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즌 빈스 블랙 캣(Black Cat) 12
제스 월터 지음, 이선혜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1월
절판


우리는 자유를 받은 거야, 레이! 감옥에서 풀려난 게 아니라 과거의 우리한테서 풀려난 거라고! 그 사람들은 우리한테 새사람이 될 기회랑 구덩이를 메울 기회를 준 거야. 레이, 기회가 얼마나 귀한 건지 알아? 그걸 잡는 게 얼마나 어려운 줄 알아? 그건 우리가 지금껏 해온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한 거야. 하지만 원한다면 그 기회를 우리 걸로 만들 수 있어, 레이. 우리가 할 일은......, 아침에 일어나서 일하러 가는 거야. -372쪽

역사는 우리가 아직 갖지 못한 기억이다. 그것은 오만과 몰락의 끊임없는 반복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우리는 어떤 일이 닥쳤을 때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하고 있었음을, 그리고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것과 다른 결과를 얻은 적이 한번도 없음을 깨닫게 된다.-3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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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골의 서
로버트 실버버그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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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이야기의 전체적인 형식은 네 명의 주인공이 화자가 되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이다. 같은 사건을 서술하는 네 명의 다른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무래도 각자의 챕터를 맡은 사람의 입장에서 서술되기에 대화체의 이야기 서술이 아닌 머릿속 생각을 읊조리는 형식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남의 생각을 좇아가게 되니까 대화글보다는 묘사, 은유적인 표현이 많아서 좀 더 집중력을 요하기는 한다. 그렇지만 소재자체가 재미있는데다가 같은 사건에 대한 다른 생각들이 이야기에 흥미를 돋우워주었다.
간단한(?-과연 간단하게 끝낼 수 있을까...)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일라이라는 대학생이 '두개골의 서'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고 그 책에 담긴 영생에의 비의를 보게된다.
그 비의중 중요한 두 가지 중 하나가
넷으로 이루어진 동아리가 구성되어야 한다는 거다.  마침 일라이의 룸메이트가 네 명이다. 그들은 부잣집에 덩치 좋고 생각 별로 없는 티모시, 미국 남부 농촌 출신에 몸좋고 잘생기고 머리까지 좋은 올리버, 약빠르고 시쓰기를 좋아하는 동성애자 네드, 여리여리하고 똑똑한 언어학 전공의 유대인 일라이까지 네 명.
또, 이 책의 가장 큰 모티브가 되는 비의는 다음과 같다. 

"아홉번째 비의는 이것이다. 생명의 대가는 언제나 생명이어야 하는 법. 고귀한 자여, 영원은 반드시 절멸에 의해 보상되어야 함을 알라. 그 불변의 균형을 기꺼이 수용해야 할지니. 둘은 우리 품에 받아들여질 것이되 둘은 암흑으로 가야 할지로다. 사는 것이 매일 죽는 것이듯, 죽음으로 해서 영원히 살 수 있는 것이다. 사각의 형상을 갖춘 형제들이여, 그대들 중 누군가 스스로 영생을 포기함으로써 동지들이 자기 부정의 의미를 깨닫도록 할 수 있겠는가? 또한 그대들 중 동지들에 의해 희생되어 배제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케 할 자 있는가? 희생자들이 스스로 정하게 하라. 사멸의 고귀함으로써 삶의 고귀함을 결정하게 하라." p76-77

애매하게 씌어져 있으나 이들이 머리를 싸매고 해석해낸 결과는 우선 자진해서 자살하는 사람이 하나 있다. 남은 셋 가운데 둘이 다른 한 명을 살해한다. 그러면 남은 둘은 영생을 할 수 있다. 그것이 영생의 조건이다. 이것이 비유적인 것인지 실제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것인지. 그들은 그런 정확한 믿음 없이 어찌보면 진지한 고민없이 봄방학 기간을 맞아 두개골 사원이 있다는 애리조나로 떠난다. 

