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공부론 - 인이불발, 당기되 쏘지 않는다
김영민 지음 / 샘터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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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낡은 건물에서 선생님 강의 듣던 때가 그리워요... 그때는 현재는 불안해도 좀 더 나은 내가 될수있을줄 알았고 그렇게 살고싶었는데... 지금은 더 나은 나는 모르겠고 더 나빠지지만 않았으면하는.. 암튼 그래요 동무들 모두 부디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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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 카페 만들기- 지금은 작은 것이 경쟁력 있는 시대! 인생 즐기며 살 수 있는 2030 생존 전략
이민정 지음 / 동아일보사 / 2009년 10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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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총각 고짱의 간단요리 레시피-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본요리
아이다 고지 지음, 이현경.김정은 옮김 / 지상사 / 2007년 9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0년 09월 10일에 저장
절판

너무 쉬운 한 접시
신동주 지음 / 효성출판사 / 2005년 11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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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몰래 보는 비밀의 요리책
무크 편집부 엮음 / 웅진(무크) / 2006년 3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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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파티요리- 평범한 건 싫다!
웅진닷컴 무크 편집부 엮음 / 웅진(무크) / 2006년 5월
8,900원 → 8,010원(10%할인) / 마일리지 4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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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라시보 > 당신이 보낸 변두리 잘 받았소이다.
너에게 변두리를 보낸다 - 'PAPER' 정유희 기자의 중구난방 무대뽀 여행기
정유희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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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도. 대학을 졸업하고 큰 물에서 직장을 잡자는 생각에 친구와 함께 서울로 올라가서 살게 되었다. 가난했던 우리 둘은 햇볕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 단칸방에서 싱크대에서 세수 해 가며 살았다. 어찌어찌 해서 친구는 음반 녹음실 엔지니어로 일 하게 되었지만 나는 계속해서 백수 상태였다. 맨날 스레빠를 질질 끌고 라면을 사러 동네 슈퍼 (규모가 꾀 컸다.)에 갔더니만 날 참하게 본(아님. 참 한심하게 본) 주인 아줌마가 사람이 비어서 그러는데 계산대에서 알바 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고 그때부터 나는 동네 슈퍼마켓 캐셔가 되었다. 당장은 방세도 내야 하고 쌀도 사야했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일을 했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꼴에)대학까지 나와서 슈퍼마켓 캐셔라니... 내가 이러려고 지난 20년이 넘게 살던 도시를 박차고 서울로 올라왔나 싶고 이 사실을 알면 부모님이 뭐라고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하여 나는 2년간의 짧은 서울 생활을 접고 다시 내가 살던 땅으로 내려왔다. 그게 99년도의 일이었고 집으로 내려와서는 일이 잘 풀려서 새로 개국한 방송국에서 일 하게 되었다. (서울에서는 내가 백수였으나 집에 내려와서는 친구가 백수였다.)

 

그 당시. 정말 힘들고 징글징글 한 서울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좋은점이 있었다면 바로 문화적으로 너무나 풍부한 도시였다는 것이었다. 내가 살던 도시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재즈 콘서트가 매일밤 열리고 지하철과 커피숖에는 무료로 잡지까지 주는 그 곳은 내가 생각하기에 별천지 였다. 그때 만난 무가지가 바로 페이퍼 였다. 나는 그 잡지를 꼬박꼬박 공짜로 얻어다가 가난에 지친 내게 물을 주는 심정으로 읽었다. 책 사볼 돈도 빠듯했던 나에게 그 잡지는 정말이지 너무 고마운 읽을꺼리 였었고 버리지 않고 좁은 지하방에 차곡차곡 손때를 뭍히며 모아 두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페이퍼는 무가지에서 천원 그리고 지금은 삼천원에 팔리는 잡지가 되었다. 하지만 내용만큼은 늘 무가지 였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나는 그 변함없는, 대책없는 열정을 가진 페이퍼를 좋아한다.

 

페이퍼 기자 중에서 정유희라는 여자가 있다. 그 여자는 정말 독특하다. 우선 생김새를 봐도 남다르고(이 책 표지에 있는, 밤에 보면 좀 무서운 여자가 정유희다.) 그녀의 글 또한 남다르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쓰는 용어나 딴지일보형, 또는 디씨형 글들이 유행을 하지만 당시만 해도 정유희의 글은 새로운 유행의 탄생이라 불리울 만큼 독특한 필체를 자랑했다. 그녀의 알싸하고도 톡 쏘는 필체는 마치 콜라처럼 시원하고 자극적이었다. 그런 그녀가 책을 냈다. 물론 이 책을 낸 것은 오래전의 일이나 나는 얼마전 아는 분으로 부터 선물을 받아서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지금은 페이퍼 편집장인 황경신이 쓴 '내가 정말 그를 만났을까?'와 한때 페이퍼 사단이었던 박광수의 '광수생각'시리즈는 다 읽었는데 어째서 이 책 만큼은 안 사 봤는지 나도 신기하다.)

