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거대한 과학의 나라 - 봄나무 과학 책 7
홍성민 지음, 박양수 그림 / 봄나무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봄기운이 차오르던 경복궁 향원정 연못 위로 칼날 같은 바람이 분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몰려 와 넣었던 겨울옷을 꺼내게 한다. 이런 칼바람이 이틀만 들이치면 향원정에 다시 살얼음 꽃이 피겠다. 그래, 이 참에 ‘이한치한’으로 빙하의 나라 남극으로 달려보자.

빙하라면 지구온난화의 최대 피해자이자 자연이 인간에게 가하는 자연재해의 가장 큰 잠재 가해자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빙하는 떠다니는 만년빙이다. 만년빙은 눈이 쌓이고 쌓여서 압력으로 얼음마냥 단단히 굳어진 것이다. 이런 빙하가 서서히 녹아 없어지면서 극지방의 위성사진 모양을 바꾸는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니, 걱정스럽다.

지난 2004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 남극 세종기지 18차 월동대장으로 다녀 온 저자는 기간동안 다섯 차례 보낸 메일을 정리해 남극의 빙하세계를 어린이들에게 펼쳐 보인다. 빙하박사인 저자는 해박한 과학적 지식을 초등학생 눈높이로 대화하듯 쉽게 풀었다. 이 책 역시 수많은 총천연색 자료사진과 만화형식의 삽화를 통해 책 두께에 주눅들만한 아이들을 달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는 ‘홀로세 간빙기’라는 비교적 따뜻한 때다. 이 시기는 약 1만 년 전부터 시작돼서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빙하기는 다시 올 가능성이 높다는 과학적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만 그 시기가 현 세대에서 걱정할 만큼 빨리 오지는 않기에 그나마 태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닥칠 빙하기 때문에 살얼음판 위를 걷는 삶을 살아야 할지 모르지만.

빙하는 지구의 역사를 담은 거대한 냉장고다. 차곡차곡 쌓인 눈 사이로 역사가 한 페이지씩 고스란히 담겨있다. 남극 대륙 빙하의 평균두께는 2160미터. 가장 두꺼운 곳은 4800미터에 이른다. 빙하에 구멍을 뚫어 연구목적으로 캐낸 것을 빙하코어라고 하는데, 지난 2004년에는 74만 년 전 얼음을 캤다고 하니 그 속엔 참 많은 역사적 정보가 들어 있음직하다.

과학자들은 이런 정보를 분석해 과거에 지구의 오염도를 측정하기도 하고 기후의 변화를 예측하는 등 ‘온고이지신’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지금은 빙하의 과거보다 미래가 중요한 시대다. 온실가스효과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지난 2000년에는 너비 37km에 지름이 무려 295km짜리 초대형 빙산이 해수면으로 솟으면서 쪼개졌는데, 작은(?) 파편의 길이는 160km였다.

이들은 극해를 떠돌면서 서서히 녹아 없어지면 그만큼 해수면이 상승한다. 극지방 얼음이 모두 녹으면 무려 7m 가량 바닷물의 높이가 높아진다니, 빙하기가 오기 전에 대홍수가 먼저 올 수 있다는 가정도 가능하다. 저자는 이런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며 책을 마무리 한다.

문외한에게도 흥미를 유발하는 책은 그러나 전문용어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들에겐 다소 무리인 듯 하다. 저자는 책 말미에 2003년 남극기지에서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전재규 대원에 대한 명복을 빌면서, 우리나라 남극탐험의 중간보고를 모두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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