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버지의 미소 - 김소진 유작산문집
김소진 지음 / 솔출판사 / 1998년 4월
평점 :
절판
내 얼굴에 번지는 아버지의 미소
김소진은 1997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일 년 뒤, 김소진이 남긴 산문과 기사, 시, 소설 등을 한데 묶어 ‘아버지의 미소’란 제목으로 책을 내었다.
그동안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비롯하여 『고아떤 뺑덕어멈』『자전거 도둑』등의 단편집과 짧은 소설집 『달팽이 사랑』을 읽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김소진의 유작 산문집을 읽었다.
사실 책날개에서 극찬한 것처럼 우리시대를 대변하는 소설가이며 한국 문학계의 희귀한 성취인지도 모르겠다. 대단한 흡입력도 느끼지 못했고, 마약 같은 중독성도 없었다. 그럼에도 몇 권을 더 읽은 것은 삶에 충실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김소진도 말했듯 소설 쓰기는 새로운 이야기의 창작이 아니라 기억의 재구성이었다. 단편들의 주제와 인물은 지나치리만치 그 범위가 확연하다. 그리고 각각의 단편들은 묘하게도 인물의 과거나 장소 등등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바로 삶에 대한 기억을 정리하는 작업이 곧 글쓰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김소진이라는 작가의 생각을 짐작해 보고 싶었다. 그뿐이다.
애초에 가족, 동네는 단순한 소재였다. 기억을 재구성하는 글쓰기를 통해 의미가 부여되었다. 가족과 동네의 살아옴은 그것 자체가 역사의 한 조각이었고, 역사를 이루는 구성체였다. 이는 아버지를 부정과 긍정의 과정을 거쳐 결국 이해하게 된 것과 짝을 이룬다. 아버지의 삶이 곧, 격동기의 산 역사이며, 그 역사 속 아버지는 고단한 삶을 살 수밖에 없음이다. 어느 새인가 자식을 바라보는 작가의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번진다. 바로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미소이다.
궁핍한 우리의 삶을 대변한, 90년대를 뜨거운 실천으로 살다간 작가. 이러한 수식어는 당시대에 한정되어 있다. 당시대에 읽었으면 나 역시 극찬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90년대에서 멎을 수밖에 없었고, 때문에 애석하게도 그는 90년대 후반에 갇혀 있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점점 코드가 빨리 변해가는 세상, 그에 대한 기억은 점점 사라지거나 혹은 90년대 후반이라는 틀 속에서만 회자될 수밖에 없겠다. 애석하지만, 한편 그것이 순리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