 

내가 여행기를 읽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나의 게으름 때문이다. 나는 게을러 터져서 여행이란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남들이 어딜 갔다 왔다고 하면 침 흘리며 '야 좋겠다 어땠는지 모조리 다 얘기해 봐봐' 하긴 하지만 막상 그들이 나에게 여행을 제의하면 '글쎄 그날 스케줄이..저기 그러니까 내가 요즘 몸이 좀 영 뻣뻣한것이 뒷목도 시원찮고' 하면서 핑계를 댄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고 또 달변가이기에 나는 그걸로 만족을 하고 가끔은 침대에 드러누워서 여행기를 읽으며 여행의 기쁨을 게으르고 게으르게 만끽한다. (이 책도 90% 이상을 침대 위에서 봤다. 인류의 발명품중 내가 가장 감사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침대다.)

 

정유희의 여행기는 거창하지 않다. 페이퍼가 가난한 탓도 또 한달에 한번 마감을 해야 하는 탓도 있겠지만 그녀의 여행기는 대한민국에 국한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유흥준의 나의 문화 답사기 처럼 우리땅에 있는 문화 유산을 모두 답사하여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뉘앙스를 풍기지도 않는다.(다들 재밌게 저 책을 봤다고 하는데 나는 도중에 읽다가 치웠다. 난 저 책 재미 없었다.) 그녀는 어느날 문득(물론 마감이 닥쳐서이기도 하지만) 아는 사람 몇몇을 끼워서 훌쩍 여행을 떠난다. 좀 유명하다 싶은 곳도 다니지만 책 제목처럼 상당히 변두리스러운 곳들도 곧잘 다닌다. 그리고 그들은 돈 걱정도 하고 힘들다고 투덜거리기도 하고 술 푸느라 뭘 보고 느꼈는지 기억도 잘 안나는 아주 인간적인 여행을 한다.

 

나는 여행기 만큼 그 사람의 필체를 가장 강렬하게 전달하는 장르도 없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정유희의 여행기에는 내가 페이퍼에서 언뜻언뜻 느꼈던 인간 정유희가 더 진하게 느껴진다. 마치 빨게벗고 목욕탕에서 같이 때를 밀기라도 한 것 처럼 친근하다. 그녀의 여행기는 교훈적이지도 않고 원대한 포부나 목적도 없지만 게으른 나 조차도 저 정도의 여행이라면 그냥 할랑하게 갈 만 한걸? 하는 결심까지 서게 만든다.

 

정유희의 필체가 워낙 독특해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행기 만큼은 정말 재미있다. 특히나 정유희가 함께 데리고 떠난 인간군상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으며 전문가스럽지 않은 사진들도 정겹다. 거기다 술과 음식이 빠지지 않으니 이 아니 좋을쏜가! 끝으로 이 책을 제공한 분께 감사드린다. 아직까지는 욕심이 많아서 책은 모조리 다 사서 보고 하나도 남에게 주지 않으려고 하는 나 같은 인간과는 달리 아주 좋으신 분인것 같다. (나도 이사를 가거나 책장 정리를 하게 되면 책을 남에게 줄 수 있는 착한 맘이 생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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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총알 탄 소설가들

최근 젊은 작가들의 '근황'에 대해서 점검하고 있는 글을 옮겨온다.  이기호, 박민규, 박형서, 김중혁 등의 젊은 작가들이 보여주는 독특한 상상력과 질펀한 입담을 '작두 탄 구라의 향연'으로 정리하고 있는 글인데, '작두 탄 구라'란 표현보다 내게 직접적인 것은 '총알 탄 구라'이다(그래서 제목은 '총알 탄 소설가들'로 단다). 필자는 '에세이스트' 정여울씨이다. <아가씨, 대중문화의 숲에서 희망을 보다>(강, 2006)의 저자인데, 문화평론가 혹은 문학평론가가 어울림직한 직함이지만 그걸 통칭해서 저널에서는 '에세이스트'라고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여하튼 젊은 작가들의 '입담'에 애정을 주어봄 직하다. 그게 한국문학의 장래에 대한 '투자'이기에. 인용문의 강조는 나의 것이다.