난, 내내 그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영생이 좋다는 건 알겠다만, 그게 다른 누군가의 희생 위에 이루어지는 거라면, 영생이 무슨 소용이랴! 영원토록 그 죄책감은 어떻게 할래? 엉?
어찌되었건 그들은 애리조나에 도착하여 두개골의 사원을 발견해낸다.  
사원에서 두개골의 수호자들을 만나 그들로 부터 일종의 수련을 받게 된다.
이후 이들이 영생을 얻었을까? 읽어보시라. 

이 책을 읽고 내게 가장 오랜 생각을 하게한 부분이 두 군데가 있었다.
그 중 한가지는 영생을 얻는다면 어떻게 할까 하는 일라이의 상상 부분이다. 
영원한 삶을 얻는다면 그가 하고 싶은 일들이라는 게 내가 가진 생각과도 무척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적어진다는 사실에 두렵다. 좀 더 뭔가를 이루고 싶고 내가 좀 더 어렸다면, 내게 좀 더 시간이 많다면 이것도 저것도 다 할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들.
그런데 영원한 시간이 있다면 몇십년의 여행, 몇십년의 수련, 몇십년의 독서,  집중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팔 수 있을 거니까. 정말 다양한 분야의 장인이 될 수 있을 거다. 무척 매력적이다! 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으니까. 그걸 모조리, 그리고 깊게. 다 팔 수 있다는 거야.  혹했다. 오옷. 영원한 삶이란 영원한 시간이다! 좋다!
 그런데 그 뒤의 이야기가 뒷통수를 친다. 결혼은 할 수 없다. 결혼을 했다가도 십여년이 지나면 이혼을 해야할거다(늙지 않는 사람이 두렵지 않을 배우자가 있을까?) 신분증은 여러 번 갈아치워야 할 거다. 예전의 자신을 어떻게 죽이고, 또 자신의 재산을 새로운 자신에게 넘겨줄 수 있을까?  
 영원한 삶은 또한, 영원히 숨어 지내야하는 삶과도 같다. 가까운 사람은 만들 수 없는 삶. 얼마나 외로울까. 영생이란 처음엔 좋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형벌과도 같을 거다.
예전에 영원한 삶을 사는 사람에 대한 영화를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이랜더였던가? 그의 삶이 무척 불쌍했었는데.
각설하고, 그리하여서 영생까지는 별로고 한 백년 정도만 더 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늙고 병들지 않은 젊은 상태로. 뭐, 상상이니까 욕심은 있는대로 부려볼테다.)
또 기억에 남는 한 가지는 수련 과정 중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가장 큰 치부를 고백하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매일 일정한 시간에 네드는 티모시에게 자신의 치부를 고백한다. 그럼 그 다음날은 티모시는 올리버에게 고백. 다음날, 올리버는 자신의 가장 큰 비밀을 일라이에게 고백. 마지막으로 다음날 일라이는 네드에게 고백.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그들의 비밀은 무척 음험하고 추했으나, 누구나 까뒤집어 보면.. 이쯤의 추함은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어쩐지 이들이 부럽기도 했다.
자신의 비밀을 누구에게 털어놓는다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기도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후련한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비밀이 이 책에서와 같이 절대 고백하는 사람 외의 다른 누군가에게 밝혀지면 안된다는 그런 강력한 제약 아래서여야겠지만. 난 뭘까? 내내 생각했다. 난 어떤 고백을 할까? 내 속의 어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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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날 그후 - SF거장 14인이 그린 핵전쟁 그 이후의 세상
노먼 스핀래드 외 지음, 마틴 H. 그린버그 외 엮음, 김상온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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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들은 거개가 5,60년대(그 이전도 이후 것들도 있다만)에 발표된 작품들로,
그 속에서 그리고 있는 핵전쟁 후의 이야기는 2008년 현재를 살고 있는 내게는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었다. 워낙 많은 영화에서 비슷한 주제를 다루기도 했고 이미, 핵을 겪은 나라에서 발견된 여러 증례들로 간접 경험을 해 왔었기에.  
하지만, 뻔한 얘기가 아니냐 해도 난 이 책이 무척 좋았다. 신선한 소재가 재미를 주는 책들이 있는 반면, 다 아는 얘기라도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가슴에 울림을 줄 수 있는 거니까 말이다.
책을 읽으며 놀라웠던 점은, SF작가들이 예언자가 아닐까 하는 거였다. 40년대 50년대에 그린 미래의 모습이란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세계와 흡사한 모습이 많았다.
그런 그들이 얘기하고 있는 핵전쟁에 대한 경고는 섬찟하고 가슴을 떨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14편의 단편 대부분이 좋았지만 '세상을 파는 가게', '현대판 롯', '바퀴', '내일의 아이들', '누가 상속자인가', '부드러운 비가 올거야', '시카고 어비스 역으로' 가 가장 좋았다. 

