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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조 퀴넌 지음, 이세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진짜 이상얄딸꾸리한 책을
만났다.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광고일까?
이것이 제목이다.
ㅋ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지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헥헥헥.
제목 말하다가 숨 넘어간다.
내용은 어떠하냐?
재미지다.
빌 브라이슨(시종일관 투덜대는
여행 에세이로 유명)과 박민규(자조적 유머코드)를 적절히 섞은 문체가 취향을 저격,
흠을 잡기 위해 노력해도 흠을 잡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문체만 취향 저격이 아니라 '책'을
대하는 태도 역시 너무 비슷해서, 맘에 드는 내용이 있는 페이지를
표시하다 지쳐
그냥 다시 읽기로 결정했을 정도.
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것도, (저자는 무려 30 권을 같이 읽기도 한다 함. 나는 새발의 피)
위대한 개츠비를 좋아하는
것도,
청소년에게 왜 재미없는 고전을 읽으라
강요하냐며 반발했던 맘이 슬그머니 가라앉고 있는 것도,
1991년
베스트셀러로 800만 부가 팔린 스티븐 호킹의 책은 8명 정도가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의견까지 같다.
'책' 이라는 것과 '독서' 행위 전반에 관한 전방위적 공격.
형편없는 책이 많은데
왜 도서관의 책은 알파벳 순으로 싸잡아 놓으며,
책 뒤에 말도 안되는 토론거리들은 왜
실어 놓는지 비판한다. (저자가 만든 토론 질문을 직접 봐야 한다. 이 사람 천재임. ㅋㅋㅋ)
나쁜 책은 그냥 나쁜 거지,
캐릭터나 사건이나 문체나 이딴 것들이 나쁜 게 아니라며 갸륵하게 판단할 가능성 자체를
차단한다.
외국판 독서
에세이.
우리나라 독서 에세이가 책을 하나씩
정해서 자신의 생각을 풀어가는 형태라면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은 저자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책이 무차별적으로 등장한다.
우리나라 독서 에세이가 좋았던 책을
긍정적으로 서술한다면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은 맘에 들지 않은 책이 더 많이 등장하는 느낌이다.
정정당당하게(?) 대놓고 욕하는 거,
재미있다. ^^
나는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
저자가 언급하는 책
중 모르는 것이 부지기수였지만 읽기에 장애가 될 정도는
아니었으나
고전을 많이 접하지 않았다면
웃음코드를 놓칠 수 있겠다.
'멸종 직전의 지구인'이란 표현을 쓴
것도 어쩌면 무거운 고전을 읽는 사람들을 겨냥한 것은 아닐까?
자신이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 이라고 생각된다면 읽어보시길.
^^
나와 같은 취향이라면 후회없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