 

 

 

 

한겨레21(06. 11. 17) 펴들기만 하면 내 웃을 줄 알았지~

이기호·박민규·박형서가 보여주는 한국소설 유머의 심상찮은 변화…질펀한 입담의 약장수, 고독의 복화술, 작두 탄 구라의 향연을 즐겨라

요즘 <개그야>의 ‘사모님’을 보며 한국 코미디의 경이로운 진화를 실감한다. ‘사모님’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무대장치의 과감한 생략이다. 의자 하나 달랑 놓고 모든 무대장치를 제거하니, 그 텅 빈 암흑의 공간은 시청자에게 다채로운 상상의 여백을 제공한다. ‘운전해’, ‘어서’라는 짧은 대사는 그때마다 다른 뉘앙스로 변주되며, 화려함 이면에 도사린 사모님의 권태와 고독, 그녀의 못 말리는 백치미를 구현한다. ‘아마데우스’라는 코너는 더욱 놀랍다.


△ 문학은 사소한 상황 설명이나 극적 암시조차 ‘문자’로 설정해야 하는 수공업적 장르인 탓에 유머의 경제성을 발휘하기가 힘들다. 이런 한국 소설 유머에 드디어 지각변동이 시작되었다. 이기호, 박민규, 박형서(왼쪽부터)는 그 대표적 소설가이다.(사진/문학과지성사 제공, 이장욱,문학과지성사 제공)

이 코너를 보면 인간의 표정 안에 숨겨진 소우주, 그 코믹성의 극치를 볼 수 있다. 언어도 무대장치도 그 무엇도 없이 오직 삼총사의 표정만으로 교향곡을 연주한다. 이 세 사람은 가히 얼굴 근육의 움직임 하나로 우주를 연주해내는 기막힌 내공을 보여준다. 이렇듯 무대 위의 개그는 표정만으로도 시청자를 무장해제시킬 수 있다. 이것은 스탠딩 코미디가 굳이 ‘의미’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학은 이런 표현의 경제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문학은 사소한 상황 설명이나 극적 암시조차 ‘문자’로 설정해야 하는 수공업적 장르인 탓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 소설의 유머도 드디어 심상치 않은 지각변동을 시작한 것 같다.

애들은 가라? 꼰대들은 저리 가!

이기호식 유머의 키워드는 친밀성이다. 그의 유머는 흔히 구어체적 현장성에서 발원한다. 그는 ‘독자와 작가 사이의 거리감’을 ‘이야기꾼과 청자의 온기’로 극복하곤 한다. 그의 문체는 강한 구어성을 지니고 있기에, 독자는 머릿속에서나마 묵독의 폐쇄성을 지우며, 동네 남녀노소를 잔뜩 모아놓고 질펀한 입담을 풀어내는 이야기꾼의 과장된 몸짓과 신명난 목소리를 상상하게 된다.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는 이기호식 유머의 에너지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의도와 목적과 진심을 매번 배반하는 시트콤적 상황의 무한 연쇄들. 이기호의 인물들은 우연의 퍼레이드에 온몸을 맡긴 채 기꺼이 ‘하느님의 코미디 채널’이 될 수밖에 없다. 이기호는 작품에서 ‘독자의 상상력’을 유난히 강조한다. 옛날옛적 입담 좋은 약장수들은 온갖 구라를 읊조리며 ‘애들은 저리 가!’라고 외쳤지만, 우리 시대의 새로운 약장수 이기호는 ‘꼰대들은 저리 가!’ 혹은 ‘애들만 이리 와!’라고 외치는 듯하다.

여기서 꼰대와 애들을 가르는 기준은 ‘상상력’이다. 이 대목에서 상상력을 바쁜 일상에 저당 잡힌 어른들은 주눅들기 쉽다. 그러나 그 상상력의 울타리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에 이기호식 유머의 ‘친밀성’이 자리한다. 이기호의 소설을 읽다 보면, 좀처럼 걷지 않던 후미진 샛길을 문득 걸어보고, 평소에는 서먹한 사람에게 실없는 농담을 훌쩍 건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상상력의 코마 상태를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다.

