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한국 -하 :산하와 풍물 - 사진으로 보는
손경석 외 / 서문당 / 198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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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초월해서 가는 여행도 동경하지만, 과거를 거슬러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가능한 일인데, 실제로는 있을 수 없다는 현실. 그나마 근대 한국을 사진으로 볼 수 있는 책을 만날 수 있어서 대리 만족을 실컷 할 수 있었다.


상권에 이어 8장부터 13장까지 구성되어 있다. 이 안에서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곳은 강원도뿐이다. 황해도, 평안남도, 평안북도, 함경남도, 함경북도를 싣고 있기 때문이다. 1910년 한국 전도부터 시작해서 평양시가도, 그리고 각 도의 풍경이 펼쳐진다. 사진은 일일이 설명이 다 붙어 있어서 하나의 다큐멘터리, 역사물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설명이 없다면 무엇을 중심으로 보아야 하는지 참 막연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무척 다행이고 또 재미나게 볼 수 있었다. 권말에는 1876-1945 동안 관계 연표를 싣고 있다. 사진수록 일람표도 있어서 관심 있는 지역의 풍경이나 사물을 바로 찾을 수가 있다.


거리 모습은 부산근대역사관에서 재현되어 있는 풍경, 그곳에 있던 사진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일본인들이 와서 시장을 차지하고 일본식으로 지었던 것, 일본인들을 위해 일본식 병원, 학교, 호텔 등을 지었던 것은 지역을 불문하고 같기 때문일 것이다. 이민정책으로 자신의 고향 경북을 불가피하게 떠나 강원도로 이주해서 노동의 삶을 살았던 이들의 사진은 무척 안타까워 보였다. 평양 철도 위에서 사람이 끄는 인차철도가 있는 것은 무척 생소했다.


지금은 어떻게 변화되어 있을지 비교해보는 것도 무척 흥미로울 것 같다. 여유가 된다면 우선 갈 수 있는 강원도 지역만이라도 말이다. 100년간 확연하게 달라진 것도 참 놀랍다. 근대소설을 읽을 때 옆에 끼고 읽으면 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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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귀 기울여
이문정 외 지음 / 은은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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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하게 하루를 보내는 날이 많다. 눈을 뜨자마자 황급히 손이 가는 곳은 시간을 알 수 있는 핸드폰. 어쩌다 늦잠이라도 잔 날이면 부리나케 집을 나서기가 바쁘다. 일은 항상 ‘밀물’만 있는 것인지, 끝내고 나면 또 다른 일이 밀려와 숨을 죄기도 한다. 그렇게 해가 지고 하루가 저문다. 집에 오면 또 무언가를 보느라 내 ‘생각’이 존재할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어쩌다 일기장을 들춰보면 그 사이 한 두 달이 훌쩍 지나가 있다. 여백만이 휑하다.

 

생각해보면 이런 생활은 십대 때도 그랬다. 당장 직면한 상황 안에서 분주하게 살아가기가 바빴을 뿐, 내가 처한 환경을 생각해보거나 나 자신을 돌아보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이런 습관은 사실 지금도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십대 때 나 자신을 만날 수 있다면 들려주고 싶다. 수능 시험이 끝나고 해마다 어김없이 들려오는 소식은 전국 이곳저곳에서 자살한 수험생들의 이야기다. 사실 돌아보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시점보다, 대학 졸업을 앞둔 시점이 더 힘들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사실 그 때보다도 오늘이 더 힘겨운 것 같은데. 그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나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가 아닌가 싶다.

