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중간의 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정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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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덕 중간의 집.

'종이달'의 가쿠다 미츠요 작가의 신간.

이미 종이달에서 한차례 경험했던 터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했다.

그래도 감당이 안되는군. ㅡㅡ;;



언덕 중간의 집이라니.

제목부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장편소설에 사건은 단 하나.

영유아 학대 사건으로 보이는 아이의 익사 사고가 있었고 그 재판에 재판원(보조)으로 그녀가 참석하게 된다.

전업주부로 육아에만 매달려 있던 그녀는 재판 참석을 위해 딸을 시댁에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한다.

이제 겨우 배변훈련이 되어가던 터에 할머니와  생활하게 되니 아이는 다시 원위치.

아이와 함께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집에 돌아와 식사 준비를 한다.

아이의 칭얼거림과 솟아나는 그녀의 짜증.


나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제대로 잘 하고 있는 것일까?

나만 빼고 모두들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모두 힘들다 말하지만 나처럼 힘든 사람은 없는 거 같고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사람이 없다.

왜 저 사람이 그런 말을 했을까?

내가 정말 이상한가?


숨이 막히고 답답해 보이지만 그녀는 이런 물음을 끝없이 던진다.

피고인에게 자신을 투영하면서 아이를 죽일 수 밖에 없었겠다는 인정도 하지 못하는 그녀.

속에서 피고인은 곧 내가 된다.


'육아'라는 것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으리라.

누가 건드리기만 하면 터질 수 있는 예민한 상황을.

선의로 내민 손이라 하더라도 내게는 폭력이 될 수 있음을.


가쿠다 미츠요.

여자의 일상적 감정선 묘사에 최고.

덕분에 책을 보는 내내 지치고 짜증나고 우울해서 혼났다. ㅡㅡ;;

'언덕 중간의 집' 의 의미에 대해선 생각할 여력도 남지 않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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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를 읽다 - 간서치 이덕무와 그의 벗들이 들려주는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내면 풍경
한정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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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얼출신 3인방.

유득공, 박제가, 이덕무.

이덕무가 남긴 족적은 어마어마했는데 유득공과 박제가에 비해 덜 알려진 이유는 무엇일까?

시조로 시작해 백과사전, 세시풍속, 기행문, 비평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 걸쳐 글을 남겼는데

그 글이 남의 다리 긁듯 하는 성리학 중심의 조선시대 글이 아니었기에 "조선 최고의 문장" 이라 불렀으리라.

그러나 '조선 최고의 문장'은 21세기 우리네가 하는 말이고

당시 이덕무의 문장은 인정받지 못했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군더더기나 관념적 어휘 없이 깔끔하니 최근에 쓰인 에세이같다.

특히 '갓'에 대해 쓴 글은 이걸 진지하게 쓴 것인지

해학을 담아 비꼬려고 쓴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로 간결하며 유쾌하다.

이러니 배워먹지 못한 글로 치부되었음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가난한 지식인.

신분의 벽에 막힌 것도 억울한데 책조차 맘대로 볼 수 없어 빌려 읽으며 지낸 날들.

책을 필사하고 그 책을 언제나 지니고 다니며 읽었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며 밤을 새워 책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역사에 기록되어 지금까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될 것을 알았을까?


얼마 전 '책을 만 권 읽으면 정말 사람이 달라질까?'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대답이 바로 "이덕무를 읽다" 안에 담겨 있었다.

이덕무는 독서를 통해

제대로 된 배움 안에서 내가 나아갈 방향을 찾았고 (중국의 시를 열심히 공부하여 우리만의 시 -진경 시-를 썼다)

작은 것이라도 내가 모르는 것을 배우면 기록하는 자세를 갖춰갔으며 ('벽제'의 유래를 듣고 적는다)

시대를 앞서는 통찰력을 지니게 되었다고 본다. (이덕무는 실용적 학문을 강조하는 북학파다)


책 두께에 압도당하기 쉽지만 어렵지 않다.

