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 테마 세계 명작 46 테마 세계 명작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이희곤 옮김 / 두산동아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인간은 누구나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 중 어떤 삶의 모습을 택하냐는 것은 스스로가 결정할 뿐이다. 그 중 악의 모습은 상처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정신적 충격은 상처를 낳고 상처는 기억을 남기고 그 아픈 기억은 미움과 증오를 부른다. 그렇지만 그렇게 찢어지는 상처 역시 자신의 결정에 따라 얼마든지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나는 도덕적 이지라는 두 가지 면에서부터 고찰하여, 인간은 본디 단일의 존재가 아니라 이원적 존재라는 진리에 하루하루 가까워져 갔다. 나의 무서운 파멸은 섣불리 이러한 진리를 터득한 데서부터 시작되었다』―이 사건에 대한 헨리 지킬의 상세한 진술서 中에서

변호사인 애터슨은 하이드라는 정체불명의 기인이 해온 여러 악랄한 행위를 목격하고, 그의 절친한 친구 지킬이 그에게 무언가 위협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그의 존재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마치 악의 화신인 듯 끔찍한 모습과 잔인한 성격의 소유자인 하이드. 그에 반해 선량한 성격에 부드러운 손을 가지고 있는 지킬. 그러나 마지막에 하이드의 정체는 지킬과 동일인물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 모든 것은 지킬 스스로의 고백(그의 수기 중에서)으로 막을 내린다. 지킬 박사는 저명한 의학박사이고, 자선사업으로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있었다. 그렇지만 남에게 덕망 있고 점잖은 모습으로 보여지고 싶은 동시에, 향락성을 억제하기 어려운 성격을 소유하고 있었던 지킬. 그는 인간은 「단일의 존재가 아니라 이원적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두 개의 성격 모두 자기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쪽을 자기 자신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이론을 확립했지만, 이 극단적인 두 성격이 쉴새없이 싸우고 갈등하며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인류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여기고 육체와 성격까지 완전히 선과 악으로 나뉘어 바꿀 수 있는 약을 개발한다.

몸을 갈갈이 찢어 버릴 듯한 지독한 아픔, 뼈가 부서질 것만 같은 아픔, 무서운 구역질, 태어나는 찰나에도 혹은 죽음의 단말마에도 못지 않는 영혼의 공포...... 지킬이 약을 먹고 변화하기 시작했을 때 느꼈다는 이런 고통은, 영혼이 변화하게 되는 '계기'를 상징한다. 선과 악을 오가는 인간의 영혼은 일종의 복합적 수용체로서 한 몸체 안에 녹아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에게는 선으로도 악으로도 구분할 수 없는 복잡하면서도 중간적인 여러 행위들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선에서 악으로, 악에서 선으로 오가기엔 무언가 계기가 필요하다. 그런 모든 계기는 때로는 엄청난 고통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서는 선을 추구하면서도, 잘못된 유혹에 자신을 버리고 결국엔 악에 모든 영혼을 점령당해 버리는, 인간의 나약하고 슬픈 모습을 그리고 있다. 우리 속에 악은 마치 마음속 구석지고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그림자와 같이 잠재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괴물인 hyde는 '숨기다, 감추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hide와 발음이 같다. 그러나 결국 고뇌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에 괴로워하고 후회하며 자신의 목숨을 끊고 그 육체 속에 잠재되어 있는 하이드까지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하는 그, 지킬. 그는 비록 잘못된 생각으로 자신의 삶을 망쳤지만, 모든 것의 시작은 그의 의지였고 하이드가 자신의 모든 것을 점령하기 전에 자신의 의지로 모든 것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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