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20
에밀리 브론테 지음, 안동민 옮김 / 범우사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이 언제나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받지 못하거나(변심, 짝사랑 등의 이유로) 죽게 되면 그와 관계 맺었던 사람들은 불행해진다.

소설 『폭풍의 언덕』에는 '폭풍의 언덕'이라는 이름의 저택에서 3대에 걸친 여러 가지 사랑이 등장하며 그것으로 인해 복잡하게 얽히는 불행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1세대인 캐서린과 힌들리의 아버지인 언쇼 씨는 이름도 없는 가난한 고아를 데려가 키우며 그에게 히스

클리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가난한 고아를 데려와 기른다는 것은 사랑의 행위라고 할 수 있으나 그로 인해 캐서린, 힌들리, 히스클리프 모두에게 상처가 되는 계기가 된다. 언쇼 씨는 히스클리프에게 애정을 많이 쏟아 힌들리는 그에게 아버지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느끼고 원한에 사무치게 된다(51쪽).

언쇼 씨가 죽게 되자 재산을 힌들리가 받게 된다. 그는 히스클리프에게 교육도 시키지 않고 하인만큼 일을 시킴으로써 복수를 한다. 그 와중에도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유년 시절을 함께 야생마처럼 보내면서 서로를 사랑한다. 혼기에 찬 캐서린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히스클리프과 결혼하지 않고 에드거와 결혼하게 된다. 물론 캐서린은 에드거와 결혼해서 히르클리프가 출세하도록 도움으로써 힌들리 오빠로부터 독립을 시켜주려고 의도하지만(106쪽) 히스클리프는 그 얘기를 듣지 못한 채 이미 나가버렸다.

학대받으며 자란 히스클리프에게 캐서린의 사랑이란 절대적이었을 텐데 그녀의 변심은 커다란 폭력을 낳는다. 히스클리프는 마을에서 사라져 3년 만에 돌아와 폭풍의 언덕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고 린튼의 여동생인 이사벨라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녀와 도망쳐서 결혼한다. 히스클리프는 이사벨라를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오빠에게 상처를 줘서 궁극적으로는 캐서린에게 상처를 주기 위함이었다. 이사벨라는 히스클리프의 냉정함과 안락함에서 벗어난 생활 때문에 그에게서 도망해 남자아이를 낳고 죽는다.

히스클리프의 복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폭풍의 언덕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힌들리의 아들인 헤어튼에게 자신과 당했던 것과 똑같이 교육도 시키지 않고 거칠게 키우며 일만 시킨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복수가 주인공들을 완전히 집어삼켜 버렸을까? 다행히도 그렇지는 않다. 3대에 이르러서야 그것은 풀리게 된다. 캐시(캐서린의 딸)는 히스클리프의 악마성에도 불구하고 폭풍의 언덕으로 와서 그 저택의 사람들과 지내게 된다. 히스클리프는 더 이상 남들을 괴롭히지 않기로 하고 죽음에 몸을 맡긴다.

비록 히스클리프가 제대로 양육한 것은 아니지만 알콜중독자에 일찍 죽은 아버지를 대신해서 키워진 헤어튼이 히스클리프의 장례식에서도 애도함으로써 3대에 이르러서야 폭풍은 물러간다.

이 작품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상당히 많이 잃는다. 우선 언쇼 씨의 아내가 어린 히스클리프를 데리고 오자 얼마 되지 않아 죽었으며, 그 뒤를 이어 언쇼 씨가 죽었으며 캐서린도 죽어 히스클리프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남긴다. 이사벨라도 죽음으로써 에드거 린튼도 곧이어 죽게 된다.

언쇼 씨가 죽음으로써 히스클리프는 더 이상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고 캐서린이 죽음으로써 히스클리프와 에드거 린튼은 큰 고통을 받는다. 이사벨라의 죽음은 에드거 린튼을 그녀가 죽은 지 6개월 만에 죽게 될 정도가 되고 그녀의 아들인 히스클리프 2세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아버지와 살게 된다.

소설 말미에서 보여주듯 죽음이 나쁜 기능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히스클리프가 죽고 나자 "저기 저 산기슭에 히스클리프 씨와 웬 여자가 있어요."라고 꼬마가 말(417쪽)한 것처럼 비록 삶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이 죽음을 통해서 완성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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