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otography Book 포토북 파이든 아트북 3
PHIDON 지음, 안혜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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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이나 사진에 관한 정식 교육을 받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취미로서의 크나큰 열정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그 방면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 ㅡ. 거의가 아니라 전혀 없다고 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그냥 볼 줄은 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가?!) 그 중에서도 미술 작품 같은 경우는, 누군가의 설명이 곁들어져야지만 조금이나마 보고, 느끼고 하는 정도이기에,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는 했다. 반면에, 사진은 그래도 조금 낫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나마 덜 모호하기 때문이랄까?! 모호함이 많이 사라진 사진의 경우에는 정말 사진이 재미있게만 느껴진다. 사진 속 인물이나 풍경들을 통해서 그 순간 이전과 이후를 맘껏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ㅡ. 미술 작품에 비해 사진을 더 친숙하게 느낀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고가의 장비를 구입해서 사진을 제대로 찍어본 적도 없고, 반대로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을 제대로 감상해본 적도 없다. 똑딱이라 불리는 디지털 카메라로 뭔가 기념할만한 일이 있어야지 겨우 찍는 정도였고,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멋진 사진만 슬쩍 슬쩍 봤던 것이 전부이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직접 제대로 된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 이전에 사진작가의 멋진 작품을 제대로 볼 수 있기를 소망했다. 그 기회를 이제야 만날 수 있었다. 나의 품에 들어온 『The Photography Book』을 통해서 말이다 ㅡ.

 



 

『The Photography Book』은 500명의 사진작가를 -그들의 작품과 함께- A부터 Z의 알파벳 순서로 소개하고 있다. 한 페이지의 대부분을 작품이 차지하고 있고, 위쪽에 작가의 이름, 작품의 제목, 그리고 설명이 들어가 있는 형식이다 ㅡ. 사진도 깔끔하게 나와 있고, 설명 또한 -나 같이 사진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봐도 괜찮을 정도로- 이해하기 쉽게 되어있다. 굳이 설명이 아니더라도,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느끼는 많은 것들-나 혼자서 펼치는 상상의 세계-은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로인해, 한 장의 사진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들이 글로 쓰인 그 어떤 이야기들보다 더더욱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만만치 않은 두께를 가진 『The Photography Book』을 보고, 조금씩 야금야금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기에 앞서 살짝 맛본다는 생각에 한 번 훑어나 봐야지 하면서 책장에서 책을 꺼내 들었다. 한 장, 두 장 페이지를 넘기다가 어느 순간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물론 책이 크고 무거워서 자연스럽게 바닥으로 내려가게는 되었지만,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니었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나를 점점 끌어당겼고, 바닥도 나에게 앉아라~ 앉아라~ 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져들었다 ㅡ.

 



 

비틀즈, 마돈나를 비롯한 유명 인사들을 새로운 감각의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었고, 큭큭~ 웃음이 터져 나오는 재미있는 사진들도 만날 수 있었고, 사진 한 장으로 담아낸 누군가의 삶을 직접 느껴볼 수도 있었고, 평소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누군가의 얼굴 사진을 통해 아름다움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정말 가슴 아프게 느껴지는 다양한 사진들을 집에서 한 권의 책으로 만나는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ㅡ.

우리 삶의 단 한 순간일 뿐인데, 그것도 아주 잘게 끊어놓은 찰나일 뿐인데,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지.. 사진의 위대함에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많은 사진을 통해서 느낀 많은 감정들을 또다시 글로 나타내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다. 하긴, 글로 나타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다양한 작가들의 다양한 세상의 모습을 담은 책을 바라보며, 나 자신도 더 많은 것들을 담아낼 수 있는 더 큰 그릇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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