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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천왕기 1 - 형제
이우혁 지음 / 들녘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기원전 2716년, 동북아시아의 재구성
치우라는 이름은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가 내보인 캐릭터 이미지로 유명해졌다. 그후 치우가 한민족의 조상인가 아닌가를 두고 관심을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우혁의 『치우천왕기』에서는 치우를 한민족의 조상으로 설정하였고, 중국의 조상을 헌원으로 두고 있다.
치우를 소재로 한 이 소설은 기원전 2716년 태산 회의로부터 시작한다. 고조선 건국이 기원전 2333년이니까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의 역사이다. 치우에 관해 전해지는 기록들은 아주 적을 뿐만 아니라 과장과 상징이 심해 해석하는 데도 힘이 든다. 또한 청동기, 초기 철기시대의 생활상을 해석하는 문제도 남는다. 환타지 소설을 표방한다고 해도 이러한 고증의 문제는 피해갈 수 없다.
극히 적은 사료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당시의 생활상을 찾아서 고증한 사실. 또한 나름대로 우주관을 8계로 만들어서 하나의 유기체화한 세계를 머릿속에 만들어놓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야기의 전개는 다소 속도가 느려서 지루한 감도 있긴 하다. 하지만 전해지는 사료의 최소한의 내용이나, 역사적으로 정리된 당시 청동기 초기 철기시대에 관한 지식을 갖고 본다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 그 자료들이 저자 나름대로의 상상력에 의해 구체화된 모습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저자가 말한 대로, 역사적 자료를 소재로 하고 그것을 재구성하여 짜임새 있는 소설로 만들었다고 하나 역시 환타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이를 두고 사실로 믿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말아야겠다. 저자도 이를 우려했는지, 자신의 주관적인 해석의 과정을 같이 보이고 있다.
같은 시대와 소재를 다루고 있는 이현세 만화 『천국의 신화』와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다음 권을 읽기 위한 메모..>
치우를 쌍둥이 형제로 설정하였다. 치우를 주신국 사울아비 출신으로 보았다. 주신국의 수장은 환웅이며 당시 동북아시아의 최강국으로 나온다. 주신국의 위치는 대략 오늘날 만주지역이며, 당시 문명이 가장 발달한 유일한 나라이다. 다음의 강국(나라의 개념은 아님)은 지나족이다. 지나족은 여러 부족을 합해서 부른 통칭이며 아직 나라를 건설하지는 못하고 있다. 수장은 염제 유망이며, 다음의 집권자이며 국가를 만드는 이가 바로 치우와 대립관계에 놓일 황제 헌원이다. 환웅, 염제, 단군, 풍백, 우사, 운사 등은 관직 혹은 지위의 통칭이지 한 인물의 이름이 아니다. 헌원의 출생은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치우의 출생은 사울아비의 자식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 이전 환인, 신농 등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있다. 당시를 청동기 초기철기시대로 설정하고 있다. 철기는 아직 사용되지 않고 있으나 치우의 탁록전투에서는 아마 철기가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3권까지의 내용에서는 아직 철기가 등장하지 않으며, 청동기도 주신과 각 부족의 높은 지위에서만 사용했을 뿐 널리 사용되지는 않았다. 치우, 헌원, 환웅, 유망 등의 관계나 출생 등과 도구 사용에 대해서 극단적으로 『천국의 신화』와 다른 해석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