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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톰 말름퀴스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2월
평점 :
문학작품을 읽으며 문화적 충격이란 걸 받은 것이 얼마만인가.
어지간한 일엔 미동도 않을 만큼의 연륜이란 걸 쌓았다고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었다.
더구나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다룬 소설에서 문화적 충격이라니!!!
출산을 앞둔 카린은 혼자 숨쉬는 일이 버거운 상태가 되어 병원에 실려온다.
단순 폐렴 증상이 아닌 상태로 카린의 부모님이 병원으로 달려오는데,
톰은 카린의 부모님이 카린을 맘대로(?) 보는 것을 제지한다.
카린이 모든 상황을 톰을 거쳐 정리되길 바랐다는 이유로.
딸의 생명이 위중한 상황에서 부모의 만남을 통제하고 사위의 의견을 존중하는 카린의 부모는 충격 그 자체.
결국 카린은 죽고 33주만에 태어난 딸 리비아와 남게 된 톰.
그러나 이번엔 카린의 딸인 리비아를 자신의 딸로 합법화(?) 시키기 위한 싸움을 법과 치뤄야 했다.
'얘들, 혼인 신고도 안 했나?'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드는 건 당연지사.
부모 없는 아이의 삶은 혈연이 책임진다는 의식이 강한 우리 사회는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보다 맥락없는 책임감으로 피붙이에 매달리는 반면,
얘들(저자는 스웨덴 사람)은 법으로 철저히 보호하는 모양이구나 싶다.
소설을 읽으며, 그것도 갑자기 아내가 죽고 갓난 아이와 남겨진 남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감정의 동요 없이 그들의 다른 문화에 충격을 받게 만드는 범상치 않은 소설,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나 눈물기 쏙 빼고
슬픔, 두려움같은 심리묘사도 쏙 빼고
제 3자가 관찰하듯 사실에 충실하다.
초반, 카린이 병원에서 치료받는 장면은 소설이 아니라 다큐 수준이다.
카린이 죽은 후 집안 곳곳에서 문득 느끼는 그녀의 부재는 현실인지 과거 회상인지 잘 모를 지경.
보는 사람을 슬프게 만드는 건 두 가지가 있다.
너무 오열해서 함께 눈물을 흘리게 만들거나
너무 덤덤해서 가슴을 아리게 만들거나.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은 후자.
나는 톰의 캐릭터에 초반부터 짜증이 났더랬다.
카린 부모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의사한테 무슨 약을 썼냐며 꼬치꼬치 캐묻는 것도 모두 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니 그 짜증나는 캐릭터가 저자 본인일테니.......
그의 사실적 묘사는 칭찬받아 마땅할 경지인 것일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