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달, 블루문 창비청소년문학 81
신운선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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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달, 블루문.

청소년문학.


믿고 보는 출판사가 있다.

창비는 나의 청년시절에 지녔던 상징성이라는 게 있어서 일단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비의 청소년문학을 즐기지 않았던 건, 쉽지 않아서였다.

이제 청소년이라 불리기 시작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게 읽으라고 던져주기엔 만만치 않은 이야기들.

뻔한 주제가 없고 뻔한 이야기가 없다.

두 번째 달, 블루문도 뻔한 내용이라고 치부하기 어려우면서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문제를 다룬다.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


첫 성경험 연령이 상당히 낮아졌다는 발표가 있었다.

나이의 기준을 뭘로 봐야하냐로 말이 많았지만 기준이 문제겠는가.

성경험을 한 아이들이 소수라지만 연령이 낮아졌다는 것이 문제고,

두 번째 달, 블루문의 수연이와 지호처럼 스스로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지.

그렇다면 두 번째 달, 블루문은 청소년의 성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할까?

교과서적이고 교훈적인 얘기를 기대하지 마시라.

차가운 현실과 한 생명이 버림받지 않도록 책임지려는 한 아이가 있을 뿐, 정답도 나아갈 방향도 없다.


학생의 신분을 벗고 사회로 첫 걸음을 내딛게 될 중요한 시기의 고등학생.

외로웠기 때문에,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가장 에너지 넘치는 시기이므로,

잘 몰라서,

거절할 수 없고,

피임을 요구할 수 없어서!!!!!

그래서 감당하게 된 임신.


낙태냐 출산이냐.

입양이냐 직접 양육이냐의 선택.

선택의 기로에 선 수연이를 보며

여학생에게 더 많은 짐을 지우는 현실에 화가 나고,

엄마의 길을 걷도록 지지해야 하는가, 자기 인생을 살도록 조언해야 하는가로 끝없이 고민하게 했던 책.


청소년이 아닌 나는 술술 읽힌다.

문학적 깊이보다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를 던져줘서 좋았던 책.

자녀와 함께 읽기 아주 좋은 책으로 추천.

성에 관해서만이 아니라 부모의 역할, 부모의 책임, 수연이나 지호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 등 이야기거리가 무궁무진했던,

두 번째 달, 블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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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의 인생상담 (20만부 판매기념 특별판)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김신회 옮김 / 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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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최고의 책을 꼽으라면 망설임없이 떠오르는 하나가 바로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보노보노라는 만화의 심오한 세계를 처음 접함과 동시에

중년의 삶에 적응해가는 과도기에 위로를 받았으니 시간이 지나도 잊지 못할 책이 되버림.


그리고 2018년, 다시 보노보노 책이 등장한다.

보노보노의 인생상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생각했던 그 책은 아니다. ^^;;

지난번 책이 김신회 작가의 에세이라면 이번엔 번역을 맡은 일본 책으로

사람들의 고민을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함께 풀어(?)가는 내용이다.


다양한 연령층의 다양한 고민거리들.

개복치를 키우고 싶다는 고민과 사람을 좋아하는 법을 묻는 질문은 어이가 없어서 질문자 신상을 찾아서 보게 된다.

나는 어이가 없는데 우리 보노보노 무리들은 열심히, 성심성의껏 답을 찾아주누나.

가장의 역할과 개인의 삶을 둘로 나눠서 살고픈 아버지의 고민은, 고민 자체가 심금을 울린다.

아무래도 내 또래의 사람들이 갖는 엇비슷한 고민이 더 진지하게 다가오는 모양.

청소년은 나와 정반대로 느낄 거라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난다.

세대별 고민의 방향이 다름....... 재미있다. ^^


보노보노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포로리는 본받을 점이 많은 듬직한 친구.

중간중간 등장하는 만화는 역쉬 최고!!!!

사람들의 고민이나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보단 보노보노라는 캐릭터에 흠뻑 빠져들게 만든 책.

