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공부론 - 인이불발, 당기되 쏘지 않는다
김영민 지음 / 샘터사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이태원 낡은 건물에서 선생님 강의 듣던 때가 그리워요... 그때는 현재는 불안해도 좀 더 나은 내가 될수있을줄 알았고 그렇게 살고싶었는데... 지금은 더 나은 나는 모르겠고 더 나빠지지만 않았으면하는.. 암튼 그래요 동무들 모두 부디 건강하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플라시보 > 당신이 보낸 변두리 잘 받았소이다.
너에게 변두리를 보낸다 - 'PAPER' 정유희 기자의 중구난방 무대뽀 여행기
정유희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98년도. 대학을 졸업하고 큰 물에서 직장을 잡자는 생각에 친구와 함께 서울로 올라가서 살게 되었다. 가난했던 우리 둘은 햇볕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 단칸방에서 싱크대에서 세수 해 가며 살았다. 어찌어찌 해서 친구는 음반 녹음실 엔지니어로 일 하게 되었지만 나는 계속해서 백수 상태였다. 맨날 스레빠를 질질 끌고 라면을 사러 동네 슈퍼 (규모가 꾀 컸다.)에 갔더니만 날 참하게 본(아님. 참 한심하게 본) 주인 아줌마가 사람이 비어서 그러는데 계산대에서 알바 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고 그때부터 나는 동네 슈퍼마켓 캐셔가 되었다. 당장은 방세도 내야 하고 쌀도 사야했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일을 했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꼴에)대학까지 나와서 슈퍼마켓 캐셔라니... 내가 이러려고 지난 20년이 넘게 살던 도시를 박차고 서울로 올라왔나 싶고 이 사실을 알면 부모님이 뭐라고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하여 나는 2년간의 짧은 서울 생활을 접고 다시 내가 살던 땅으로 내려왔다. 그게 99년도의 일이었고 집으로 내려와서는 일이 잘 풀려서 새로 개국한 방송국에서 일 하게 되었다. (서울에서는 내가 백수였으나 집에 내려와서는 친구가 백수였다.)

 

그 당시. 정말 힘들고 징글징글 한 서울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좋은점이 있었다면 바로 문화적으로 너무나 풍부한 도시였다는 것이었다. 내가 살던 도시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재즈 콘서트가 매일밤 열리고 지하철과 커피숖에는 무료로 잡지까지 주는 그 곳은 내가 생각하기에 별천지 였다. 그때 만난 무가지가 바로 페이퍼 였다. 나는 그 잡지를 꼬박꼬박 공짜로 얻어다가 가난에 지친 내게 물을 주는 심정으로 읽었다. 책 사볼 돈도 빠듯했던 나에게 그 잡지는 정말이지 너무 고마운 읽을꺼리 였었고 버리지 않고 좁은 지하방에 차곡차곡 손때를 뭍히며 모아 두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페이퍼는 무가지에서 천원 그리고 지금은 삼천원에 팔리는 잡지가 되었다. 하지만 내용만큼은 늘 무가지 였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나는 그 변함없는, 대책없는 열정을 가진 페이퍼를 좋아한다.

 

페이퍼 기자 중에서 정유희라는 여자가 있다. 그 여자는 정말 독특하다. 우선 생김새를 봐도 남다르고(이 책 표지에 있는, 밤에 보면 좀 무서운 여자가 정유희다.) 그녀의 글 또한 남다르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쓰는 용어나 딴지일보형, 또는 디씨형 글들이 유행을 하지만 당시만 해도 정유희의 글은 새로운 유행의 탄생이라 불리울 만큼 독특한 필체를 자랑했다. 그녀의 알싸하고도 톡 쏘는 필체는 마치 콜라처럼 시원하고 자극적이었다. 그런 그녀가 책을 냈다. 물론 이 책을 낸 것은 오래전의 일이나 나는 얼마전 아는 분으로 부터 선물을 받아서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지금은 페이퍼 편집장인 황경신이 쓴 '내가 정말 그를 만났을까?'와 한때 페이퍼 사단이었던 박광수의 '광수생각'시리즈는 다 읽었는데 어째서 이 책 만큼은 안 사 봤는지 나도 신기하다.)

 

내가 여행기를 읽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나의 게으름 때문이다. 나는 게을러 터져서 여행이란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남들이 어딜 갔다 왔다고 하면 침 흘리며 '야 좋겠다 어땠는지 모조리 다 얘기해 봐봐' 하긴 하지만 막상 그들이 나에게 여행을 제의하면 '글쎄 그날 스케줄이..저기 그러니까 내가 요즘 몸이 좀 영 뻣뻣한것이 뒷목도 시원찮고' 하면서 핑계를 댄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고 또 달변가이기에 나는 그걸로 만족을 하고 가끔은 침대에 드러누워서 여행기를 읽으며 여행의 기쁨을 게으르고 게으르게 만끽한다. (이 책도 90% 이상을 침대 위에서 봤다. 인류의 발명품중 내가 가장 감사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침대다.)

 

정유희의 여행기는 거창하지 않다. 페이퍼가 가난한 탓도 또 한달에 한번 마감을 해야 하는 탓도 있겠지만 그녀의 여행기는 대한민국에 국한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유흥준의 나의 문화 답사기 처럼 우리땅에 있는 문화 유산을 모두 답사하여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뉘앙스를 풍기지도 않는다.(다들 재밌게 저 책을 봤다고 하는데 나는 도중에 읽다가 치웠다. 난 저 책 재미 없었다.) 그녀는 어느날 문득(물론 마감이 닥쳐서이기도 하지만) 아는 사람 몇몇을 끼워서 훌쩍 여행을 떠난다. 좀 유명하다 싶은 곳도 다니지만 책 제목처럼 상당히 변두리스러운 곳들도 곧잘 다닌다. 그리고 그들은 돈 걱정도 하고 힘들다고 투덜거리기도 하고 술 푸느라 뭘 보고 느꼈는지 기억도 잘 안나는 아주 인간적인 여행을 한다.

 

나는 여행기 만큼 그 사람의 필체를 가장 강렬하게 전달하는 장르도 없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정유희의 여행기에는 내가 페이퍼에서 언뜻언뜻 느꼈던 인간 정유희가 더 진하게 느껴진다. 마치 빨게벗고 목욕탕에서 같이 때를 밀기라도 한 것 처럼 친근하다. 그녀의 여행기는 교훈적이지도 않고 원대한 포부나 목적도 없지만 게으른 나 조차도 저 정도의 여행이라면 그냥 할랑하게 갈 만 한걸? 하는 결심까지 서게 만든다.

 

정유희의 필체가 워낙 독특해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행기 만큼은 정말 재미있다. 특히나 정유희가 함께 데리고 떠난 인간군상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으며 전문가스럽지 않은 사진들도 정겹다. 거기다 술과 음식이 빠지지 않으니 이 아니 좋을쏜가! 끝으로 이 책을 제공한 분께 감사드린다. 아직까지는 욕심이 많아서 책은 모조리 다 사서 보고 하나도 남에게 주지 않으려고 하는 나 같은 인간과는 달리 아주 좋으신 분인것 같다. (나도 이사를 가거나 책장 정리를 하게 되면 책을 남에게 줄 수 있는 착한 맘이 생기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