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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묘약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 문예출판사 / 199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길지 않은 나의 인생의 가장 어두운 계절에 '아르투어 슈니츨러'를 만나게 되었다.
이 얇은 책 속의 첫 만남에서부터 그는 다짜고짜 내게 물었다. '너의 삶은 가치가 있는 것인가? 만약 그러하다면 너는 준엄한 이성 앞에서 확신할 수 있는가?' 자신만만하게 도전을 받아들였던 나는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자신감을 잃어갔다. 그 젊음만으로도 족함이 없던 나에게도 삶의 확신이 없었다. 그와의 심리 게임 안에서 나는 절반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미완의 패자였다.
<사랑의 묘약>의 한 단편에서 죽음의 사자는 세상에 남겨질 젊은 연인의 반쪽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만한 인간아! 어리석은 젊음이여.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네가 다시 나의 시야로 들어오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나는 다시 한번 너에게 묻겠다.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냐고.' 그때 너의 대답을 기다리겠다.'
'슈니츨러'의 세계는 가혹하리만큼 냉정하다. 그는 인간 내면의 허위의식과 오만을 그 누구보다도 효과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했다. 그의 앞에서는 아무리 순순한 감정의 소유자라도 가장 깊은 곳, 그의 영혼 속까지 '발가벗겨질' 뿐으로 느껴졌다. 그의 인간은 '본능적'이며 '보편적'인 사회, 개인적 '동물'이었으니까. 이점이 그를 그의 절친한 친구, '프로이트'와 한데 묶을 수 있는 특징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젊은 내게 그는 '인생을 즐기라!'라고 말해주려 한 것 같다. 하지만 그가 내게 말하려했던 '즐김'은 자아의 발견을 근거로 한 치열한 감성 게임인 것 같아 보인다. 미욱한 나로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영원한 숙제이다.
지금도 이 빼어난(따로 부연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는) 소설집에 등장하는 어리석은 한 마리 나비에게서 나는 투명한 거울 속에 비친 나를(그리고 모든 보편적 인간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 특히 프로이트 학파의 심리학 서적에 흥미를 가지고도 무거운 주제에 눌려 버리신 분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하지만 읽으신 후에 가슴속에 떠오르는 감상은 아마 가볍지 않으실 것이다. 그것이 저자가 이 작은 책을 통하여 독자에게 바란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