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베르메르 - 누가 명화를 훔치는가
구치키 유리코 지음, 장민주 옮김 / 눌와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1990년 3월 18일 밤. 미국 보스턴 펜웨이에 있는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에 도둑이 침입한다. 그리고 몇 점의 그림을 훔쳐간다.

도난당한 그림은 즉각 신고 됐고 500만 불이라는 거액의 현상금이 붙는다. 수사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나섰다. 도대체 어떤 그림이기에 이처럼 거액의 현상금과 FBI까지 나섰을까.

당시 도난 작품은 렘브란트의 '검은 옷의 부인과 신사', '갈릴리 바다의 폭풍', 그리고 이 둘보다 더 가치 있다는 베르메르의 '세 사람의 연주회'다.

두 사람은 17세기 네덜란드를 대표하던 화가였기 때문에 이들 작품은 가드너 미술관 2층 네덜란드관에 함께 전시돼 있다 변을 당했다.

도둑은 벽에서 액자를 떼어낸 후 바닥에 놓고 액자 안쪽을 커터 칼로 도려내는 난폭한 방법을 사용했다. 현장에 떨어진 그림물감 조각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림이 많이 상했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안타까운 순간이다. 그렇다면 누가, 왜 이러한 짓을 하는가. 뜻밖에도 그림도둑은 돈을 노린 단순 절도도 있지만, 정치적 목적까지 가지고 있는 자들도 있다니 흥미롭다.

명화 절도, 금전적 목적만이 아니다

저널리스트 구치키 유리코의 <도둑맞은 베르메르>는 가드너 박물관에서 도둑맞은 베르메르의 그림을 중심으로 그림 한 점이 유명해지는 과정과 그림을 둘러싸고 엮여있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역동적으로 그려낸다.

유리코는 이미 <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풀다>를 지어낸 베르메르의 전문가. 이번엔 도둑맞은 명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었다.

1990년 도난 당시 베르메르는 사실 렘브란트보다 지명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1995~96년 워싱턴과 네덜란드에서 열린 개인전을 통해 베르메르는 렘브란트를 가볍게 누르고 네덜란드 대표화가로 등극한다. 개인전에는 무려 78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 베르메르의 <세 사람의 연주회>, 캔버스에 유채, 72.5 X 64.7cm(1665~1666)
ⓒ 이사벨라스튜어트가드너
렘브란트의 작품은 유화만 300여 점이 남아있는 반면 베르메르의 작품은 30여 점에 불과하다. 희소성의 가치가 가장 빛을 발하는 곳이 미술계가 아니던가. 그의 '세 사람의 연주회'에 대한 감정가액은 최소 1억불에 달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베르메르 작품 도난 사건이 전에도 많았다는 것이다. 이미 세 점의 그림이 범죄 표적이 되어 잃었다가 되찾았다. 그 중 '편지를 쓰는 여인과 하녀'는 두 번이나 도둑맞는 운명을 겪기도 했다.

베르메르는 작품 수에 비해 도난이 잦다. 이유는 테러집단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그림 자체를 인질화시켜 교섭을 이끄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 가치란 다름 아닌 희소성이 만들어 낸 그림 값이다.

가드너 미술관 도난사건은 피해규모가 사상 최대로 추정되고 있다. 모두 2~3억 불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당초 100만 불이던 베르메르의 작품 현상금은 1997년 500만 불로 치솟았다.

이유는 시중에서 유통시킬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에 현상금을 받고 되돌려 달라는 의미다. 그러나 아직 사건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드너 도난사건 미궁...피해액 3억 불 추정

또 한 가지 흥미 있는 것은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다. 1999년 뉴욕으로 이주한 저자는 신문에서 그림 도난사건 기사를 자주 접한다. 가드너 사건에 대한 후속기사를 접한 것도 이때다. 작품 목록과 작품 판매처(사실이 아니지만)로 일본이 언급된 것이 저자의 흥미를 끌었다고 한다.

수많은 미술품 도난사건 중에서 베르메르에 초점을 맞춘 것은 그의 작품들이 매우 상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했다.

1970년대 이후 일어난 미술품 도난사건을 통해 미술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고 범죄자들은 미술품을 현금화하기 쉬운 유가증권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범인들은 비싼 것 ‘한 방’을 노리게 됐고 베르메르는 구미 당기는 표적이 된 것이다.

가드너 미술관에는 세로 161.7cm, 가로 129.8cm의 액자가 아무 것도 채워져 있지 않은 채 걸려있다. 렘브란트의 ‘검은 옷의 부인과 신사’란 그림이 있던 자리다. 대신 안쪽 벽지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있다.

'이 갤러리에 있는 내용 없는 액자가 말해주는 것처럼 1990년 3월 18일 밤, 경관으로 위장한 강도가 가드너 미술관에 침입해 몇 점의 작품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컬렉션 대부분은 무사했으며 갤러리에도 특별한 손상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이 작품이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하며, 또한 도난당한 미술품에 대한 수사 열기가 식지 않고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작품들의 도난과 관련된 정보를 알고 계신 분은 연방수사국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과연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림을 훔쳐 갔는지. 그림의 향배와 500만 불의 주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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