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부모의 탄생 - 공동체를 해치는 독이 든 사랑
김현수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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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대안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교육자인 저자 김현수가 어렵게 낸 책이다. 2023년, 교육계는 여러 굵직한 사건들을 마주했고, 그 과정에서 교사들이 모여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며 공감과 연대를 하게 되었다. 그 사건의 중심에, 괴물 부모가 있었다.


우리보다 먼저 괴물 부모 문제가 불거진 일본과 홍콩의 사례를 다루고, 우리나라의 사례들도 함께 다룬다. 최대한 덤덤하게 읽던 나는, 37페이지의 학부모 민원 사례를 읽으며 빠르게 뛰는 심박수를 제어하기 어려웠다. 영화 서울의 봄을 볼 때도 이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교사들에게 있어 잊을 수 없는 그날, 서울의 여름...


그저 단순히 분노하고 화를 삭이며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한, 교육을 어지럽히는 괴물 부모가 어디서 왔는지, 왜 나타나게 되었는지 그 근간을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러한 괴물 부모 밑에서 자라는 자녀들의 특징도 함께 다루고 있다.


2부에서 괴물 부모가 탄생하게 되는 이유의 서사가 너무 안타까우면서도 소름이 돋았다. 신도 메시아도 아닌 내 아이, 아이가 종교가 되어버리는 부모, 부부는 없고 아이만 남는 가정들을 보며 건강하지 못한 가정에서 문제가 기인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자식은 왕이다 파트는 인터넷에서 한참 화제가 된 왕의 DNA가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자녀를 아끼고 보호하려는 마음은 이해하고 존중하지만, 그 앞길에서 넘어지고 부딪히며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채 모든 방해물을 미리 제거하려고 노력하는 그들의 컬링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 과정에서 다른 가정의 아이들이 상처를 받고, 역시 다른 가정의 구성원인 교사 또한 병들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자녀는 제대로 된 성인으로 자랄 수 없음을 알게 된다면 그들 또한 그렇게 막무가내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런 부모들은 이런 생각, 이런 책을 읽을 생각을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슬퍼졌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마주했거나 언젠가 마주할 지 모르는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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