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헤르만 헤세 지음, 추혜연 그림, 서유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고전 >

고전을 읽고 서평을 쓸 때마다 했던 얘기같다.

고전은 오래 전에 써서 고전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오랜 세월이 흘러도 거부감없이 읽히는 책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고전 중의 고전으로 불리는 데미안도 인간의 본성을 다루고 있다.

소년이 청년으로 자라 하나의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는데,

성장소설이라 불리는 책과 달리 인간의 내면을 심도있게 다루고 있어 쉽게 읽히지 않는다.


부모의 사랑과 보호 아래 안락했던 가정이란 울타리 밖, 거친 세상을 맞딱뜨린 싱클레어.

친구에게 돈을 빼앗기게 생겨 정신이 한 개도 없는데 그것도 모르고 아빠는 더러워진 운동화를 타박한다.

속된 말로 뭣이 중헌지 모르는 아빠..... 에 대한 묘한 경멸과 우월감을 느끼며 싱클레어는 아이의 모습을 벗기 시작한다.


이렇게 작은 에피소드와 그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는 방식이라면 데미안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지지 않았겠지.

싱클레어는 또래보다 성숙한 데미안을 만나 기존의 가치관에 끝없는 도전을 받는다.

동생을 죽여 성경에 인류 최초의 살인자로 기록된 '카인'에 대한 옹호, 심지어 자신들은 카인의 표를 달고 있다고까지 한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허용된 것'과 '금지된 것'은 기존의 세상과 가치관이 만든 것이지,

절대적인 허용과 절대적인 금지는 없으며

그 기준은 개인이 정해야 한다는 데미안의 생각에 싱클레어는 요동친다.




< 내용 >

새는 껍데기를 깨고 알에서 나올 때에야 새로운 세상을 맞을 수 있다는 유명한 말이 데미안에 나온다.

끊임없는 고민, 방황, 감사, 그리고 내게 깨달음을 안기는 사람들.

친구 데미안이 있었고, 맘에 품기만 했던 여인 베아트리체와 목사 피스토리우스, 뜬금포 크나우어까지.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싱클레어는 성숙한 사람이 되어가지만 과정이 순탄치 않다.

피스토리우스에게 큰 도움을 받고 위안을 얻지만 그의 진부함에 결국 상처주는 말을 던지듯이.

무심결에 고리타분하다 말하고 상처받은 그의 모습에 안절부절하지만 끝내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은 미성숙한 우리다.

미성숙해서 괴롭지만 괴로움을 딛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가는 소년의 이야기.


 

 


< 헤르만 헤세 >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를 읽으며 고생한 기억이 생생하다.

내 평생에 가장 힘들게 읽은 책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등장하는 책.

그런데 유리알 유희가 남긴 감동은 지워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깊은 여운.

이것이 고전을 읽는 묘미다.


데미안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진한 여운을 남기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견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한 여정,

세상이 정해준 틀을 깨고 나간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럽고 어려운지,

그럼에도 우린 온 맘을 다해 나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 데미안은 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장이 좋다.

간결하면서 핵심만 전달한다.

사건의 나열이 아닌, 상처받은 사람의 아픔을 전달하는 방식이 무척 좋다.


살인이 있었고 재판이 끝났다.

그렇게 믿고 살다가 진범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범인을 찾는 과정을 그렸으니 장르소설로 분류하는 게 맞겠지만

기존의 장르소설과 다르다.


뛰어난 가독성이 바탕이 되는데, 몰아치는 사건의 전개로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기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자식을 떠나보내고 가슴에 묻어가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줘

범인을 찾아 나서는 주인공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게 되

내가 이것들의 멱살을 직접 잡고픈 의지에 불타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다.


그래서 범인을 잡았을 때, 우린 희열을 느낄 수 있을까?

당신의 별이 이미 사라졌는데 별을 없앤 놈을 잡으면 무엇하랴.

진실을 알았고 정의가 구현되겠지만 해피엔딩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등장인물은 끊임없이 "만약에" 라는 가정을 하며 괴로워한다.

만약에 내가 시간을 바꾸지만 않았어도,

만약에 1분만 늦게 출발을 했어도,

만약에 내가 그 때 손을 잡아 끌었다면,

만약에 내가 당신의 외로움을 알아주었더라면,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남겨진 사람들.

"만약에" 라는 후회와 안타까움으로 평생을 살아갈 사람들의 고통.


나 역시 만약에.... 라는 가정을 해가며 읽었던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책을 덮으면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이 삶의 의지를 앗아간 밤이라는 사실에 한동안 멍하리라.

주변의 사람들을 더 아껴줘야겠단 생각이 몰려오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지와 편견의 세계사
헨드릭 빌렘 반 룬 지음, 김희숙.정보라 옮김 / 생각의길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제목이 있다.

서평 따위가 뭔 소용이 있나 싶도록 정직한 제목.

그런가하면 내용과 책 제목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책 읽는 내내 따져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무지와 편견의 세계사처럼.



무지와 편견의 세계사라고 하니 은근슬쩍 야사를 기대한다.