 이 중에서도 '시카고 어비스 역으로'를 읽으면서는 엉엉 울었다.
역시 핵전쟁 후, 사람들은 피폐하고 궁핍하다. 한 노인이 벤치에서 풀잎을 말아 담배를 피우는 시늉을 하는 남자에게 다가가 옛 추억을 이야기한다. 담배는 어떻고, 진짜 오렌지는 어떻고.. 아마 이건 듣는 남자에겐 소위 '염장지르는 내용'이었을 테고 노인은 남자에게 무지막지하게 얻어맞았다. 남자는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경찰을 부르러간다. 이 노인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남자가 자신의 집으로 몸을 피하도록 도와주고 귀한 식사까지 대접한다. 사실, 이 남자는 노인을 그동안 찾고 있었는데 그 이유인즉슨 노인이 꽤 유명했기 때문이다. 노인은 이 사건 이전에도 꽤 오랫동안 그 근방에서 옛 추억을 이야기하며 돌아다녀왔고 그게 입소문이 꽤 나 있는 상태였던 거다. 노인에게 왜 그런 행동을 하여 사람들을 자극하는 바보짓을 하는지 묻자 노인은 이렇게 얘기한다.

"모든 걸 잊어가는 세계에 내가 줄 수 있는 게 뭘까? 그건 바로 내 추억이었던 거요. 그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바로 비교의 기준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거요. 젊은 사람들에게 한때는 어땠는지를 얘기해줌으로써 지금 우리가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를 깨우쳐주는 거지. 게다가 추억하려고 애쓸수록 더 많은 기억이 살아나는 게 아니겠소!....중략.... 한 번은 어떤 남자가 캐딜락의 대시보드에 어떤 계기들이 있었는지 기억하느냐고 묻습디다. 그래 자세하게 말해줬지. 그 남자는 가만히 듣더니 비오듯 눈물을 흘리더구만. 기뻐서 운 건지 슬퍼서 운 건지는 지금도모르겠지만, 난 그저 추억할 뿐이라오."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파트 주변이 술렁인다. 바깥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그들은 모두 노인을 보려고 모여든 것이다. 사람들은 한 두 사람씩 조용히 들어와 앉았다. 그 장면이 이렇게 묘사되어 있다.

주인 남자가 문을 열고 밖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파트 주민들이 한 두 사람씩 조용히 들어왔다. 마치 예배당이나 교회, 혹은 영화관이나 자동차 극장으로 알려진, 일종의 성전으로 들어서는 것 같았다. 오후 늦은 시간, 밖에는 해가 지고 있었고 곧 저녁의 어둠이 내릴 터였다. 그리고 실내의 어둠 속에서 희미한 불 하나가 켜지고 노인의 음성이 들릴 것이었다. 그러면 청중들은 서로 손을 잡고 그의 말에 빠져들겠지. 그 옛날 영화관 객석의 어둠 속에서. 어둠에 휩싸인 자동차 안에서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말과 기억들, 팝콘, 껌, 청량음료, 캔디......


