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
나카지마 교코 지음, 승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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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읽는 내내 마음이 짠했다.

제목 그대로 "어쩌다 대가족"이 되버린 가족 이야기.

독립했던 자식들이 하나, 둘 돌아오면서 어쩌다 다시 대가족이 되어버린 그들.

 

제목만 보고,

재미난 에피소드가 가득한 주말 드라마같은 내용일 거라 짐작했었드랬다.

1인 가구의 기하급수적 증가, 고독사가 익숙한 사회의 문제는 대가족이 해답이라 부르짖겠거니........

여겼드랬다.

그러나 나의 기대를 철저히 져버린 담백한 소설.

함께 있지만 하나가 아니었고, 하나같지만 제각각인 평범함을 이야기할 뿐,

이러저러 하라고 우리를 가르치지 않는다.

 

사업이 망해서 돌아온 큰 딸네 식구.

이혼과 임신을 동시에 떠안은 둘째 딸의 귀가.

누나 둘에게 가려져 늘 존재감이 없는 아들.

이들 삼남매의 부모.

치매 증상을 보이는 할머니까지.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 는 단순하게 재미있고, 재미없다의 문제를 넘어선다.

치매, 은둔형 외톨이, 이혼, 사업 실패, 청소년의 왕따, 힘들어도 힘들다 말할 수 없는 중년 이후의 삶......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우리네 삶이 고스란히 들어있기 때문.

재미있는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옆집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이해하게 되고, 내가 그 맘이라고 깊이 공감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늙어감"에 대한 고민이 많다.

남들은 늙으면 경제력이 문제일 거라 하지만 난, "외로움" 이 가장 큰 문제일 거라 여긴다.

늙음과 외로움의 교차점에서 해답은 대가족이 아닐까 고민하고 있었던 터라, 굉장히 진지하게 읽었던 책.

'어쩌다' 대가족이 되었기 때문인지 구성원 하나하나에게 닥친 문제를 힘을 합쳐 풀어낸다는 드라마틱한 뻥은 없다.

결국 각자의 문제는 각자 해결해 가지만 함께 밥을 먹고, 눈빛을 나누며 서로를 품어가고 있었다.

가족 안에서도 혼자였지만 결국 그들은 "함께" 였다.

 

대가족, 나도 조용히 꿈꾸며 실현시키기로 결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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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골목 여행 - 내 안의 예술적 감성을 자극한 유럽의 골목 풍경 그리고 사람들
서향 외 엮음 / 숲속여우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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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행에세이라고 보기보단 사진집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온통 사진과 짧은 이야기.

주기적으로 여행에세이를 읽는 나도 처음 접한 구성.

그렇지만 간절하게 원했던 책.

여행에세이에 말보다 사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쭈욱 하면서 바래왔던 바로 그 녀석이 '유럽 골목 여행'으로 등장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지 않는가.

주저리주저리 긴 이야기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말의 홍수, 여행에세이의 홍수지 않은가.

말과 글과 여행에세이의 홍수 속에서 유럽 골목 여행의 사진은 내게 글보다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올해로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지 꼭 20년이 되었다.

20년의 세월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머릿속의 유럽은 한결같다.

초여름의 이른 아침 공기의 흐름이 루마니아의 그 날 아침을 떠올리게 하고,

어깨가 시리도록 선선하게 비가 오는 날이면 추워서 어깨를 움츠리고 걸었던 오스트리아의 뒷골목이 떠오른다.

벽돌길만 보면 에펠탑을 찾아 헤매던 파리 뒷골목이 떠오르는  그런 것.

여행은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니라 오감으로 기억되고,

그래서 미처 생각을 막을 새도 없이 떠올라 여행에 대한 열망에 빠져들게 만든다.

 

나의 이런 여행 추억과 고스란히 맞물렸던 책.

책장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내 여행 앨범을 넘기는 그런 기분.

다시 20년 전 유럽으로 돌아가 그곳에 서 있는 그런 기분.

코끝이 찡해진다.

한 번도 여행을 떠나지 않았던 사람이 '유럽 골목 여행' 을 보며 여행이 가고싶단 생각이 들까는 모르겠다.

허나, 나처럼 유럽의 골목 여행을 해봤던 사람이라면 분명코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고픈 맘이 생기리라.

아니, 사진을 통해 그 자리, 그 시간으로 돌아갔다고 느끼리라.

감성여행이라는 것이 이런 걸까?

사진 하나가 사람 맘을 참으로 뒤숭숭하게 만드는구나.

함께 배낭여행을 갔던 친구에게 반드시 선물하겠다 맘 먹게 만든 책.

때만 되면 두고두고 꺼내어 다시 들춰볼 것이 확실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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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세대 - 상상력과 용기로 세상을 바꾸는 십대들 이야기 양철북 청소년 교양 5
김진아 외 지음, 참여연대 기획 / 양철북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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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사석에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양성의 인정에 대해 여기저기 떠들어대니 우리 시대의 화두가 오로지 이것 하나인 것만 같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 과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은 다르지 않을까?

인생 80년을 놓고 볼 때 가장 혈기 왕성하고 열정으로 똘똘 뭉쳐 있어야 할 시기를 10, 20대로 보는 나로서는,

이 시기를 나른하게 사는 젊음에게 "나른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싶지 않다.