오히려 교과서에만 보았던 박지원, 박제가, 이익 등의 글을 접하며 18세기 조선 문화의 흐름이 한 눈에 보이는 경험을 했다.

이덕무의 매력에 풍덩, 더불어 박제가의 매력에도 빠져버린 시간.

지은이 한정주의 능력이 탁월하다는 생각도 끊임없이 했더랬다. ^^

한정주님 정도로 써주신다면 '지봉유설'도 '성호사설'도 이름만 외우는 것이 아니라 모두 읽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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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수업
치아(治我) 지음 / 책들의정원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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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은 아줌마지만 여전히 성(性)에 관련된 이야기는 낯설고 부끄럽다.

프랑스 사람들은 일주일에 몇 번 성관계를 갖는데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더라,

성(性)에 관한 이야기를 파트너와 많이 해라,

는 말은 교과서(?)에만 나오는 것이지 나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말이었다.

아니 왜!!!!!

누구는 편하고 자연스럽게 즐기는 일을

나는, 우리는 쉬쉬하는가!!!!!

억울하다.


저자도 성(性)이 아래로, 음지로 잠수타는 것은 사회적 분위기 탓이라고 말한다. 

깊이 공감한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교육을 시키고 싶다고 말하지만 나 자신이 이미 부끄러워 말 꺼내기가 어렵다.

책을 보는 동안에도 누가 이 책을 들여다보지나 않을까 두리번거리는 주제에 무엇을 어찌 당당하게 말하겠는가.

 

식욕, 수면욕과 함께 인간의 3대 본능 중 하나인 성욕에 관한 이야기.

관계수업이라고 해서 추상적인 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직적접인 "관계", 그 중에서도 성관계를 알려주는 관계수업이다.

말도 못하게 직접적이라 깜짝 놀랄 수 있다. ㅎㅎㅎ


재미로 읽을 책이 아닌데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재밌던 책.

책 늦게 읽기로 유명한 서방이 먼저 독파한 책.

성(性)을 배우는 청소년보다 성인에게 적극적으로 권하고프다.

내용을 직접 옮길 수도 없고........ ㅋㅋㅋㅋㅋ 


저자가 파워블로거라더니만 글도 맛깔나게 잘 쓰셨고만.

- p189. **에 그다지 도움이 되진 않지만 자신감 충전의 차원에서 음경을 크고 굵게 만드는 방법을 공유해보겠습니다.

- p209. 음낭을 그저 다리 사이에 덜렁덜렁 매달려 있어 축구 할 때나 달릴 때 거추장스러운 기관쯤으로 여기진 않으시나요? (남자들이 거추장스러워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이해하는데 한평생이 걸리는 거 맞나보다.)

- p218. "이렇게 해야 행복하다" 가 아니라 "이런 것을 조심하라" 라고 성교육을 받은 우리" (가장 공감했던 부분)

ㅍㅔ이지 한가득 글자가 들어있어 책값도 아깝지 않다. ㅋ

중간중간 전문적인 지식을 풀어 새로운 지식을 쌓아가는 기쁨도 있고.

마음에 쏙 들었던 관계수업.

요런 책, 꼭 읽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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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전쟁 - 내 냄비 속에 독이 들어 있다고?
주자네 셰퍼 지음, 마정현 옮김 / 알마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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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웰빙시대를 살고 있다.

비용을 더 치르더라도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고, 입고, 사용한다.

심지어 건강에 좋다면 덜 먹고, 덜 사용하고, 덜 입기까지 한다.

웰빙전쟁에서는 건강에 좋다는 것 중 음식에 대해, 그 중에서도 "프리(free)"  - 우리 식으로 하자면 "무(無)" - 로 표시되는 수많은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웰빙을 위한 우리의 삶을 전쟁이라 표현하고 있다.


