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갈 길이 먼 것 같다.
우리 반에 영은이는 몸이 약해서 결석이 잦다. 3월에는 8일을 결석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진단을 해봐도 위가 조금 좋지 않은 것밖에는 더 심각한 것이 없다. 1학년 때부터 결석이 잦았는데 영은이가 결석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마음이 나약해서인 것이 큰 것 같았다. 조그만 일에 상처를 잘 받고 그러면 어김없이 몸이 아프다고 느끼고 학교를 나오지 않는 것이다. 영은이 어머니를 만나 뵈었을 때 어머니도 우유부단하신 편이라 영은이가 아프다고 하면 강경하게 하시지 못하고 그냥 집에서 쉬라고 하신다.
영은이가 나오지 않을 때 집에 문병을 갔었다. 사실 '그렇게 아프나?'하는 마음으로 갔었는데 앓아 누워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좋지 않은 정도...
이렇게 학교를 들쑥날쑥 다니면 결국 영은이에게 피해가 갈 것이고 적응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무슨 일이 있어도 일단 학교는 나왔다가 정당하게 조퇴를 하고 집에 가라고 했었다.
어제 영은이가 결석을 했다. 좀 나아졌나 싶었는데 또 왜 이러는 걸까 불안해졌다. 어제 하루동안 내 전화기가 배터리가 없어서 꺼져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파서 못 나온다'는 연락도 받지 못했다.
오늘 아침에 영은이가 8시 반 넘어 왔다. 분명히 영은이가 연락도 없이 나오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복도에 불러 세워 놓고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사고결'이라는 말을 함과 동시에 영은이가 쓰러졌다. 영화에서나 봤던 '기절'을 내 눈앞에서 했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내 말과 함께 쓰러졌다는 것이 더 충격이었다. 내 말이 그렇게 가혹한 말이었을까? 일단 아이를 주무르고 체육선생님을 부르러 아이를 보냈다. 아이는 곧 눈을 떴다. 체육선생님이 부축을 하시고 보건실에 데리고 가셨다.
정말 마음이 복잡하다. 내가 정말 점점 반아이들에게 나쁜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아 마음이 괴롭다. 내가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는 걸까? 내가 정말 할 수 없는 일들을 요구하는걸까? 아이들을 위하는 것이 대체 무엇일까?
또 처음에는 당황스러워서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 절묘한 타이밍과 아이의 상태를 볼 때 의도적으로 쓰러진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참 나쁜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상황을 보고 계시던 옆 반 선생님도 내게 와서 똑같은 말씀을 하셔서 혹시 진짜 그런 것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 들었다.
정말 그렇다면 참 무섭다. 아니라면 그런걸 의심하는 내가 참 부끄럽다.
내 자신이 너무나 무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