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너무 예쁘다. 표지만 가만 바라보고 있어도 어딘가로 그저 빨려들어가는 느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동경에 그칠 배낭여행. 그것도 일주일, 한달이 아닌 몇개월, 몇년의 여정으로 떠도는 사람들. 자유로움으로 가득 채색된 그들의 기억이 온전히 그들의 목소리로 이야기되어 있다. '이야기 들려줌'이란 광고 컨셉이 딱 그대로 맞아떨어진다. 저자처럼 어딘가의 까페에 카푸치노 한잔을 마주하면서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세상은 아직 그렇게 험하지만은 않고, 사람들은 아직 순수를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들 여행의 출발과 끝은 완결된 스토리로 전해지지도 않고, 카오산로드를 스쳐가는 이들의 순간만이 진정 순간답게 포착되어 있을 따름이다. 책을 읽는 중간,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는 순간, 허전함이 문득문득 찾아든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오세아니아와 중남미와 동남아시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세상 반쪽만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물질문명에 경도되어 각박해져만가는 인생에 지쳐 삶에 숨을 불어넣기 위해 떠났다는 여행들, 처음엔 그런 그들의 일탈과 모험이 감탄스럽기만 하지만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인터뷰들이 이어질수록 중간중간 이야기들이 긴장감을 잃어 지루하게 느껴지기

도 한다. 왜 그런 거 있잖은가. 착한 이야기만 줄창 읽었을 때 느껴지는 따분함 같은. 하지만 미처 불평을 쏟아내기도 전에 입안엔 감탄이 맴돈다. 그 감탄의 80%는 이 책의 비주얼에서 비롯한 게 아닌가 싶다. 어느 한장도 예쁘지 않은 사진이 없다. 책 내용과는 상관없이 사진들을 구경하게 해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먹을 욕이 없어 보인다. 텍스트의 부족함을 사진들이 넘치게 채워주고 있으니까. 여행 에세이를 여러 번 봐와서 그런 지 크게 인상적이거나 감동적인 스토리는 없었다. 화자의 어투도 너무 교훈적인 감동을 끄집어내려는 듯 하달까. 여행의 시작과 끝을 묘사하는 그의 태도에서 솔직히 깊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주말 동안 이 책을 보며 마음에 그려진 이국적인 풍경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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