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을 훔치다
이시백 지음 / 검둥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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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남기는 학교, 경쟁 

   
수요자 중심 교육이 중요하다고, 교육도 하나의 서비스업이라고 외친다. 수요자가 아니라 아이들이 중요하고, 교육적으로 옳은 것이 중요할 것이다. 친절하고 친절하게 대하라는 것은 아이들의 성장과 참교육으로 가는 여러 방안 중 하나는 될 지 모른다. 그러나 그 '친절' 속에 배어있는 경제적인 시선으로 장사를 하는 학교와 무한 경쟁 속의 교육은 무엇이 얼마나 가능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변은 돈의 힘을 익히 알고 있었다. 사람을 움직이는 데는 뭐니 뭐니 해도 돈을 따라올 게 없었다. 막상 한번 돈의 맛을 본 사람들은 쉽게 제 주머니에 들어온 돈을 내놓기 쉽지 않았다. 성과급이란 것도 그러했다.' 

이 소설에 그려진 것처럼 학교는 분명 그 속으로 들어가 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없이 이 곳에 살고 있다. 학교라는 공간에... 

 

발맞추기 

학교 속 사회는 참 독특하다. 모범적인 학교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그럴까. 튀는 건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구석이 있다. 직설적으로 풀어놓지는 않아도, 정말 딱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 적나라하다. 그래사 참 부끄럽다. 그 안에 나도 있을 테니까.

'"박 선생은 정말 타고난 선생야. 제 돈으로 제자들 등록금 내주는 선생이 일제시대 때도 아니고 요요즘 어디 있겠냔 말야. 진짜배기 스승이지. 근데 말야, 박 선생이 그러면 우리는 뭐가 되냐고? 학교도 조직이고 단체인데, 위에서 결정한 일이면 따르며 호흡을 맞춰야지. 혼자서 콩쥐 노릇 하면, 우린 가만히 앉아 팥쥐가 되고 마는 게 좀 서운하긴 해"' 

이곳에선 발맞춰 가자고 하는 말이 이렇게도 풀이 될 수 있구나. 이렇게 눌러 똑같이 만들려는 것은 비단 학생 뿐은 아닌 것이다.   

 

 희망을 말하다(?)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지 않기를 그러지 않기를 그렇게 끝까지 치달아 구석으로 몰아가지 않기를 소설 말미를 읽어가는 불안한 마음이 잦아들기를 바랐다. 여느 드라마처럼 사람들에게 환상과 희망을 안겨주기를 한편 바랐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현실은 이보다 더한 곳이었기에... 책을 덮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나로 향한 질문들만 남았다. 

 
"너는 어떤 입장이냐고?"
"너는 어떤 사람이냐고?"
"너에게 학교는 어떤 곳이냐고?"
"너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느냐고?"
"너의 초심은 무엇이었냐고?"

끊임없는 질문들만 쏟아지고, 나는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었다.
 

"진짜 학교가 그런가요?"라는 물음에
"이보다 더하죠"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작가가
진짜 '학교'의 모습을 압축된 또 다른 세상으로 다시 그려내는
'학교 이야기'가 콕콕콕 나를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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