 

먹거리에서 검출되는 수많은 유해물질은 세상이 화학물질 범벅으로 변했기 때문에 많아진 것이 아니라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많은 유해물질을 검출하는 능력이 탁월해진 것일 뿐.

호수에 각설탕 하나를 빠뜨려도 설탕의 농도를 알아낼 수 있는 세상 탓에 사람들이 예민해지고 있단다.


그뿐인가.

우유를 마시지 않고, 정제된 밀가루를 먹으며, 고기도 먹지 않는다고 말하는 음식 예민자(?)들이

오히려 뭔가 있는 식자처럼 보이는 사회 분위기가 사람들을 맘껏 먹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완전히 열광, 열광, 열광.

이제 뭔가 큰 걸 터뜨리겠군!!!!

이라고 기대를 했는데 결론은 이게 전부. ^^;;

말 그대로 "웰빙" 을 위해 채식을 하네 디톡스를 하네 글루텐프리 음식을 찾네....... 하면서 사람들은 전쟁 중이다 라고 전한다.


끊임없이 글루텐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글루텐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지 않는 불친절함에 맘이 상한 게 문제.

결국 글루텐을 모르는 무식자인 내가 찾았다. ㅡㅡ;;

내가 잘 모르는 이 글루텐이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모양인데 글루텐을 몰랐던 무식자가 알러지 반응에 대해 알겠는가.

건강한 먹거리에 큰 관심이 없었던 내가 건강염려증과 유난 떠는 음식 가림 현상을 배우게 되었던 책 "웰빙 전쟁".

작가의 마지막 말대로 감자튀김과 맥주가 내겐 최고.

지나치게 먹거리를 걱정하기보단 맛난 음식을 먹으며 행복하게 살아도 되겠다는 안도감을 얻으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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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인간학 - 비움으로써 채우는 천년의 지혜, 노자 도덕경
김종건 지음 / 다산북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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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다.

소설 형식을 빌어서 쉽고 편하게 쓰였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되 내용은 충실하게.

도덕경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아주 흡족한 구성. ㅎㅎㅎ


노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소설 위에 덧붙어 이해가 쏙쏙.

자의 인간학이라기보다 노자의 생활학이라고나 할까?

철학이 어려운 건 알쏭달쏭한 말을 반복한다는 느낌때문인데,

소설이 곁들여지니 일상 생활에서 어떻게 적용하는가를 볼 수 있어 쉽게 다가온다.

도덕경을 원문 그대로 옮겨 적되,

1장부터 차례대로 옮겨 적은 것은 것이 아니라 소설 전개에 따라 각 상황에 맞게 적으니 실천형 철학서가 되버린다.


하나.

노자가 이토록 생활 깊숙하게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내가 알고 있었던 무수한 이야기들이 알고보니 노자 어르신이 하신 말씀.

깊고 깊은 사색의 결과, 그 사색이 생활 속에서 이루어졌음이 그대로 전해지니 아주 인간적이라고나 할까. ㅎㅎㅎ


가볍고 편하게 노자를 접할 수 있는 좋은 책.

지난번 묵자와는 대조적.

중간치 책을 또 하나 찾아봐야겠다. ^^

노자의 인간학은 서평이나 독후감이 필요없음.

늘 옆에 두고 틈나는대로 읽는 책이지 감상이나 내 느낌을 적을 책이 아니다.



< 책 속의 한 줄 >

- 나는 억지로 힘을 써서 명상하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89쪽)

- 아이가 사탕에 집착하는 마음처럼 나도 사탕을 주지 않겠다는 마음에 집착했기 때문에 상황을 지혜롭게 넘기지 못한 것이다. (113쪽)

​- 예리하되 찌르지 않으며, 솔직하되 제멋대로 하지 않고, 빛나되 눈부시지 않다.​

- 다른 사람의 생각에 신경 쓰면 영원히 그 사람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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