노인은 이후 남자가 준 기차표를 받고 시카고 어비스역으로 간다. 남자가 노인에게 너무 유명해져 버렸으니 1년 정도는 말하지 말고 조용히 지내라는 경고를 해주었고 노인은 열차를 타고 가는 내내 충실히 지켜낸다. 그런 그를 남루하고 야윈 한 소년이 말끄러미 지켜보고 있다. 몇 시간이 흘러도 객차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잠들어도 노인과 소년은 그렇게 바라만 보고 있다.
노인은 조용히 얘기하기 시작한다.

"쉬, 얘야. 이름이뭐지?"
"조지프요."
"조지프......" 노인은 말을 아꼈다. 소년을 향해 몸을 굽힌 노인의 눈이 상냥하게 빛났다.
얼굴에는 창백한 아름다움이 가득했다. 그의 눈이 커졌다. 어딘가 먼 곳, 뭔가 숨겨진 것을 보는 눈이었다. 노인이 목청을 가다듬었다.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을 만큼 상냥하게.
"그래, 조지프." 노인이 속삭이며 부드럽게 손가락을 들었다.
"옛날 옛적에 말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난다. 노인과의 만남은 소년에겐 참 행운이었을 거다. 현실은 시궁창이더라도 소년은 이제 꿈을 꿀 거리를 갖게 되었으니까.

덧. 이 책에서 그려낸 핵전쟁 후 인간군상은
1. 폭력 투쟁을 통해 야만적으로 살아가는 인간
2.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
3. 약빠르게 현실에 적응하고 대처해나가는 인간
4. 세상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예전방식을 고수하다 도태되는 인간

이런 정도로 그려져 있는데, 상상도 하기 싫지만 난 저 중에 몇 번에 속할까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나라면 아마 4번에 가장 가깝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도 현실감각은 별로 없는데다 해가 갈수록 적응능력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지고 있으니까. 현재가 평화로운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어쨌건 정말 정말 이런 세상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 책을 각 나라의 지도자들이 읽고 가슴 깊이 새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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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74
존 버닝햄 글, 그림 | 이주령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놀랍도록 성실하게 선물을 전해주러 가는 산타 할아버지 이야기입니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는데, 처음엔 좀 지겨워하는듯 하더니 서서히 산타할아버지의 노고를 인정

하듯 빠져들더군요. 특히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전달하고 난 후 산타할아버지가 돌아가기까지 우여곡절이

담긴 그림들에서 아이들이 어찌나 좋아하던지 그 까르르 웃던 웃음소리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아이들을 잡아당기는 그림책의 힘을 실감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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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1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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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보노보노는 세상세 온통 궁금한 것 투성입니다. 왜 나는 집이 없는가. 자립이란 무엇일까. 저기서 나는 소리는 무언가. 또 세상에는 왜 재미난 일만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처음에는 그저 심심풀이로 볼만한 네컷만화겠거니 하고 집어들었지만, 읽어나가면서 보노보노의 질문에 대답하려고 끙끙거리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보노보노가 만약 질문하면 어떻게 대답할까? 그 황당한 상상을 바로잡아줄 수 있을까?

보노보노는 보노보노의 친구들(너부리, 포로리)과 함께 언제나 그 해답을 찾아다닙니다.해답을 찾기도 하고(주로 야옹이 형의 도움을 얻지요) 해답을 찾지 못하고 신통치 못하게 흘러가기도 하지만.. 어쨌든 우리에게 질문은 남겨놓은 거지요. 보노보노의 질문에 너는 어떻게 대답할래.. 라구요. 보노보노의 이런 모습은 우리의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어릴 때에는 온갖 것이 다 궁금했고.. 원래 그런 거라는 어른들의 대답에 점차 익숙해져갔지요. 우리의 다른 보노보노들에게 우리는 성실하게 대답해 줄 의무가 있습니다. 보노보노를 보면서 열심히 생각해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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