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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김탁환 지음 / 동방미디어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 김탁환은 이 작품에서 그의 최근작인 <방각본 살인사건>에서처럼 소설에 대해서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서포 김만중, 졸수재 조성기 같은 소설가를 등장시키고 그 작품들이 숙종의 정비였던 인현왕후를 내쫓고 그 자리를 차지한 장희빈에게 때로는 관심과, 때로는 증오를 불러일으킨 것이라 보고 있다. 장희빈이 남해에 유배를 가있는 서포가 역모를 꾀한 증거로 끝까지 찾으려했던 것이 서포의 소설인 '사씨남정기'였다는 것이나, '구운몽'을 통해 서포가 자신이 왕이 되고 싶다는 야망을 표출했다고 보는 것이나 어떻게 보면 무리가 있어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읽고 싶은 소설을 세책가에서 빌려가며 읽고, 때로는 직접 필사까지 하면서 소설을 보던 사람들이 존재하던 그 때, 소설은 매우 큰 의미를 가졌음에 틀림없다. 중세를 허물고 사람들 각자의 인생과 현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도 소설을 통해서라 할 수 있다. 어쨌든 따로 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으로 여겼던 고전 소설들이 현실에 살아 숨쉬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만든 저자의 솜씨가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