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학예제, 모레는 크리스마스 이브로 영화관람... 이벤트가 있는 특별한 날들이다.

반마다 학예제를 위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도록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다. 까만 전지 바탕은 깊은 밤이 되고 밑에 나즈막힌 오려붙인 흰 전지는 눈덮힌 언덕이 되었다. 한쪽은 종이로 접혀진 집과 사람들, 한쪽에선 산타가 루돌프 썰매를 타고 마을로 내려 오고 있다.  밤하늘 위로 신문지 넣은 부직포별이 총총히 박혀 있다. 아래엔 흰 휴지가 말린 빨간 부직포양말들이 걸려있다. 

아이들의 솜씨가 이렇게 좋았구나... 사실 감탄스럽다.  무엇보다 시간 안에 계획을 짜서 각자 역할을  맡아 하나씩 완성해내는 것이 놀라웠다. 학기초 4월 교실게시판을 꾸밀 때 아이들이 얼마나 어설펐었는지... 마감날까지도 완성이 안되어 거의 나 혼자 동동거리며 아홉시까지 교실에 남아 했었는데... 그 사이 아이들이 컸나보다... 대견하기도 하고 조금 뿌듯도 하고, 하지만 한켠엔 아쉬움과 서운함이... 마치 좋은 영화가 끝나갈 때 즐거움과 동시에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처럼...

요즘 우리반 칭찬을 많이 듣는다. 아이들이 참 좋다고... 괜히 내가 으쓱한다. 자식농사를 잘 지은 부모님 마음의 만분의 일이 이렇지 않을까한다.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아이들을 만나서 내가 너무나 운이  좋았다는 생각도 들고.. 정식으로 교단에 발을 들어 놓은 첫해 ,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아이들을 만났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리고 선생님인 나보다도 더 넓은 마음으로 사랑을 해준 아이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어느새 아이들과 내가 서로에게 길들여졌음을 느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