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즈도ㅡ 와트슨도ㅡ 책 속의 어떤 인물이든 캐릭터를 하나하나 따져 보는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그들을 소설이라는 커다란 배경의 부속물이 아니라 하나의 살아있는 인간으로서 생각해보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줄거리나, 그에 대한 감상보다는 캐릭터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려고 한다.홈즈를 만나 볼 때면 가끔씩 실망하게 된다. 억지성일 정도로 너무나 정확히 들어맞는 그의 추리... 그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그의 성격에 대한 것이다. '범죄' 속에는 '인간'이 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인간에 대한 것은 조금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살인사건의 경우 피해자에 대한 깊은 슬픔을 느껴야 정상일 것 같은데... 그는 오히려 기괴한 사건만을 즐기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약을 한다는 것도 내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조금은 놀란 일이었다. 다르게 생각해 보고 나서는 그를 이해하고 호감을 회복할 수 있었지만. 그것은 혐오감보다는, 천재의 비극에 대한 동정이었기에ㅡ 한 때 천재를 무조건적으로 지향한 적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지면서부터이다. 수많은 천재가 비극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지 않았던가. 홈즈의 경우에는 '범죄 사건이라는 중독성이 깊은 또다른 마약'에 대한 금단 증상.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상당히 흥미로운 캐릭터이다. 그렇게 사건 해석에 대해 지나치게 음침해지지 않기 때문에 홈즈가 유쾌하게 느껴지는 것일 거다. 몇몇 추리소설의 사건 서술은 굉장히 끈적끈적하고 불쾌한 느낌을 주고 있기도 하다. 나는 아직도 탐정으로서는 셜록 홈즈를 최고의 명탐정으로 생각하고 있다. 생각하는 것마다 척척(억지성이 있지만) 들어맞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가 이루어내는, 작품의 경쾌하고 산뜻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이다. 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홈즈는 재미있게 읽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아직도 그의 이름은 명탐정의 '대명사'로서 충분하다.(풍부한 인간애가 느껴지면서도 경쾌한 분위기였으면 '개인적으로' 더 좋았을 테지만)그리고 와트슨 같은 서술자는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생각하는데도 불구하고 왠지 부각되지 않는다는 점... 그것도 우연치 않은 계기로 알게 되었다. 그것도 코난 도일이 계산한 하나였을지. 아마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든가, 홈즈가 자신의 일을 직접 서술하는 방식이었다면 별 효과적이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