세상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갖고 사는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면서,

콕 찝어낸 해결책이 아니라 함께 의논하고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 돋보이는 보노보노의 인생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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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우리를 기억해 - 아빠는 육아육묘 중
우지욱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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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우리를 기억해.

간만에 만나는 서정적 제목.

포토에세이라는 걸 미리 알지 못했다면 분명 시집이라 생각했겠다.

샛노란 표지가 시선을 잡아끄는 책.

첫인상이 아~주 맘에 들었어.


책을 보는 시기의 내 정신상태는 책에 대한 감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건 중 하나다.

활기차고 즐겁고 뭘 해도 신이 날 때 감성적 포토 에세이는 큰 감동을 주지 못하지만,

지금처럼 하루하루를 위태위태하게 보내는 시기엔 스치는 문장 하나에도 눈물이 주르륵 쏟아진다.

동물이라면 인사치례로도 이쁘다 소리가 잘 안나오는 사람이건만 책을 열자마자 등장하는 고양이 눈빛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퍽퍽한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오늘이 우리를 기억해는 젊은 남자 한 명이 고양이 한 마리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아내와 딸, 아들로 가족을 확대(?)해 가는,

소소한 일상이 담긴 사진집이다.

화려함도 없고 기똥찬 앵글도 없다.

드라마틱한 사건도 없고 재미있거나 화목해 보이기 위한 과장도 없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녀를 낳아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겪었을 하루와 감상이 담겨있을 뿐.


하루의 단상이 하나의 제목을 달고 쓰인다.

"엄마 맛있어요" 와 "덜 큰 아빠, 다 큰 딸" 을 읽으며 눈물이 질질.

"힐링" 이나 "위로", "응원" 같은 직접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힘을 주는 마법의 순간.

나도 덩달아 위로받고 힐링이 된다.


책을 펴면 순식간에 읽어버려서 아쉬운 책.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감에 자꾸 들춰보게 만드는 책, 오늘이 우리를 기억해.

나도 오늘을 기억해야 할텐데........

나의 하루를 조용히 돌아보며 책을 또 뒤적뒤적.......

참 좋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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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례 시간 - 수업이 모두 끝난 오후, 삶을 위한 진짜 수업
김권섭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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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만 12년.

긴 학창시절에 조례시간에 대한 애틋함이나 추억은 없다.

그 때도 아침 시간은 쥐약이었던 모양. ㅋ

그러나 종례시간에 대한 기억은 좀 다르다.

이제 집에 갈 거라는 기대감 때문일까?

기분 좋고 따뜻한 추억으로 자리잡아 담임선생님 얼굴까지 떠오르지 뭔가.

책 제목은 잘 짓고 볼 일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종례시간".

이미 책 좋다는 소문이 슬슬 돌고 있다.

좋다고 하니 기대는 되면서도 선생님이 종례시간에 아이들한테 해주는 말이 좋아봤자 얼마나 좋겠어.....

라는 의심이 자리잡는다.

삐딱선 기질. ㅡㅡ;;


젊은 감각은 아니다.

머리말에서도 이미 말씀(이 책을 읽고나니 존댓말이 쓰고 싶어진다) 하셔서 맘의 준비를 하고 봤음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연배.

느릿느릿 생각을 곱씹어 내뱉는 말투가 흡사 선비와도 같아 다시 한 번 책 표지의 사진을 찾아서 본다. ㅎㅎㅎ

그리고 공손한 어투.

모두 "~입니다" 체로 쓰였는데 실제 수업시간에도 존칭을 쓴다 하시는군.

이게 말이다.

가만히 읽다보면 이상하게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줘서 맘이 찡해지는 효과가 있다.

진중하고 공손한 어투로 애정을 담아 해주는 이야기란 느낌.

책임과 의무만 남는 어른이란 삶에서 잠시 벗어나 칭얼대고 어리광부려도 될 것만 같은 편안함을 맘껏 누린다.


