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왔구나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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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올 것이 오고 말았구나.

"자식 다 키워서 이제 한숨 돌리나 했더니, 앞으론 부모를 돌봐야 해."라는 구절이 가슴을 울리는 책, 결국 왔구나.



 

내가 좋아하는 영화 '카모메 식당'의 원작자 무레 요코의 작품.

카모메 식당과 비슷하다.

클라이막스 없는 잔잔하고 자잘한 일상.

저렇게 문단속을 철저히 하는 걸 보니 무슨 사건이 터지나보다,

형님이 갑자기 먹어대고 손을 놓는 걸 보니 저기가 문제인가보다,

라는 추측을 끌어내고 뭔가를 기대하게 만들지만 기대는 기대로 끝난다. ㅎㅎㅎ


그러니까 부모님께 효도해라 라던가

어려움은 함께 극복하는 것이야 라던가

노인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정부는 대책을 내놓아햐 하는 거 아니겠냐는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늙어서 누군가의 도움과 보살핌이 필요한 부모를 받아들이는 자식의 삶이 있을 뿐이다.

나는 아이들이 있으니 모실 수 없어, 니가 모셔,

요양병원은 대기자가 200-300 명이니 당분간은 집에서 모셔야 돼,

병원비는 나눠서 부담해야지,

한 번에 한 분씩만 아프길 바란다, 는 처절한 현실이 있을 뿐이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치매 엄마 이야기를 가슴 후벼파는 절절함으로 이야기했다면

무레 요코의 '결국 왔구나'는 올 것이 왔다는 체념과 받아들임의 덤덤함으로 이야기한다.

둘 다 재미로 읽을 책은 아니라는 거. ㅡㅡ;;


단편집이다.

모든 이야기가 아픈 부모와의 동거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끝난다.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없다면 굳이 암울한 미래를 들추기 싫다는 의도일까?

그래서 나도 맘이 편안해진다.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며 호들갑 떨지 말자.

주인공들도 하나같이 이야기한다, 그 때 일은 그 때 걱정하자고.


어차피 올 일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여야겠다는 맘의 평화를 선물한, 결국 왔구나.

내 부모의 늙음도 나의 늙음도 좀 더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힘.

아무 얘기도 안 하면서 평온함을 선물하는 무레 요코의 능력은 무조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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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서 77
마이클 콜린스 외 지음, 서미석 옮김 / 그림씨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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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책.

'독서'가 아니라 '책' 이라는 존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감격할 책.

불멸의 서 77.

인류가 낳은 불멸(내 기준과는 다를 수 있겠지만)의 책 77권을 소개하는데

소개하는 이 책 자체를 다시 '불멸의 서'에 포함시킬 수 있겠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진짜로!!!!!

책이 흉기가 될 수 있는 사이즈와 무게와

종이가 아니라 나무라고 의심될 정도의 양장 껍데기 파괴력.

28,000원에 이런 책을 만들어주시면 너무 감사한 거 아닙니까? ㅠㅠ




 

처음엔 불멸의 서로 간택된 책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작은 사진을 곁들어 소개하는 형식인가보다, 대수롭지 않게 페이지를 넘기다 코끝이 찡~

파피루스에 쓰인 글자를 이렇게 선명하고 확실하게 보게 되다니!!!!

박물관에서 인쇄물을 보면 시간의 흐름이 느껴져 사실감은 더하지만

유리벽 너머 장식품을 들여다보는 관망의 자세를 버리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건 손에 잡힐 듯, 방금 인쇄해 내 손에 들어온 것처럼 생생하니 소름이 돋는다. ㅠㅠ


 

인류가 만든 책이라는 게 처음엔 모두 필사였지 않은가.

책에 들어가는 그림도 당연히 직접 그렸고 채색도 사람이 일일이 다 했다는 건 상식.

그 상식이 충격으로 바뀌는 책들도 있다.

벼룩을 아래처럼 크게 그려버린 것.

그리고픈 크기대로 그려서 책에 접어 넣은 자신감과 열정, 측면, 정면 놓치지 않는 세밀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화려하게 색을 입힌 고서를 눈 앞에서 보는 영광도 누리지만

단순히 책의 겉 모양만, 높은 해상도의 사진으로 인쇄한 것이 아니다.

책(불멸의 서로 뽑힌)이 쓰인 시대 배경 설명은 물론, 책을 쓴 사람에 대한 소개, 책 내용까지 읽을거리도 탄탄하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채식가.