박민규 소설의 독자는 가끔 자신의 ‘조로’를 의심하게 된다. 박민규의 주인공들은 애어른 할 것 없이 대책 없는 유아적 순수로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소설 앞에서 우리는 매번 ‘너무 닳고 닳은 어른들’이 되어버린다. 읽을 때는 키득키득 웃지만 읽고 나면 문득 자신의 길들여진 일상이 부끄러워지는 것, 그것이 박민규식 유머의 빛깔이다. <핑퐁>의 왕따 소년은 이렇게 말한다. “다음엔 못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못이라면, 일생에 한 번만 맞으면 그만일 테니까.”

그의 유머는 동화적 무구함과 아릿한 슬픔에 물들어 있다. 그러나 이 유아적 순수에는 왕따 아닌 모든 인간들을 향한 서늘한 저주가 묻어 있다. 핼리혜성이 지구에 와서 충돌해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임, 그곳에 드나들며 왕따 소년은 교실에서만 ‘다수결로 묵인되는 왕따’가 자행되는 것이 아님을 배운다. “인류라는 인스톨을 유지할 것인가, 언인스톨할 것인가. 결정은 승자의 몫이란다.” 이 중차대한 인류의 운명을 왕따 소년들에게 맡기는 것이야말로 박민규식 유머의 메커니즘이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유아적 상상력이 아니라 인류가 내팽개친, 인류가 ‘깜빡’한 존재들의 필연적 복수혈전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박민규의 유머는 정서와 문체 사이, 욕망과 표현 사이의 미묘한 거리감에서 탄생한다. 그의 작품 표면에 드러난 유머가 빙산의 1%라면, 독자는 보이지 않는 99%의 빙산, 그 거대한 스케일의 고독과 슬픔의 복화술을 읽어낸다. 그의 유머는 일단 독자를 웃겨놓은 다음 그 웃음을 애도하게 만드는 성찰적 유머다. 상큼한 유머 뒤에 드리운 짙은 비애의 그림자를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더 없이 이지적인 블랙유머

아마 한국 독자들에게 가장 낯선 유머는 박형서식 유머일 것이다. <자정의 픽션>에 실린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음란성 연구>는 박형서식 유머의 코드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엄격한 먹물적 수사학을 노골적으로 조롱하면서도 능란하게 이용하는 이중적 태도가 유쾌상쾌통쾌하다. 화자는 선행연구에 대한 분노를 무시무시한 공격적 수사학으로 과격하게 표현하는가 하면(“그는 가금류의 뇌를 가진 비평가이며 문장은 흑사병 수준이라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리카르도 호킨스의 <못된 유전자>라는 식으로 패러디하기도 한다.


△ 이 작가들의 발랄한 상상력이 독자의 영혼에 유쾌하게 물들 때 거기서 유머라는 스파클이 발생한다. 복잡미묘한 뒷맛을 남기는 유머, 짠하고도 애잔한 뒷맛을 남기는 유머는 언제나 감동의 원천기술이다.

수많은 탁상공론에 맞서는 더 많은 탁상공론을 조롱하는 이 작품은 그 어디에서도 통과될 수 없는 ‘논문’이지만 더없이 이지적인 블랙 유머로 가득한 흥미만점의 ‘소설’이다. “필자와 같이 잘난 연구자”가 “요새 좀 바쁘긴 하지만” 써낸 이 장대한 스케일의 논문은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범람한다. ‘닭알’을 ‘불알’과 동격에 놓은 다음, <사랑손님과 어머니>에 수십 번 등장하는 달걀의 상징을 해석하기 위해, “남근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불알 중심적 사고로 옮겨가야 한다”는 식이다. 이렇듯 천연덕스레 자신의 ‘독창적’ 학설을 읊어대는 능청이 배꼽을 잡는다(*'논문'으로서 이 작품의 결함을 한 가지 지적하자면, 각주에서 제시하고 있는 참고문헌들에 '춢판사'가 모두 빠져 있다. 즉, 논문의 기본적인 작성요령을 지키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논문의 내용은 독창적이며 훌륭하다. 가금류의 뇌를 가진 기득권 학자들이 아니라면 그 독창성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모든 잡설·요설·독설들이 논문의 테마를 요리하는 데 너무나 ‘논리적으로’ 복무한 나머지, 독자들은 깜빡, 혹은 기꺼이, 이 ‘논문’에 자발적으로 속아 넘어가고프다. 이 논문의 핵심 가설은 옥희가 6살이 아니라 가임기의 “처녀애”이며 아저씨와 옥희의 성교로 인해 질투에 눈먼 어머니가 아저씨를 내쫓는다는 것. 결국 외할머니-어머니-옥희는 “음란삼각편대”이며 옥희의 집은 “한 남성을 두고 아귀다툼을 하는 매음굴”이란다. 박형서는 우리가 가장 도전하기 어려운 습속과 제도와 상식들을 한낱 유희의 장난감으로 만듦으로써, 사소함과 중요함이 서로 전복된 ‘픽션 언리미티드’의 세계를 창조한다.

