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이디 Q.E.D 1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Quod Erat Demonstrandum, 큐이디 각각의 단행본 뒷표지에 선명이 새겨져 있는 글자, Q. E. D는 이것의 약자이다. 바로 라틴어로 '이상이 증명되어야 할 내용이었다, 증명 끝'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말. 추리와 연관있는 단어긴 해도 라틴어가 나오다니, 이쯤 되면 이 책이 상당히 지식적인 부분을 전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역을 M.I.T에서 수학을 전공한 천재소년 토마가 맡는다. 그에게 사건은 수학에서의 사칙연산만큼이나 간단하게 풀이할 수 있는 것.

오히려 그가 어려워 하는 것은 인간의 풍부한 감정에 대한 접근이다. 게다가 어딘가 상당히 어두운 과거가 있어보이는 토마.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천재소년의 일대기가 아니다. 사건이 있고, 그것을 해결해주는 해결자가 있고, 작품의 분위기를 좀 더 다른 방향으로 표현해주는 역할자가 있다. 그것은 여주인공인 가나. 침착, 냉정, 논리적인 토마에 비해 가나는 운동신경이 좋은 활발하고 정의감 넘치는 소녀이다. 이것은 작품의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서로의 단점을 여러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훌륭한 것이다. 마치 홈즈와 와트슨의 관계처럼.

사람과의 만남은 우리의 일생에 큰 영향을 미치며, 특정한 경우 자신의 영혼을 완전히 새롭게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어떤 한정된 존재가 아니다. 아마 토마가 가나와 만난 것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그렇다면 성격이 정반대인 토마와 가나가 사이좋게 어울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에서 말하는 shadow 현상(겉으로 보이는 성격 외에 깊은 내면 속에 또 다른 면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이론)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토마는 어떻게 보면 유별난 존재이다. 천재이기에 갈등했고, 사람들에게 자신들과는 다른 존재로 오해받았다. 그러나 가나의 단순한 성격은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고 잘 해줬으며, 토마 역시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가나를 좋아한다.

지금까지 추리적인 부분보다는 인물의 특성에 대해 더 자세히 쓴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이것이 추리물로서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타 추리물과는 달리 다양한 사건과 소재로 신선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 것은 추리물이 아니라 일반 만화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작품성이 있기 때문이다(이것은 다른 분이 말씀해 주셨는데 공감하게 되어 이렇게 쓴다). 적어도 QED에서는 가끔씩 추리물에서 (개인적으로) 느껴지는 어둡고 끈적끈적한 퇴폐적인 느낌을 단 한 번도 느낀 적이 없다. 그림체도 조금 단순하지만 나름대로 매력적이고 말이다. 특히 어둡지 않은, 조금은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QED의 분위기를 다시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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