실수도 인생의 자양분이 되는 시기, 실패가 곧 경험이 되는 시기, 마음만 먹으면 몸도 따라주는 시기(이게 가장 부럽다. 이젠 마음을 아무리 먹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ㅠㅠ 진정코 체력이 국력이다.)에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말이다.

 

 

책 "열정 세대"는 우리네 10대(간혹 20대도 등장한다만) 들의 이야기다.

학교 책상에서 대학 입시만을 위해 파고드는 10대가 아니라,

어른들도 하지 못하는 일을 겁없이 저지르는 열정의 10대 이야기다.

우리의 강을 직접 걸어보고 4대강 사업?을 반대하게 되고,

촛불 집회에 나와 밤새 물대포를 맞고,

학교를 그만두고 버마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열정의 세대 이야기다.

내게 주어지는 길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서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성춘향과 줄리엣이 전지구적 사랑을 나누던 때도 10대였다.

성춘향과 줄리엣의 사랑을 발랑 까졌다고 손가락질하지 않았다면 우리네 열정세대의 행동에도 절대 손가락질 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사랑을 인정했듯 우리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학교 책상에서만이 아니라 여러 방법으로 내 열정을 발산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므로,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해보련다.

 

 

이 나이에도 나의 10대를 돌아보며 여러가지 선택의 기회가 있었다면,

내가 가진 열정을 뿜어낼 무언가가 있었다면........ 이라는 아쉬움이 많이 밀려오게 만들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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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3
루이스 캐롤 지음, 김양미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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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비롯해 피노키오나 오즈의 마법사처럼 책으로는 본 적이 없으나 내가 읽었다고 착각하는 책들이 있다.

TV 만화를 통해서 접했거나, 영화를 통해 접했거나, 국어시간 시험 문제에서 접했거나......

그 어디선가 누군가에 의해 나도 모르게 접해버린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 중 하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진정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이야기.

기승전결 없고, 무슨 이야기인지 맥락 없고, 개연성 없고, 앨리스가 왜 이런 일을 겪는지 이해할 수도 없는 기막힌 이야기.

그런데 말이다.

제대로 읽으니 재미나다.

여전히, 앨리스가 왜 물병에 든 액체를 마시면 몸이 커지고, 밑도 끝도 없이 케잌을 먹으면 몸이 작아지는지 알 길은 없지만,

책을 쉽게 덮을 수는 없었다고 고백한다.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주던 것을 책으로 엮었다는 서문을 읽은 후 책을 보니,

맥락없이 이어지는 모험 이야기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도 된다.​

어떤 논술 교재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가지고 자아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더라만,

그거까지는 아니어도 앨리스가 겪는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경계없는 모험에 대한 상상이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린 것인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면 정말 이상해서 싫다고 도리질치더니 마음을 열고 다시 다가서자 고전으로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는 것이었다.

​상상과 모험, 그것을 토대로 함께 상상의 나라로 떠나면 그만이다.

의미를 부여하고 인과관계가 뚜렷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읽고 이상한 나라에서 가장 이상한 토끼나 공작부인, 여왕의 캐릭터에 대해 연구해도 재미날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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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 아저씨
네코마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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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빵 터졌다.

개가 되어 가는 아저씨라니.

 

공감 100% 이야기.

낮에 조용한 집에서 혼자 깔깔대며 읽다가 내 웃음소리에 내가 놀랐을 정도.

 

저녁에 '시바아저씨'의 주인공과 비슷한 연령의 44세 우리집 아저씨와 조촐한 술상을 마주하고 앉았다.

그가 차려 온 - 덜렁 소세지에 소주만 있는 술상을 받아드니

낮에 읽었던 '시바아저씨'의 소세지가 딱!!!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어쩜, 소세지 에피소드 하나마저 일상과 딱 들어맞는지 모르겠다.

한국과 일본의 아저씨가 국경을 초월해 소세지로 대동단결할 수 있단 사실도 충격적.

 

그리하여

"시바아저씨라는 책에 소세지 얘기가 나오는데 한 번 볼래?"

로 시작된 그의 음주독서.

책을 즐기지 않는 아저씨마저 술을 포기하고 앉은 자리에서 모두 읽어버렸다. ㅎㅎㅎ

 

숨 넘어가게 웃으며 읽게 된다.

40대 가장의 평범한(?) 이야기.

큰 사건 사고없이 지나가는 매일매일의 일상 이야기.​

그 소소한 일상을 통해 한 남자가 가장이 되고 시바아저씨가 되어 간다.

그것이 우리집과 너무 닮아 웃지 않고는 책장을 넘길 수 없다.

 

그런데 말이다.

책을 덮으면 맘이 짠하다.

그렁그렁 눈물도 맺힌다.

나이 들며 약해지고 소외되는 내 남편과 아버지의 모습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객관적으로 보일 때 전해지는 슬픔....... 말 그대로 "짠하다".

짠함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작가 네코마키는 내 스타일!!!!!!

 

시바아저씨를 읽은 후 쓰레기봉투 버리는 일은 한 번도 신랑에게 맡기지 않았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쓰레기봉투를 챙겨들고 출근하는 걸 보니,

이미 그도 충실한 시바아저씨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ㅠㅠ

 

 

만화라고 깔보지 마시길.

길고 긴 여운에 발목 잡히게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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