모든 진정성의 강박이 사라진 세계, 진실은 몽둥이와 발길질과 전기고문으로 조작되는 세계, 존재나 고통이나 사랑 따위는 “시시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 되어버리는 세계. 여기서 박형서적 그로테스크 유머가 탄생한다. 그의 소설을 읽다 보면 이 악동적 기괴함이 가득한 문체에 강력한 거부감이 들면서도 이상하게 그 ‘싸가지와 재수가 동시에 외출한’, 잘난 척하는 말투를 모방하고 싶어진다. 그의 주인공들은 메피스토펠레스의 이지적인 악마성과 <사탄의 인형> 주인공 처키의 악동적·요괴적 이미지가 교차하는 캐릭터들이다.

박형서 유머의 핵심은 갈 데까지 간다는 것, 한없이 막 나간다는 것이다. 끝간 데 없는 기괴한 허구의 파노라마가 박형서식 유머를 수놓는다. 그의 소설은 인과성의 제어로부터 완전히 탈주한, 작두 탄 구라의 향연이다. 게다가 그는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유머를 구사한다. 자신의 두뇌 속 주름 하나하나까지도 독자들에게 거의 MRI 촬영의 해상도로 보여주는 뻔뻔함이 그의 매력이다.

진정한 공통분모는 ‘상상력’

최근의 단편소설 중에는 김중혁의 <유리방패>가 새로운 유머의 경지를 보여준다. 김중혁은 읽는 이를 공격적 웃음의 수혜자로 만들지 않는다. 그는 등장인물의 천진함 앞에 독자를 뼛속 깊이 무장해제시킨다. 그의 유머는 공격성도 방어성도 없으며, 이 질긴 생의 링 밖으로 잠시 뛰쳐나와 마음의 모든 매듭을 잠시나마 풀고, 소설 속 주인공들과 소주 한잔 나누고 싶어지는, ‘비움’의 유머다.

그러나 위의 작가들의 진정한 공통분모는 ‘상상력’ 자체이지 유머코드는 아니다. 이들의 발랄한 상상력이 독자의 영혼에 유쾌하게 물들 때 거기서 유머라는 스파클이 발생하는 것뿐이다. 상상력이 뜻하지 않게 유머를 낳을 수는 있지만 유머 자체가 상상력을 낳을 수는 없다. 그 어떤 마음의 파문도 일으키지 않는 말초적 유머는 가독성의 도구로 전락할 뿐이다. 유머의 첫맛과 뒷맛이 일치하는 유머는 독자의 상상력을 간질이지 못한다. 복잡미묘한 뒷맛을 남기는 유머, 짠하고도 애잔한 뒷맛을 남기는 유머는 언제나 감동의 원천기술이다.(그래서 나는 아직도 박완서의 걸쭉하고도 새침한 구식 유머가 좋다.) 문학의 유머는 <개콘>이나 <웃찾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지식과 세상의 모든 역사와 세상의 모든 억압과 경쟁한다. 문학적 유머의 원천기술은 의미를 삭제한 쾌락이 아니라, 의미 자체와 질펀하게 놀아나는, 예술과 지성과 상상력의 비빔밥이다.(정여울 에세이스트) 

06. 11. 19.

P.S. <총알 탄 사나이> 시리즈의 원제는 <벌거벗은 총(Naked Gun)>이다. 나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에서 벌거벗고 뛰어노는 아이들의 '천진함' 같은 것을 읽는다(그것이 가장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들이 들려주는 발랄한 이야기들은 때로 <개그야>나 <개그콘서트>의 뺨을 치며 우리의 배꼽을 고무줄처럼 늘어나게 한다. 하지만, 그들이 쏜 '총알들'이 현실의 과녁을 제대로 맞힐 수 있는 건지는 의문이다(해서, 이 천진한 악동들의 반항과 일탈이 미더운 것인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다시 반복하자면, "문학의 유머는 <개콘>이나 <웃찾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지식과 세상의 모든 역사와 세상의 모든 억압과 경쟁한다." 아니, 경쟁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우리의 '총알 탄 소설가들'은 구두끈을 더 바짝 조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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