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면 나는 서러웠다.

갈 수도, 안 갈 수도 없는 길이었으므로.

돌아가자니 너무 많이 걸어왔고,

계속 가자니 끝이 보이지 않아

너무 막막했다.


허무와 슬픔이라는 장애물,

나는 그것들과 싸우며 길을 간다.

그대라는 이정표,

나는 더듬거리며 길을 간다.

그대여, 너는 왜 저만치 멀리 서 있는가.

왜 손 한 번 따스하게 잡아주지 않는가.

길을 간다는 것은,

확신도 없이 혼자서 길을 간다는 것은

늘 쓸쓸하고도 눈물겨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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