채식주의자인 그 채식가가 아니라 그림에 색을 입히는 일을 했던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채색가라 부르지 않고 채식가라 부르는구나........ 고개를 끄덕끄덕. ^^

배움엔 끝이 없구나. ㅎㅎㅎ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 이상한 나라 앨리스의 습작 과정도 등장한다.

좋아하는 가수 노래만 듣지 않고 콘서트 쫓아가는 마음이나

좋아하는 책 원본을 찾고 초기 인쇄본을 구하고 그러는 마음이 매한가지.

저자가 사망하니 새로운 창작품이 아니라 그들의 손때 묻은 것에 맘이 가는 것.

 

 


이상한 나라 앨리스는 좋아하는 책도 아닌데 괜시리 가슴이 뭉클하다.

앨리스의 모델이었던 소녀 사진까지 보니 없던 애정까지 생겨날 지경. ^^;;



 

책을 받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렸다.

흥분을 감추지 못해 책 좀 본다는 사람에게 거품물고 이야기했는데 별 감흥이 없더라. ㅡㅡ;;

책 자체를 좋아하는 것과 독서를 좋아하는 것은 다른 모양이다.


이 책 전부를 사진 찍어서 올리고팠던 역대급 감격의 책, 불멸의 서 77.

가보로 물려줄 계획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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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 - 4차 산업형 인재로 키우는 스탠퍼드식 창업교육
이민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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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간만에 읽는 자녀교육서.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 (제목 길다. ㅡㅡ;;)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는 지금 내게 꼭 필요했던 이야기.


대한민국의 부모라면 누구나 비슷한 고민을 하리라 믿는다.

아이가 어느 대학에 가고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나에 관한 걱정 아닌 걱정.

아이에게 의사가 되라, 변호사가 되라 꿈을 강요하는 부모가 문제라고 하지만

부모가 자식의 미래에 대해 감을 잡지 못하는 상황도 긍정적이진 않다.

아이도 부모도 방향은 없고 뭔지 모를 불안감에 학교 공부부터 잘 하고 있으라며 성적 채근이 시작되는 지점이니.


나 역시 아이가 중학교 입학을 앞두니 정체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 '공부하라'는 말을 입에 달기 시작하더라.

뭘 위해 공부해야 하는가,

자기만 아는 진상 또라이 어른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려면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시련에 무너지지 않는 성숙하고 독립적인 인격체로 성장하고 있는가,

하는 고민 앞에 희미한 방향등이 필요했다.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의 저자는 스탠퍼드 대학의 교육방식을 강조한다.

기업가처럼 생각하고 기업가처럼 행동하라고.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자세를 키우면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눈 앞의 이익만 보지 말고 더 큰 세계를 보라고 말한다.

힐튼 호텔을 누르고 숙박산업 1위를 차지한 에어비엔비,

좋은 아이디어와 프로그램을 갖고도 세계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싸이월드,

혁신적 사고방식으로 세계 최고 기업이 된 구글 등을 예로 들며

4차 산업형 인재가 되어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실제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저자의 의견에 100% 공감.

강의 중 엎드려 자는 고등학생을 보며 그래도 다른 데 안 가고 학교에 오니 다행이라고 여기는 엄마의 마음과

입학설명회에서 자기 소개로 질문을 시작하는 딸의 남다름을 알아보는 모습에 작은 신뢰가 생겨난다.

우리 아이들 모두가 어떻게 창업가가 되겠는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직업 만큼, 더 많은 직업을 만들어내야 하기에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창조하는 기업가 정신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다가온 책.

실제 스탠퍼드 교육 방식인 디자인씽킹 놀이(?)도 소개하니 함께 하면 유용하겠다.

아이보단 함께 하는 엄마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지만. ㅎㅎㅎㅎ


입시 위주 교육으로 돌아설 뻔 했던 나를 바로 잡는 계기가 된,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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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게 권하는 공학 -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공학의 쓸모 10대에게 권하는 시리즈
한화택 지음 / 글담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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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은 어렵다.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공학이 뭔지 잘 모르겠다.

"수학 잘 하는 아이들은 이과" 라는 간단명료(?)한 이분법적 개념만 있을 뿐, 알고자 하는 마음도 없었다.

그러나 나의 아이가 수학쪽 머리가 좋아 마냥 무심하게만 있을 수 없는 상황 발생.

'이공계'를 이해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내가 잘 모르는 세상을 내 아이에게 알려주기 위해 선택한, 10대에게 권하는 공학.

