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파도너머 > 노마디즘...이진경

노마디즘(nomadism) 유목주의 정도로 번역하면 될까.  한자리에 고정되지 않고, 늘 새로움을 추구하고 그 가능성 자체를 전제로 하는 태도,양상?  질 들뢰즈, 펠릭스 가따리의 <천의 고원>에서 나오는 개념이다.

나로서는 정말 보기 힘든 책이었다.  어려워서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책 자체를 손에 넣기 힘들었다는 말이다.  책값이 너무 비싸서(7백여쪽 짜리 한권 각각에 2만 8천원, 두권 다해 거의 6만원돈...) 사서 보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포기하고 도서관에서 보려고 했건만, 학교 도서관에서는 대출에 예약까지 꽉 차있다.  대단한 인기군...  종종 찾는 동네 구립도서관에 가니 책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읽기 시작했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대출권이 박탈된 구민이어서(3회 이상 연체하면 아예 대출권을 박탈해버린다...이거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벌써 3년전의 일인데도 여전이 그들은 잊지 않고 책을 안빌려준댄다...ㅜㅜ), 책을 빌려갈 수는 없고 굳이 도서관에 가서만 읽어야 했다.  그러던 중 어느날 갑자기 안보이는 책.  검색해보니 누군가 빌려갔다.  서러움의 눈물 한방울.  반틈이상 읽었던 1권을 포기하고, 남아있던 2권을 읽는다.  2권을 2/3이상 읽어갈 무렵, 이번에는 2권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1권.  그나마 제때 반납해준 '노마디즘' 동지가 고맙다.  이렇게 해서 우여곡절 끝에 읽은 게 거의 1달만이다. 

어제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세뱃돈을 정확히 6만원 받고나니, 차라리 책을 살껄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왜 보고 나면 너무 좋아 꼭 가지고 싶은 책이나 영화가 있지않은가.  이 책이 그런 책이었다.  너무 많은 게 들어있는 책.  당연히 두권 합해서 1500여쪽이나 되는 분량이니 많은 게 들어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들뢰즈와 가따리가 자기들의 책이 신주딴지 모시듯 읽히기보다는 사유와 새로운 삶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길 바란다는 말 그대로 이 책에는 엄청난 도구들이 들어있다. 

<천의 고원>을 다시 읽어야 할까?  때로 너무 좋은 해설서는 원전에 대한 관심을 반감시킨다.  워낙 난해하기로 유명한 <천의 고원>을 너무나 쉽고 재밌게, 그리고 거의 완전하게 풀어낸 <노마디즘>이 바로 그런 예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책장에 욱! 하는 마음에 사버린 <천의 고원>이 '날 제발 뽑아줘'하는 눈빛으로 날 보고 있으니 다시 읽어야 할 수밖에. 

이진경 선생이 맘먹고 낸 책같다.  혹자가 말하는 20세기 최고의 걸작 <천의 고원>에 대한 세계 유일(틀림없다!)의 초대형 해설서.  <천의 고원>을 몰라도 따라가기만 해도 엄청난 재미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그 자체로 훌륭한 교양서가 아닐까 한다.  돈 좀 있는 분들은 사서 읽으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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