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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Jekyll and Mr Hyde (Paperback) - Oxford Bookworms Library 4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 Oxford(옥스포드)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지킬이라는 저명한 박사가 약을 먹고 나서 하이드라는 또 다른 인격체로 변한다, 생각하보면 참 황당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런 다소 환상적인 줄거리가 오히려 인간의 여러 면들을 다소 완곡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적이고 세세하게 표현하면 인간의 이중성은 정말 끔찍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인간은 단원적 존재가 아니라 이원적 존재라는 말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말이 100%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간은 이원적 존재라기보다는 오히려 다원적 존재라고 하는 것이 훨씬 정확한 말일 것이다. 한 명이라는 '단위'로 나뉘어져 있는 각각의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사실은 한 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그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원래 인간이 가지고 있는 면이란 크게 나눠서 선과 악, 이 두 가지이다. 그러나 복잡한 현대에 와서는 같은 선과 악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각도로 나눌 수가 있다. 그런 여러 가지 면들이 하나의 존재에 녹아들어서 마치 여러 가지가 섞인 하나의 복합체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복합체가 화합물이 아닌 혼합물일 경우에는 어떨까. 인격이 서로 섞이게 되지만 인격끼리 결코 서로 타협하지 않고 나침반의 N극과 S극처럼 항상 가까이 붙어 있지만 영원히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 결코 만날 수 없이 되어버린다면, 두 존재 사이를 왕복하게 되는 '자아'는 어떠한 갈등을 겪게 되는 걸까.
그 의문에 조금은 답해 주는 것이 바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이다. 마지막 부분에 나와 있는 지킬 박사의 수기에서는 박사 자신의 경험으로 인한 갈등이 생생히 표현되어 있다. 주변의 인식에 의해, 필요에 의해 처음엔 드러나지 않았던 지킬의 욕망. 그리고 선한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던 원래의 지킬. 그러나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타인에게 드러내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은 순간부터 지킬의 본성은 하이드로 향한다ㅡ 이것을 보면 어쩌면 인격이란 것은 지킬 필요가 없다고 방임해두고 멋대로 악한 면을 드러내는 것을 습관화시켰을 때 더욱 망가지는 것 같다. 빛을 가지고 있기에 어둠도 가지고 있는 것이 인간이지만, 어둠을 누르고 더욱더 빛을 향해 가려는 의지를 가진다면 스스로의 원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중인격'이란 것이 있다. 대부분 치명적인 심리적 타격에 의해 생긴 것으로서 신기하게도 한 육체 속에 녹아 있으면서도 각자의 인격으로 변했을 때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전혀 다른 사람들의 모임이다. 어딘지 무섭고 섬뜩하기도 하고, 신비하기도 하다. 아마 좋지 않은 기억을 수용하기 위한 스스로의 반응으로 추측된다. 조금은 다르겠지만, 지킬이 커져가는 욕망을 수용하기 위해 택한 것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인격의 변화가 아니었을까. 만약 지킬 그대로의 인격이었다면 자신의 타락한 모습을 더욱 감당하기 힘들었을 테니.
사람의 가치는 외모 자체보다는 인격에 의해 결정된다. 외모가 아무리 멋져도 인격이 추하다면 그 사람의 아름다운 외모는 매력적이면서도 어딘지 빈 껍데기 같은 허무함을 지닐 수밖에 없다. 반면 외모는 볼품 없더라도 자신감과 당당함, 그리고 빛을 향한 갈망을 가진 사람은 똑같은 외모를 지녔을 때도 왜 그렇게 달라 보이던지. 그래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루는 요소 중에서 더욱 복잡하고도 중요한 것은 바로 인격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