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는 역시 아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었다. 도대체 내가 어렸을 때 이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했었나 새삼 궁금해 졌다. 아마 그저 걸리버가 소인국과 대인국에 가서 겪는 일들이 흥미롭게 느껴진 정도였을 것이다.그러나 사실 이 책은 그런 정도의 감상으로 지나칠 만한 책이 아니다. 이 글은 당시의 영국 사회에 대한,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비판이 깔려 있는 책이다. 그래서 책을 읽어나가면서 쓴웃음을 짓게 되는 것이다.풍자와 비판. 쉬운 듯 하지만 매우 어려운 것이다. 유치해지든가, 아니면 너무 작위적이 되든가 하기 쉬운데 이 작품은 매우 흥미로운 상상력을 통해서 그 일을 해내고 있다. 이런 책, 너무 어린 시절에 읽었었다는게 무의미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