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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ㅣ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4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0년 11월
평점 :
절판
'아플수록 성숙해진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은 어쩌면 성숙할수록 아픔을 많이 겪었던 것이고 또 그것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게 된 상태가 성숙이라는 말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나오는 제제란 소년은 상당히 짓궃고 어린애 같은 상쾌한 면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때때로 상당히 어른스러운 사고방식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기에 뽀르뚜가와 나이차를 뛰어넘은 우정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고, 심한 장난 때문에 자주 매를 맞아야만 했던 제제의 성장에는 뽀르뚜가의 죽음이라는 아픔도 있었다. 청소년기 즈음에는 굉장히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은 상당히 큰 충격과 스트레스라고 들었다.
그러나 충격과 스트레스가 꼭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극단적인 것일지라도 이 세상에 꼭 필요한 긍정적인 면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도 있다. 가슴 아픈 감정들은 때로 우리를 정신적으로 더 크게 성장하게 하기도 한다. '쇠는 두드릴수록 강해진다'라고 하지 않던가. 그리고 자신이 힘들고 괴로웠기에 타인의 아픔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이 비록 자신이 겪고 있던 것과 전혀 다른 속성의 것이라 해도.
살아가면서 더욱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인생의 본질은 과연 기쁨일까 슬픔일까 하는 것 말이다. 적어도 내가 본 책속의 인물이나 사람 중에서는 인생의 본질이 기쁨이라고 말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본질이 고통이라고 얘기한 사람의 기억이 더 많을뿐. 과연 삶의 본질은 고통인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끝부분에서 어른으로 성장한 제제가 하늘로 간 뽀르뚜가에게 '인생은 기쁜 것도 슬픈 것도 아니고 마치 낙엽처럼 조촐한 것이라고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인생의 본질이란 것은 모든 삶에 걸쳐서 절대적인 진리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다른 것이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두 사람이 각각 신력을 가지고 있다는 노인을 찾아가 '인생의 본질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래서 노인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한 사람은 비극적인 예를 들어 말했고, 다른 한 사람은 행복한 예를 들어 말했다. 중요한 것은, 그 노인이 두 사람에게 한 대답이 같았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생의 본질입니다'라고.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성숙해야만 하고 저절로 그렇게 되는 인간의 운명. 그 과정에서는 수많은 아픔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생에 수많은 고통이 있는 이유는 인생이 고통 그 자체라서가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빛을 찾고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강해지기 위해서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