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검은 트렌치코트 차림으로 우두망찰 서 있는 아내'

'장모의 목소리는 혼곤했다'

'점점 햇빛이 사위고 있었고'

'손가락 빠는 소리가 어두운 방 가운데 적요했다'

'아내가 돌아오기까지 교교한 집에 있고 싶지 않았고'

'P는 날큰한 턱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내겐 그리 익숙하지 않은 우리말 표현들이었다.


소설의 싯점이 [채식주의자]에선 1인칭인 영혜 남편의 눈으로 보는 아내, 처형, 동서로, [몽고반점]에선 3인칭으로 그와, 아내와, 처제로, 또 [나무 불꽃]에선 3인칭인데 그녀와, 영혜와, 그로 바뀐다.


소설을 읽으면서 좀 놀랐다.
작가 한승원 씨의 딸인 한강이란 작가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전개되는 소설의 내용이 가벼운 주제가 아니었다.
'일상의 삶'과 '예술'이란 뚜렷이 구별되는 두 세계가 있었고,
선한 사람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받는 '고통'과 그 '소리없는 신음'이 깔려 있었다.


사실 우리의 일상이란 한 겹 벗겨내고 보면, 그 모든 '인간적인 약점'과 '세상의 모순'에서 초래되는 불안과 혼돈이 자리잡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운명에 따라 사정 없이 극한까지 치닫는 경우는 그리 많지가 않겠지만...
예술가 또는 작가란, 그런 약점과 모순을 예민한 감각과 예리한 이성으로 찾아내어,
그것을 어떤 미적 형상으로 작품 속에 창조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이 작가는 작품을 발표하기 전에 아버지인 선배 작가에게 먼저 보일까 아닐까 하는 속된 궁금증을 가져 보기도 했다.
기회가 있으면 한강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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