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기르시는 부모님들도 이런 생각들 하실 것이다.
"지금 아이가 하는 말을 믿어도 되나?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 혹시나 아닌데 자신이 믿어서 바보스럽게 여겨질까 걱정하면서 막 캐묻는다.
또는 유도심문처럼 순순히 사실대로 말하게 하려고 ' 거짓말 하지마. 다 알고 있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고 윽박지른다.
또 그러다보면 아이들이 사실대로 '분다'고도 한다. 처음 말들은 변명이고 다 거짓말이었고.
그래... 그래서 진실을 밝혔고 잘못을 집어 내어 그에 맞는 응당의 처분을 내려 줘서 아이에게 잘잘못을 가려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살다보면 꼭 올바르게만 행동하기 힘들 때가 있잖은가?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하기 싫고... 그냥 적당히 눈감아 주었으면 싶을 때 .. (나만 그런가?)
그럴 때 그냥 적당히 물어보고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더 이상 묻지 않고 넘어가 준다면 정말 고마운 생각이 들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꼭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리고 일단은 누군가가 자신을 의심했다는 '결코 유쾌할 수 만은 없는' 기분도 들 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가 자기를 의심의 눈초리로 계속 바라본다면 그 사람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며 그것이 반복되다 보면 아이들은 부정적인 자아개념을 형성할 수도 있다. 나중에는 '그래 , 나 그랬는데... 나 원래 그런데... 어쩔건데?'하는 반감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
너무 과장해서 생각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런 일들이 사람들 관계에선 중요할 수도 있다.
내 자신이 하나하나 캐 묻는 것을 잘못해서, 덮어 놓고 믿는 것을 잘해서 애써 좋게 이야기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오랜 시간 믿음을 보여주어서 원래는 아니었더라도 그 믿음대로 되는 경우도 있는 것같다.
아이를 바른 쪽으로 가도록 만드는 것은 잘잘못을 잘 따져주는 것이 아닌 것같다. 내가 계속 믿어 주고 그래서 진심을 털어 놓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래서 나의 걱정과 염려가 진심으로 받아들여지게 하는 것.. 그것이 아닐까?
옥숙이가 어제 앞날 할머님이 위독하시다며 가봐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사촌 언니라는 사람이 전화해서 할머님께서 너무 위독하셔서 다음날도 옥숙이가 학교를 쉬어야 한다고 했다.
오늘 조례 시간에 당당히 문을 열고 들어온 옥숙이는 결석계를 들고 나에게 왔다. '그래, 할머님은 어떻게 됐니?' 다시 괜찮아지셨는데요.. ' '그래, 다행이다' ' 근데 또 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요.' 너무나 담담히 이야기를 했다.
나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자기 일을 이래 저래 이야기하는 모습이 좋았다. 오랜 시간 지켜보고 부딪혀 이루어진 관계이다. 또 언제 감정이 나빠질지 모르지만 지금은 일단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