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158
하인리히 뵐 지음, 홍성광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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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하인리히 뵐

이 책 제목을 봤을 때, 처음에 그 시가 생각났다. (왜 그거….옆에 사람들이 체포되었을 때 모른척 했는데, 내가 체포되었다는..)

그러나 그 시와 전혀 무관한 소설이다.

독일 소설. 1948년 화폐 개혁 후에 서독의 대도시인 쾰른에서 벌어진 일을 부부(프레드 보그너, 캐테 보그너) 각자의 관점에서 그린 소설이다.  

프레드 보그너는 벽지공장에서 일하다가 전쟁이 터지자 징집된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뒤 군대에서 배운 전화교환 기술로 성당 전환교환수가 된다. 한달 임금 320마르크. 이게 정확히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부인과 아이 3(클레멘스, 카를라)을 위해 제대로 된 집 한 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하다. 5식구가 위선적인 가톨릭 신자 프랑케 부인 단칸방에서 눈치를 보며 살았는데, 프레드 보그너가, 한 집에 살 수도 없을 만큼 물리적으로 좁기도 하지만, 자신의 폭력성을 주체하지 못하고 집에 나와 떠돌이 생활을 한다. 가난 속의 아이들에게는, ‘절망스럽과 무의미한 겸손이 느껴진다

프레드와 캐테는 가끔씩 숲에서, 공원에서, 모텔에서 만나 짧은 시간 동안 부부관계를 맺는다. 캐테는 남편을 만나면서 설레하지만, 그런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기도 하고 매춘 여성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한다. “난 매춘부가 아니니까요. 난 매춘부들에게 아무런 반감도 없지만, 프레드, 난 매춘부가 아니에요. 난 당신을 만나러 와서 망가진 집의 현관이나 밭에서 당신과 함께 있다가 집에가요. 끔찍해요. 전차에 오를 때마다 당신이 내 손에 5마르크나 10마르크를 쥐어주는 걸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끔찍하다고요. 그런 여자들이 몸을 팔고 얼마나 받는지는 잘 모르지만요

부인과 함께 밤을 보낼 모텔비를 구하기 위해 프레드가 돈을 빌리러 다닌다. 우여곡절 끝에 부인과 모텔에서 지내는데, 부인이 넷째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책의 역자해설에서는, 네번째 아이를 가진 캐테 역시 사회 부적응자라고 보았다. 그 당시 아이를 많이 갖지 말라는 사회적 권유가 있었다고 한다. 여하간, 책의 배경으로 봐서도 네번째 아이는 정말 무책임하고 경솔한 행동의 결과이다결국 부인은 남편과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프레드도 그런 캐테를 보며 헤어져야 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프레드는 부인을 집으로 보내고 다시 성당으로 돌아와 권태와 좌절을 느끼게 하는 성당에서 전화교환수 일을 하다가 부인과 헤어질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신부님에게 집에 가봐야지요라고 말하다. 그렇게 끝난다..

. 프레드가 집에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뭔가 찜찜하다. 복닥거리는 그 집에 돌아가서 뭘 어쩌란 말인가. 캐테와 아이들의 반응은 어떨까? 등등….

그런데 역자해설이 흥미로웠다. ‘뵐은 원래 프레드 보그너의 귀향을 묘사하는 14장을 구사했지만 실제로 쓰지는 않았다. 가난은 사회적 책임이란 사실이 작품에서 분명히 제시되었는데 아내에 대한 사랑을 재발견하고 집에 돌아간다고 해서 사회적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이다백퍼센트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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