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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를 읽다 - 간서치 이덕무와 그의 벗들이 들려주는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내면 풍경
한정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12월
평점 :
서얼출신 3인방.
유득공, 박제가, 이덕무.
이덕무가 남긴 족적은 어마어마했는데 유득공과 박제가에 비해 덜 알려진 이유는 무엇일까?
시조로 시작해 백과사전, 세시풍속, 기행문, 비평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 걸쳐 글을 남겼는데
그 글이 남의 다리 긁듯 하는 성리학 중심의 조선시대 글이 아니었기에 "조선 최고의 문장" 이라 불렀으리라.
그러나 '조선 최고의 문장'은 21세기 우리네가 하는 말이고
당시 이덕무의 문장은 인정받지 못했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군더더기나 관념적 어휘 없이 깔끔하니 최근에 쓰인 에세이같다.
특히 '갓'에 대해 쓴 글은 이걸 진지하게 쓴 것인지
해학을 담아 비꼬려고 쓴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로 간결하며 유쾌하다.
이러니 배워먹지 못한 글로 치부되었음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가난한 지식인.
신분의 벽에 막힌 것도 억울한데 책조차 맘대로 볼 수 없어 빌려 읽으며 지낸 날들.
책을 필사하고 그 책을 언제나 지니고 다니며 읽었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며 밤을 새워 책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역사에 기록되어 지금까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될 것을 알았을까?
얼마 전 '책을 만 권 읽으면 정말 사람이 달라질까?'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대답이 바로 "이덕무를 읽다" 안에 담겨 있었다.
이덕무는 독서를 통해
제대로 된 배움 안에서 내가 나아갈 방향을 찾았고 (중국의 시를 열심히 공부하여 우리만의 시 -진경 시-를 썼다)
작은 것이라도 내가 모르는 것을 배우면 기록하는 자세를 갖춰갔으며 ('벽제'의 유래를 듣고 적는다)
시대를 앞서는 통찰력을 지니게 되었다고 본다. (이덕무는 실용적 학문을 강조하는 북학파다)
책 두께에 압도당하기 쉽지만 어렵지 않다.
오히려 교과서에만 보았던 박지원, 박제가, 이익 등의 글을 접하며 18세기 조선 문화의 흐름이 한 눈에 보이는 경험을 했다.
이덕무의 매력에 풍덩, 더불어 박제가의 매력에도 빠져버린 시간.
지은이 한정주의 능력이 탁월하다는 생각도 끊임없이 했더랬다. ^^
한정주님 정도로 써주신다면 '지봉유설'도 '성호사설'도 이름만 외우는 것이 아니라 모두 읽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