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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 1 - 제1부 대망 - 출생의 비밀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제1부 대망大望 - 전9권
1권 출생의 비밀
2권 인질
3권 호랑이의 성장
4권 첫 출전
5권 갈대의 싹
6권 미카타가하라 전투
7권 불타는 흙
8권 폭풍우
9권 혼노사의 변
도쿠가와의 출생, 오다의 허망한 최후
일본 센고쿠戰國 시대를 마지막에 평정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한 인간의 출생을 둘러싼 정세로부터 소설은 시작하고 있다. 이에야스의 성장을 줄곧 지켜보면서 각 시기의 주변 정세와, 관련된 인물들을 같이 보여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임진왜란 전후前後에 해당하는 일본의 시기인 만큼 그 시대적 배경이나 분량에서 일본이라는 나라의 역사, 문화, 정신을 발견하게 된다. 더 나아가서 그들 국민성의 단초도 찾게 될지 모른다.
1부 대망은 센고쿠 시대 미카와 지역 성주의 아들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태어나고,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가 최후를 맞이하는 사실로 그 시작과 끝을 이룬다. 오닌의 난으로 일본은 군웅할거의 혼란한 시대에 처한다. 미약한 마츠다이라 가문에서 태어난 도쿠가와는 정략적으로 인질의 처지가 되는데, 이때 도쿠가와는 숙명적으로 오다를 알게 된다. 도쿠가와가 인질에서 넓은 영지 세 곳을 다스리는 다이묘大名가 되는 인고의 시간을 세월의 흐름을 따라 그리고 있다. 그러나 1부는 도쿠가와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잊는다면, 흥미는 오다 노부나가에게 더 있다. 오와리의 멍청이라고 불릴 정도로 상식에 벗어나는 행동을 일삼던 오다가 쇼군과 거대한 다이묘들을 하나둘 쓰러뜨리고 일본 열도의 최강자가 되는 과정은 보다 흥미진진하고 다이나믹하다. 그러나 그의 최후는 허망하기만 하다. 오다는 교토를 중심으로 일본 열도를 통일할 중요한 반석을 마련해놓고 죽은 것이다.
이 소설은 도쿠가와를 재해석하고 경영의 모델로도 이해하도록 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출생에서부터 시작한 도쿠가와에 대한 서술은 관찰에만 머물지 않고, 그의 생각과 시기에 따른 의식의 변화까지도 세세히 보여주고 있다. 정세 파악, 리더로서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 부하에 대한 태도, 백성을 다스리는 원리 등 마치 실전에 대처해나가듯 시행착오와 반성과 성공이 들어 있다. 때문에 경영과 조직에 대한 이해의 본보기로 이 소설이 텍스트가 될 만하다.
오다 노부나가는 천하통일을 눈앞에 두고 허망한 최후를 맞는다. 내부의 조직에 대해서는 자신만만했던 오다가 부하의 모반으로 최후를 맞게 된다. 어려서부터 괴상한 행동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던 오다는 옛날 관습과 제도를 부정하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행동 양식을 만들어냈다. 구체제?구관습의 타파, 새 인물의 등용, 금은 광산의 경영, 화폐의 주조, 도로?교량의 정비, 관소關所(검문소)의 폐지 등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정책을 냈다. 오다의 저돌적인 추진력과 카리스마는 센고쿠 시대라는 혼란기에 빛을 발할 수 있다. 군웅할거의 시기인 만큼 정답이라고 내려진 통일된 관습과 규범이 있을 리 없었다. 합리적이고 고착된 규범이나 제도보다 우선 운영할 수 있는 통일된 규범이나 제도가 더 필요하다. 리더의 카리스마로 조직의 운영과 통일된 규칙 마련이 가능하며, 오히려 이것이 확고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을 때는 더 이상 통일된 규칙이 힘을 발휘해선 안 된다. 그것은 새는 곳이 보이지 않는 큰 허점일 수 있다. 주요 다이묘들을 제압하고 교토에까지 입성하고 나서 오다는 뭔가 달라진다. 긴장이 풀어지고, 부하에게 지나치게 대하며, 여전히 그의 말이 곧 법이 된다.
결국 내부의 모반으로 그의 천하제패의 꿈은 수포로 돌아간다. 조직이 초기를 넘어서면 더 이상 통일적인 규칙은 필요치 않다. 이제는 일반적인 규칙이 자리 잡아야 한다. 리더의 카리스마로 조직의 의사를 통일하여 운영하던 시기는 지난 것이다. 이제는 조직 구성원이 유추하여 이해하고 결정하여 행동할 수 있는 일반화된 규칙이 필요하다. 리더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조직의 구성원은 행동의 잣대가 없으므로 적극적이 될 수 없으며, 늘 변하는 리더의 의중을 파악하느라 괜한 에너지를 소비할 것이다. 그야말로 조직이라면 모반이 일어날 만도 하다. 아니면 배신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역설적이게도 안정된 조직은 인간으로 조직이 이루어졌음에도, 동력을 전달하여 전체가 굴러가게 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서로의 약속과 신뢰로 만들어진 불문의 규칙일지도 모른다.
야마오카는 오다의 최후를 그리는 장면에서 이에 대한 평과 그의 죽음 이후에 대한 암시를 오다의 아내 노히메의 머릿속을 빌려 말하고 있다.
‘그는 역시 우다이진도 아니고 천하를 손에 넣을 사람도 아니었다. 난마처럼 얽혀 손을 댈 수 없는 전국에 하나의 길을 트기 위해 산을 깎고 나무를 베고 숲을 불태운 파괴자였다. 그 파괴자가 자기 피를 뿌려가며 파헤친 땅에서 열매를 수확할 자는 따로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