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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를 보는 눈
다카시나 슈지 지음, 신미원 옮김 / 눌와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의 곰브리치라는 다카시나 슈지 아저씨가 쭈욱 훑어주는 서양미술사. 르네상스 시대부터 최근의 추상미술까지 서른 명 가까이 되는 유명 화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화가별로 아주 짧은 브리핑 수준이지만, 그 화가의 대표적인 컨셉을 콕콕 잘 짚어주고 있고, 역사적 맥락에서 전체적인 흐름을 편한 기분으로 따라갈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화가들마다 대표작을 하나씩 선정해서 페이지 전체에 보여주며 시작한다. 이 그림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가 필이 올 때 본문을 읽기 시작하면 된다. 그림을 요모조모 설명해주기도 하고,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 주기도 한다. 부분부분 확대해서 미처 보지 못했던 곳까지 설명해주기도 하고. 이야기하는 패턴이 반복되어 좀 지루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땐 잠시 책을 덮어놓고 tv를 본다든가 딴짓을 하다가 다시 읽으면 된다. 이런 책이 좋은 점은 다른 책과 섞어 읽기가 가능하다는 것. 삘이 안 올 땐 잠시 접어둬도 되고, 삘이 좀 강하게 오는 화가를 만나면 며칠은 그 챕터에 할애하면서 그림을 보고 또 봐도 좋겠다.
한 번은 완독하자라는 미션을 수행하였으니.. 앞으로도 책꽂이 가장 손 가기 좋은 곳에 두고, 생각나는 그림 한 편씩 다시 들춰보련다.
이 책을 읽다 보니, 학교 다니며 들었던 <서양미술의 이해>라는 수업이 생각나는데, 아무래도 나는 그 수업이 좋았나 보다. 쯧쯧, 깊이 있게 파는 것보다는 쉬리릭 훑어보는 걸 더 좋아하는 게야. 아무튼! 이번에 새롭게 발견한 매력 작가는, 침묵어린 빛을 잘 덮어낸 얀 베르메르, 뻔뻔쟁이 몽환의 작가 앙리 루소. 아, 램브란트의 플로라 시리즈의 변천사나 아버지 눈치를 보느라 이중생활을 했던 세잔의 뒷얘기도 인상적이었다. 왠지 모를 상투적 느낌에 눈여겨 보지 않았던 마르크 샤갈도 새롭게 보였다. <나와 마을>은 정말 멋지다.
역시. 두고두고 다시 보면서 소화해야 할 책. 다 먹고 나서 가지를 친다. 벌써 배부른 느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