편안한 가운데, 한자를 풀어서 설명하시는 내용이 참 좋았다.

바라봄과 들음에 대한 해석.

제대로 바라보고 제대로 듣기만 해도 세상은 큰 문제없이 굴러갈 거라 믿는데, 가장 기본적인 그것이 지켜지지 않으니.......

종례시간이 아니라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없는 말씀을 접근하기 쉽게 한자로 풀어주시니 이해가 쏙쏙.


단순 한자를 넘어서 공자님 맹자님 말씀도 많이 인용하심. ㅎㅎㅎ

말 그대로 공자 왈, 맹자 왈....... ㅎㅎㅎㅎㅎ

정신 바짝 차리고 읽지 않으면 잠시 당황할 수 있다.

만만히 보지 마시라, 이건 철학임.


종례시간에 하셨던 말씀이라 짧다.

2-3쪽 분량으로 압축된 인생지침서.

매일 밤 하루를 마무리하며 하나씩 읽고 자면 좋을 책.

분명 잔소리지만, 하나같이 피가 되고 살이 될 이야기들.


나는 참 좋았다.

나의 청소년 친구(?)에게도 선물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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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조 퀴넌 지음, 이세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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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진짜 이상얄딸꾸리한 책을 만났다.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광고일까?

이것이 제목이다. ㅋ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지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헥헥헥.

제목 말하다가 숨 넘어간다.


내용은 어떠하냐?

재미지다.

빌 브라이슨(시종일관 투덜대는 여행 에세이로 유명)과 박민규(자조적 유머코드)를 적절히 섞은 문체가 취향을 저격,

흠을 잡기 위해 노력해도 흠을 잡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문체만 취향 저격이 아니라 '책'을 대하는 태도 역시 너무 비슷해서, 맘에 드는 내용이 있는 페이지를 표시하다 지쳐

그냥 다시 읽기로 결정했을 정도.


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것도, (저자는 무려 30 권을 같이 읽기도 한다 함. 나는 새발의 피)

위대한 개츠비를 좋아하는 것도,

청소년에게 왜 재미없는 고전을 읽으라 강요하냐며 반발했던 맘이 슬그머니 가라앉고 있는 것도,

1991년 베스트셀러로 800만 부가 팔린 스티븐 호킹의 책은 8명 정도가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의견까지 같다.


'책' 이라는 것과 '독서' 행위 전반에 관한 전방위적 공격.

형편없는 책이 많은데 왜 도서관의 책은 알파벳 순으로 싸잡아 놓으며,

책 뒤에 말도 안되는 토론거리들은 왜 실어 놓는지 비판한다. (저자가 만든 토론 질문을 직접 봐야 한다. 이 사람 천재임. ㅋㅋㅋ)

나쁜 책은 그냥 나쁜 거지, 캐릭터나 사건이나 문체나 이딴 것들이 나쁜 게 아니라며 갸륵하게 판단할 가능성 자체를 차단한다.


외국판 독서 에세이.

우리나라 독서 에세이가 책을 하나씩 정해서 자신의 생각을 풀어가는 형태라면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은 저자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책이 무차별적으로 등장한다.

우리나라 독서 에세이가 좋았던 책을 긍정적으로 서술한다면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은 맘에 들지 않은 책이 더 많이 등장하는 느낌이다.

정정당당하게(?) 대놓고 욕하는 거, 재미있다. ^^


나는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

저자가 언급하는 책 중 모르는 것이 부지기수였지만 읽기에 장애가 될 정도는 아니었으나

고전을 많이 접하지 않았다면 웃음코드를 놓칠 수 있겠다.

'멸종 직전의 지구인'이란 표현을 쓴 것도 어쩌면 무거운 고전을 읽는 사람들을 겨냥한 것은 아닐까?

자신이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 이라고 생각된다면 읽어보시길. ^^

​나와 같은 취향이라면 후회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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