 

 

캬아~ 이런 책 좋다.

10대에게 권한다면서 정작 10대는 이해하기 어렵게 쓴 책이 상당히 많은데, 이 책은 정직하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에게 나도 권했으며 더 이상의 개념서(?)는 필요없겠다는 만족감까지 선사한다.


"엔지니어가 해결할 문제에서 출발한다면 과학자는 호기심에서 출발"(28쪽) 한다는 깔끔한 정리.

과학자가 지적 호기심에서 출발해 문제의 원인이나 현상을 찾아낸다면

공학자(엔지니어)는 그것을 바탕으로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발명해낸다고 볼 수 있다.

석기시대에 돌을 이용해 도구를 만들었던 그들도 엔지니어(공학자)였으며

활자를 책으로 만들어낸 인쇄술도, 인조 석굴인 석굴암도, 물시계인 자격루도 공학의 산물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만 공학을 만날 수 있겠는가.

세계 역사에 숨어 있는 공학과 현재의 공학, 앞으로 나아갈 방향까지 모두 섭렵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설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공학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니 겁도 없이 장래희망을 공학자라 적게 되리라.

그러나 '엄마'인 나는 알고 있지.

노력 없이, 땀 흘리는 과정 없이 되는 건 하나도 없다는 것을.

"10대에게 권하는 공학"의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과정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는 점.

수학 공부는 잘하는 것이 좋고 인문학도 공부면서 제반 지식을 갖고 있어야 인간 생활을 설계하는 공학자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단순한 발명가가 아니라 공학윤리를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그런 사람.

이 부분을 입시와 연결지어 10대가 구체적인 진로를 생각할 수 있게 하니 그것마저 좋다.


공학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설명하는 책이 많이 나와주길 기대하게 만들었던, 10대에게 권하는 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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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톰 말름퀴스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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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을 읽으며 문화적 충격이란 걸 받은 것이 얼마만인가.

어지간한 일엔 미동도 않을 만큼의 연륜이란 걸 쌓았다고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었다.

더구나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다룬 소설에서 문화적 충격이라니!!!


출산을 앞둔 카린은 혼자 숨쉬는 일이 버거운 상태가 되어 병원에 실려온다.

단순 폐렴 증상이 아닌 상태로 카린의 부모님이 병원으로 달려오는데,

톰은 카린의 부모님이 카린을 맘대로(?) 보는 것을 제지한다.

카린이 모든 상황을 톰을 거쳐 정리되길 바랐다는 이유로.

딸의 생명이 위중한 상황에서 부모의 만남을 통제하고 사위의 의견을 존중하는 카린의 부모는 충격 그 자체.


결국 카린은 죽고 33주만에 태어난 딸 리비아와 남게 된 톰.

그러나 이번엔 카린의 딸인 리비아를 자신의 딸로 합법화(?) 시키기 위한 싸움을 법과 치뤄야 했다.

'얘들, 혼인 신고도 안 했나?'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드는 건 당연지사.

부모 없는 아이의 삶은 혈연이 책임진다는 의식이 강한 우리 사회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보다 맥락없는 책임감으로 피붙이에 매달리는 반면,

얘들(저자는 스웨덴 사람)은 법으로 철저히 보호하는 모양이구나 싶다.


소설을 읽으며, 그것도 갑자기 아내가 죽고 갓난 아이와 남겨진 남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감정의 동요 없이 그들의 다른 문화에 충격을 받게 만드는 범상치 않은 소설,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나 눈물기 쏙 빼고

슬픔, 두려움같은 심리묘사도 쏙 빼고

제 3자가 관찰하듯 사실에 충실하다.

초반, 카린이 병원에서 치료받는 장면은 소설이 아니라 다큐 수준이다.

카린이 죽은 후 집안 곳곳에서 문득 느끼는 그녀의 부재는 현실인지 과거 회상인지 잘 모를 지경.


보는 사람을 슬프게 만드는 건 두 가지가 있다.

너무 오열해서 함께 눈물을 흘리게 만들거나

너무 덤덤해서 가슴을 아리게 만들거나.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은 후자.


나는 톰의 캐릭터에 초반부터 짜증이 났더랬다.

카린 부모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의사한테 무슨 약을 썼냐며 꼬치꼬치 캐묻는 것도 모두 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니 그 짜증나는 캐릭터가 저자 본인일테니.......

그의 사실적 묘사는 칭찬받아 마땅할 경지인 것일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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