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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로 하여금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게 바로 이거요.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의 이유죠. 사뮈엘 핀처는 이 부위를 <최후 비밀>이라 명명했소.'
지난 세월 동안, 인간의 뇌는 무한한 발전을 해냈다. 머나먼 고대엔 박치기용으로만 사용했을지 모르는(?) 수많은 회색빛 세포들이 이제는 모든 흐름을 읽어내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은 1차 세계대전보다 훨씬 더 머리싸움을 해야 하는 고도의 정보전으로 바뀌었다. 유전자학은 신의 영역으로 불리던 출생의 흐름까지 뒤엎고 있으며, 21세기 최후에 살아남을 국가는 군사력이 강한 국가가 아니라 두뇌가 뛰어난 국민이 많은 국가다.
해마다 수많은 천재들이 각자의 '강한 동기'를 가지고 컴퓨터에 열정을 쏟아부었다. 인간의 뇌를 보조할 기구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컴퓨터는 '보조 이상'의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인간은 여러 가지 체스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 후로 체스 기사와 컴퓨터 프로그램과의 대결은 인류와 컴퓨터 전체의 대결에 비유되곤 하였다. 만약 컴퓨터가 승리한다면, 그것은 창조주보다 우수한 피조물에게 패배한 것인가? 아니면 그저 인간 잠재능력의 구체적인 발현일 뿐인가? 인간이 컴퓨터에게 지배당하는 날이 과연 올 것인가…?
인간의 뇌는 한마디로 『변수』다. 세계 자체가 이런저런 예상할 수 없는 변수들로 인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왔다. 소설에서는 딥 블루 IV가, 체스계의 변수로 등장해 눈부신 속도로 성장한 저명한 신경 의학자 사뮈엘 핀처에게 숨막히는 접전 끝에 패배의 길을 걷는다. 사실 여기에도 아주 중요한 변수가 있었다. 승리 기념 연설에서 그는 인간의 '동기'에 대해 언급한다. 그리고 그날 밤 찾아온 의문의 죽음. 여기자 뤼크레스와 '과학부의 셜록 홈즈' 이지도르는 그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다가, 인간의 모든 동기의 핵심인 <최후 비밀 L'Ultime Secret>에 접근하게 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자신감과 명확한 동기가 있다면 뇌의 능력(IQ)은 지금보다 훨씬 증가하며, 더 민첩하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승부가 흥미진진한 것은, 승리자가 확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사람들의 인식 속에 거의 확정지어져 있는 경우에조차도 상대방의 사소한 심리적 변화에 의해 예상이 빗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심리적 변화는 자기 암시에 의해 좌우된다. 암시에 민감한 뇌는,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바꾸어놓을 것이다.
우리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가? 인간 모든 역사의 흐름, 그리고 변수 모두가 인간의 동기에 있었다. 그리고 그 동기가 있는 한, 인간은 컴퓨터의 기계적인 사고에, 아니 그 어떤 것에도 결코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