자애롭고 어질 것만 같았던 정조가 알고보니 고집불통 강성 왕이라더라...... 처럼,

나의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된 세계사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줄 거라 여겼다.

표지도 얼마나 이쁘냐 말이다.

최근에 가장 기대했던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러나 책을 시작하기 전에 알고 넘어갈 것이 있었다.

무지와 편견의 세계사 위에 쓰인 "관용과 광기에 관한 역사적 고찰".

이 책은 흔히 볼 수 있는 전반적인 세계사를 다루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해 유럽과 오리엔트라 불린 지역에 국한된 - 그것도 종교와 거기에서 파생된 출판, 철학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종교서적인가?

아니다, 주제는 "관용"이다.


유럽의 역사는 종교를 빼곤 할 말이 없다.

그리스와 로마의 다신교가 유일신을 믿는 유대교와 만나 역사가 바뀌고,

유대교는 기독교와 카톨릭이라는 또 다른 종교를 만들어(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내고,

종교가 정치 권력 위에 서며 벌어졌던 수많은 사건이 곧 그들의 역사니까.

저자는 그 속에서 '관용'과 '불관용'의 사례를 가려낸다.


기본적인 세계사 지식이 있어야 읽기 쉬울 듯.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서 인물의 역사적 위치를 잘 모른다면 이해하기 어렵겠다.

기본 지식을 갖췄다면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재미있게 볼 수 있겠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빅 커리어 - 업의 발견 업의 실행 업의 완성, 개정판
박상배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기계발서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스토리가 담겨 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성공했는지 말하고 '너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다.

빅 커리어 역시 사회적 성공을 중심으로 말하고 있다.

심지어 사회적 성공을 꿈꾸면 삶의 다른 부분은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보다 강한 어조를 띈다.

공공의 선을 추구하라느니 가정과의 균형을 맞추라는 식의 입에 발린 소리를 하지 않으니 가식적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구나.


출발부터 강한 어조였던 빅 커리어.

1인자가 되기 위한 조언이 아니라 내 경력을 관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내가 해야할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것들, 예를 들어 내 업무를 프로젝트화하는 방식 소개, 뇌 과학을 이용해 습관을 만드는 방법이나 스케줄러 정리 및 바인더를 이용한 관리처럼 사소한 부분까지 모두 알려준다.

너도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최면같은 것이 아니라 현재 내가 하는 일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꾸준하게 자기계발서를 읽었던 이유는 나태해진 나를 채찍질하기 위해서였다.

어렵고 힘든 시간을 견딘 후에 주목받는 1인자가 된 사람들을 통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주술같은 힘을 얻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빅 커리어는 다른 방향에서 접근한다.

성공한 '한 사람'이 되기보다 지금 하는 업무를 효율적이고 재미나게 할 수 있는 - 말 그대로 내 커리어를 관리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성공을 거머쥐게 됨을 보여준다.


책을 덮자마자 업무에 직접 적용하기 시작한 빅 커리어.

뒷부분에 저자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짐작되는 인물의 이름이 자주 등장한 것이 옥의 티.

그 사람 책을 읽었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플란드의 밤
올리비에 트뤽 지음, 김도연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책을 다 읽고나면 내 반응은 한결같다.

"재미있다"와 "재미없다".

재미있다는 다시 세 가지로 다시 분류가 가능하다.

(1) 완전 재미있다.

(2) 그냥 재미있다.

(3) 재미있는데...... 으음....... 흠........


라플란드의 밤은 이 중 (3)번 되겠다.


생소한 소재는 초반에 이목을 끌기 좋다.

북유럽 문화도 접할 기회가 적은데 유럽 최북단이라는 '라플란드'는 처음 듣는 지명.

거기에 사미족이라는 소수민족이 있다는데 이것이 소설 속 허구인지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몰라 찾아볼 정도.

순록치기로 힘겹게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시선을 잡아끈다.

사미족 전통 북이 사라지고 샤먼의 아들이었던 가난한 순록치기가 죽는 사건이 벌어지며 긴장감이 고조되는데........

사건 진행이 더디다.


살해당한 순록치기를 둘러싼 인물들 - 그 중심에 혼혈사미족 순록경찰이 있다.

인물들과의 얽히고 설킨 관계가 드러나고 1939년에 있었던 사건과의 연관성이 전부 밝혀지는 과정.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고 소수민족(민족만이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도 포함)이 겪었던 역사적 아픔과 그것이 지속되는 현재의 문제까지 지적하는 방대한 스케일.

하나의 인물, 하나의 사건에 촛점을 맞추기 어려우니 속도가 붙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처음부터 스릴러로 기대하지 않았다면 더 재미나게 읽었을 것 같다.

이 방대한 이야기를 스릴러로 풀어내서 23개 추리문학상을 수상했는지도 모르지만.


스릴러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게 만들었던 라플란드의 밤.

식민지배를 경험한 역사때문일까, 소수민족의 이야기는 왜 이리 쉽게 공감되고 화가 나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서구열강이라 불렸던 그들에 대한 분노가 이글이글. ㅡㅡ;;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