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빛깔있는책들 - 한국의 자연 257
김철수 지음 / 대원사 / 200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로 거제도다. 거제도는 해안선 길이가 386.6㎞(700리)에 달한다. 가장 큰 섬인 제주도(250여㎞)보다 100여㎞이상 길다. 그만큼 해안선이 꼬불꼬불하다. 거제도는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남도 거제시에 속한다. 본섬과 69개의 유무인 부속도서를 가지고 있으며 일본 대마도와는 32해리(60㎞) 거리에 있다.


거제는 한자로 클 거(巨), 구제할 제(濟)로써 ‘크게 사람을 구하는 섬’이란 뜻이다. 또 바다 건너 많은 섬을 거느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1900년 이전에는 한산도를 포함한 통영 앞바다에 크고 작은 섬들이 거제도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다.


거제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때는 놀랍게도 구석기시대로 추정된다. 이는 지역에서 출토된 당시 토기와 석기유물이 증명해준다. 또 청동기시대 대표적 유물인 고인돌(지석묘) 유적이 섬 전역에 분포돼 있어 이미 선사시대부터 거제도에는 원시조상들이 농경과 천렵을 하면서 살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선사 이후 기록물에 따르면 삼한시대 변한 12국 중 독로국(瀆盧國)의 일부로 추정되며 757년(신라 경덕왕16년)부터 거제군이라 하였다. 1914년 통영군에 폐합되었다가 1953년 거제군으로 환원되었으며, 1995년 거제시에 편입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거제도의 역사는 물론 유물, 유적, 관광지, 문화와 섬사람들을 소개한 바다 색깔의 알싸한 책이 출간됐다. 현재 거제중앙고등학교에서 생물을 가르치고 있는 김철수 씨는 거제의 해안선 700리를 몇 바퀴쯤 돌았음직한 종합 기록물인 <거제도>를 선보이고 독자를 쪽빛 바다가 넘실거리는 곳으로 유혹한다.  


거제도의 이름이 국민의 뇌리에 각인돼 있는 것 중 하나는 한국전쟁 당시 세워졌던 포로수용소일 것이다. 전쟁 중 원래는 대전형무소 내에 설치됐던 포로수용소는 전황에 따라 대구, 부산 영도 등으로 이전된다.


그러나 14만 여명의 포로를 이동시키는 일이 쉽지 않음에 따라 제주도와 거제도가 새로운 장소로 거론됐으나 제주는 피난민과 공산주의자가 많고 식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제도가 최종 낙점됐다. 이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선택은 공산포로 폭동이라는 비극의 기록을 남긴다.


1970년대 들어서는 제3차 5개년 계획에 따른 중화학공업 육성책에 따라 옥포만에 옥포조선소가 들어선다. 그러나 오일쇼크와 사업변경 등 진통을 겪으면서 흐지부지 되다가 8년 뒤 대우가 새 주인이 되면서 옥포조선소가 활기를 띠면서 오늘에 이른다. 이후 삼성중공업 역시 거제조선소를 세움에 따라 명실상부한 조선(造船)전초기지가 된다.


그러나 개발에는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경작지와 야산이 집터로 변했고 식수 해결을 위해 댐을 만드는 과정에서 마을이 수몰되는 등 실향민까지 양산했다. 대우조선이 들어서면서 사라진 아양골은 신라시대부터 있었던 마을이고 거제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몽돌해변이 있었던 곳이라고 저자는 안타까워한다.


저자는 식물생태학 박사 출신으로 전문가 시각으로 동백림, 팔색조 도래지, 아열대 기후와 상록수림, 해양생물 등을 화보와 함께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또 섬 전체를 중부권을 포함해 4분할해서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과 문화를 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칠천도, 가조도, 이수도, 내도와 외도 등 부속 섬들을 드나들며 각각이 지니고 있는 특성을 뽑아내 ‘섬속의 섬’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거제도를 상징하는 노래도 있다. '거제의 노래'는 1956년 초대 거제교육감을 지낸 신용균 씨가 군민의 노래를 공모했는데 시조시인 무원(無園) 김기호 선생의 글이 당선돼 채택된 것이다. 노랫말은 충무공 기개와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지, 순박한 섬사람들의 인심을 잘 나타내고 있다.


거제의 노래


섬은 섬을 동아 연연 칠 백리

굽이굽이 스며 배인 충무공의 그 자취

반역의 무리에서 지켜온 강토

에야디야 우리 거제 영광의 고장


구천 삼거리 물 따라 골도 깊어

계룡산 기슭에 폭포도 장관인데

갈곶지 해금강은 고을의 절승

에야디야 우리 거제 금수의 고장


동백꽃 그늘 이지러진 바위 끝에

미역이랑 가시리랑 캐는 아이 꿈을랑

두둥실 갈매기의 등에다 싣고

에야디야 우리 거제 평화의 고장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왜구의 잦은 침입이 잦았고 이에 대비한 성곽이 유난히 많은 것이 특징인 거제가 서서히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청마 유치진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고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해금강, 무엇보다 눈앞에 펼쳐진 한려수도가 유혹하는 섬 거제도. 저자에게 섬 가이드를 부탁하면 흔쾌히 받아 줄 것 같은 넉넉함이 전해지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