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상
제임스 미치너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1993년 3월
평점 :
절판


양손에 든 책 
 

소설의 형식과 내용을 어디에 맞출 것인가에 관한 문제.

사실 『소설』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어제 오늘의 것은 아니다. 또한 문학에만 있는 문제만도 아니다. 예술의 모든 영역에서 해결하기 힘든 골칫거리다.

우선 읽혀야지 좋다 나쁘다, 재미있다 재미없다 잔소리라도 할 게 아닌가. 때문에 우선 소설에서 대중들의 손길을 타는 게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다수의 입맛에만 맞출 수만은 없다. 독자 대중의 유행과 익숙함에 오히려 문학이 길들여진다? 좀 우스운 일이다. 자주 있는 일이긴 하지만. 소설이나 출판에도 유행이 있다니깐.

문학은 스스로 늘 새로워야 한다. 늘 고민해야 하고 실험해야 한다. 그리고 독자들을 새로움으로 이끌어야 한다. 흥부전의 권선징악을 익숙하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써먹고 있었다면 문학은 아마 쓰레기장에서 재활용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현실에서야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닐 터.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골 터지게 고민되기 마련이다. 소설가나 비평가뿐만 아니라 편집자나 독자까지도 이 고민에서 도망칠 수는 없다. 우리는 어느 편에 끼어들든지 갈런드 부인의 처지가 된다. “왼손에는 암호문 같은 티모시의 새 소설이, 그리고 오른손엔 재미있는 드래블의 소설이.”

제임스 미치너는 이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어느 한 편으로 약간씩 기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새로움이다. 미치너의 네 명의 주인공은 갈등 끝에 새로움 쪽으로 또 다시 익숙해진다. 요더는 마지막으로 실험적인 작품을 시도하고, 마르멜르는 돈 안 되지만 멋진 작가를 찾고 있고, 스트라이베르트는 자신의 잣대를 더욱 새롭게 하려고 하고, 갈런드 부인은 암호문 같은 소설들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그들은 아마 익숙해진 새로움에서 또 다른 새로움을 긁어낼 것이다.

편집자를 한 명의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편집자들 사이에서는 주목되는 책이다. 마르멜르가 편집자로서 일하고 생활하는 모습에 너무 주의해서 볼 필요는 없을 듯하다. 우리의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니, 호감을 가질 수는 있어도 환상을 가지면 안 되겠기에. 편집자 역시 새로움과 익숙함을 더 고민해보는 게 좋겠다.

제임스 미치너는 소설과 문학에 대해 더 깊은 얘기들을 늘어놓는데 아직은 정리하기 벅차다. 언젠가 다시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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