처럼 정부 산하 기관에 의료 빅데이터를 공적으로 관리할 센터 설립을 도모해볼 수 있지 않을까.
병원들이 전자 의무 기록을 도입하면서, 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업들은 더욱 큰 규모로 익명화된 환자 정보를 데이터 채굴기업들에게 팔게 되었다... 진료실에서 상담한 내밀한 내용을 상품화하는 문제는 공적인 논의를 거치지 않고 진행되었으며, 의사들조차 자신의 기록이 상품으로 팔린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관행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의미를 다시 시험대에 올려놓았으며,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대중적으로 알려진다면 의료에 대한 환자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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