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느티나무 > 눈물겨운 너에게

눈물겨운 너에게

 

- 이정하

 

나는 이제 조금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하기로 했습니다.

한꺼번에 사랑하다 그 사랑이 다해 버리기보다,

한꺼번에 그리워하다

그 그리움이 다해 버리기 보다,

조금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해

오래도록 그대를 내 안에 두고 싶습니다.

아껴가며 읽은 책, 아껴가며 듣는 음악처럼

조금씩만 그대를 끄집어내기로 했습니다.

내 유일한 희망이자 기쁨인 그대를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이 없어지고 지워지지만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속에

오래도록 영원히 남아 있길

간절히 원하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제 오후 우리반 ㅅㅇ 이가 넙적하니 포장이 된 것을 끼고 와 내밀었다. 척 봐서도 공책 종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게 뭐니?"

"그냥요. 선생님 드리려고 들고 왔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내가 쓴 일기하고 글하고 합쳐서 만든 거예요. 심심할 때 읽어 보세요."

ㅅㅇ은 쑥스러워하며 한 권밖에 없는 건데 선생님 드린다고 잘 간직해 달라고 했다. 나는 그렇게 귀한 것을 받을 수 없다고 사양했지만 한사코 받으라고 했다.

ㅅ ㅇ은 얼마 전까지 우울증에 시달리던 그 아이다. 처음 2학기 들어서 발병했고 좀 나아지는가했더니 얼마전 극도로 불안해하고 거의 정상같지가 않았었다.  처음 발병했을 때는 우리 모두 곧 나아지겠지했고 어머니께서는 아이를 탁 트인 바다나 산으로 데리고 다니시면서 답답함을 털어내도록 무던히도 애를 쓰셨으며 나는 나대로 아이를 불러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다 좀 나아지는 것같았는데 얼마전 다시 그 상태로 되돌아갔다. 거의 눈은 초점을 잃고 멍했고 아무것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니 나무토막처럼 걸어 다녔다.  기말고사는 교실에 앉아서 시험을 못 치겠다고 해서 양호실에서 혼자 시험을 쳤다. 이때는 나도 더 이상 해 줄 말도 없었고 단지 시간이 좀 걸리는 것같다고 기다려보자고만 했다. 어머니도 더 이상 어찌해야 할 지 몰라 괴로우셔서 울먹울먹 하셨다. 그리고 아이가 자꾸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며 걱정하셨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평상시 자신의 모습과 너무 다르고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절망감이 들면...   

나는 세상에 뜻을 잃은 것같은 아이에게 무어라도 해야 할 것같아 편지를 썼다.  별다른 내용은 없었고 대략 얼마나 두려울지 이해한다고.... 하지만 이겨내려고 노력해야 하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같다.

편지를 보내고 이틀 후쯤  'ㅅㅇ올림'이라는 편지가 왔다. 고맙고 자신도 하루 빨리 돌아오도록 노력하겠다는.

그러고 나서 얼마전부터 ㅅㅇ가 수업시간에 생글생글 웃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많이 안정되어 보이고 눈에 초점이 잡히고 필기를 하며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역역했다.  이제 조금 또 나아진 모양이다.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내 자신이 완벽하게 대처하진 못했지만 나에게 감사하는 편지를 받으면서 내가 그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같아 뿌듯하기도 하다.

다음은 그 아이가 보낸 편지인데 여기 올려 둔다.   

선생님께..
선생님..저 때문에 요즘 걱정 많이 되시죠..?
선생님 멜을 며칠전에 읽었는데,,너무 선생님이 고마워서 저 혼자 컴퓨터 
앞에서 울었어요..그래서 답장도 못 드렸구요, 죄송해요.
선생님, 제가 이렇게 힘들거나 아플때 옆에서 많이 도와주신거..너무 감사
해요..
저도 요즘 많이 노력중이에요.행복해 지려고..
난 아주 강인하고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는데, 이 병은 정말 말
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그런 생각을 점점 줄어들게 하네요..
그래도 웃으려고, 속으론 울고 속상하지만 웃으려고 노력할래요..매일 이
럴 순 없잖아요.
선생님, 저를 이해해주시고 신경 써 주시는거 정말 감사해요..그리고 죄송
하기도 하구요..
저 요즘 이런 제가 정말 싫은데요, 그래도 아주 조금이나마 희망이 있을거
라고 생각할래요..
언젠간 나아지겠죠..정상적으로 할 수 있겠죠..
자신감을 가져라, 힘내라, 할수있다...
저는 제가 바라봐도 너무 소심하고, 예민하고, 욕심도 많고, 가끔 이기적
이고, 조그만 일인데도 내가 할수있는 한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그 최선
을 다하는 방법을 몰라서 이렇게 됬나봐요..
조금씩, 조금씩, 저도 한발짝 물러서서 이런 나를 타일러 봐야겠어요..스
스로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아가야 겠어요.어떻게 해야할 진 모르지만..
선생님 정말 감사하고, 죄송해요..
제가 완전히 다 나으면, 진짜 강한 ㅅㅇ이 되면, 선생님께 꼭 보답할게
요. 무엇이든..
선생님 그럼 내일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피천득   - 인연 중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정말 오랜만에 글을 남긴다. 그동안 거의 신경을 쓰지 못했었다. 이래저래 바쁘기도 하고 마음이 안 나기도 하고...

어제 3학년 기말고사가 끝이 났다. 곧 원서도 쓰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해가 다 끝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고 무언가 조금씩 정리를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우리반 아이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한 해동안 있었던 일들이 마구 스쳐 지나간다. 그러면서 무언가 짠~ 하기도 하고 마음이 조금 아프기도 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더 잘 해 주었어야 했는데... 더 많이 이해해주었어야 했는데..., 더 크게 넉넉히 감싸 안아 주었어야 했는데...

남은 시간동안이라도 잘 해주어야겠다.

사실 참 다사다난했고 나를 많이 힘들게 했었다.  그래서 내 마음을 상처투성이로 만들기도 하고.

하지만 그동안 분명 배운 것도 많았던 것같다.  

정말 사람 사이의 시간과 정이란 것이 무섭긴 무서운가보다. 

이제 우리반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좋아지려하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내소사의 길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너무너무 아름다운 길인 것같다.

언젠가는 가게 될 것같다.

머지않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