 

키가 자랄 때 성장통을 겪듯이 어엿한 어른이 되기 위해 겪게 되는 성장통. 꿈이 있어 좌절을 겪고, 또는 나만의 꿈을 찾기 위해 좌절을 맛보고 힘들어 하는 나와 우리 손에 쥐어주고 싶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은은북스 제2회 공모전 입상작 7편을 묶은 것으로, 7명의 작가가 쓴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멍 때렸던 과거처럼(아니 사실 나는 지금도) 그런 삶을 살았고 아쉬워하며 들려주는 작가의 이야기, 7년 동안 1,000여권의 책을 읽고 ‘독서’의 힘을 몸소 체험한 이야기, 조금 더 일찍 진로에 대해 고민하였으면 하는 고등학교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 농촌 마을 입성기, 직장인에서 동화작가로 전직한 이야기 등 다양한 삶과 이야기가 있다. 나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당당하고 자신 있는 삶을 꿈꾸는 10~30대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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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숲에서 하나님을 만나다
원종국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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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민속박물관에 전시된 전시품 중 아들이 태어나면 방에 걸었다던 족자가 기억에 남는다. 잉어 그림이었는데 이는 잉어가 황하 상류의 룽먼(龍門)의 거센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용이 된다는 중국의 등용문(登龍門)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래프팅을 탔을 때 안내해주시는 분에게서 듣기도 했고 직접 타보며 경험해보기도 했지만 물살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 강뿐이겠는가? 시대의 물살을 거스른다는 것 역시 어지간한 사람으로는 힘든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럴수록 그 시대의 정의롭지 못한 것이나 부조리함을 알고 눈을 감지 않고, 맞서서 불꽃같이 살았던 사람들이 더욱 빛나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 한권으로 기독교사에서 꼽히는 위인들 30명을 접할 수 있다. 그 중에는 학창시절 세계사에서 들어본 이름도 있고, 처음 보는 낯선 이름도 있다. 다양한 삶과 이야기 뿐 아니라 그들이 남기고 간 명언까지 덧붙여 있다. 글만 빼곡히 들어차 있다면, 만들어진 이야기인지 정말 실존했던 인물인지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각 인물 사진, 집, 고향의 전경, 저서 등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함께 싣고 있어 책 안에서만 아니라 실제 살았던 인물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위인이라고 하지만 이들의 어린 시절은 그다지 다를 바가 없었다. 나쁜 짓만 골라 하기도 하고, 방탕한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도 많다. 하지만 공통된 것은 회심 이후, ‘성경’을 늘 가까이 두고 묵상하며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위대한 설교자 조지 휫필드, 노예 무역상에서 복음주의 지도자가 된 뉴턴, 오만 번 이상 기도 응답을 받은 조지 뮬러 등 어디에도 ‘성경’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한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시점일수록 더더욱 시련 속에 굴복하지 않고 말씀과 믿음으로 살았던 인물들을 기억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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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바이블 쉬운말성경 : 나무 - 장석호 - 구약성경 1 아트바이블 쉬운말성경
Art_Actor (크리스마스 예술가) 지음 / 성서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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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무척 오랜만에 성경을 펼쳐보았다. 평소에는 잘 울리지 않는 전화인데, 마침 친구에게서 전화가 와서는 뭐하고 있냐는 질문을 한다. 성경을 읽고 있다고 했더니, 자신도 추천도서 중에 성경이 있는 것을 보고 이전에 읽어보려고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누구는 누구를 낳고 누구는 누구를 낳고 하는 장면을 보고 질려서 손을 놓았다고 한다.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꼭 그 장면을 맨 처음 봐서가 아닐 것이다.


보통의 성경은 읽다보면 단어 뜻을 몰라서 막힐 때가 더러 있다. 그래서 몇 년 전 성경 개정작업을 한 것도 하나의 발전이지 않나 싶다. 개인적으로도 궁리 끝에 성경낱말사전을 사서 참고로 하기도 하고, 현대어성경을 사서(10여 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같이 읽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책 한 권을 읽으면서 다른 책을 참고한다는 것은 좀 성가신 일이기도 하다. 쉬운말 성경은 편안하게 죽 읽어나갈 수 있어 좋았다. 대신 쉽게 풀어 쓰다 보니 분량이 늘어나는 부분은 있을 터이다. 한 권안에 다 묶은 것이 아니고 구약1,2,신약 이렇게 총 3권으로 나뉜 것을 봐도 그렇다.


또 하나의 장점은 글자 크기가 큼직큼직하다는 것이다. 아직 젊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크게 느껴지는 것이 시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작은 글씨를 읽을 때면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는데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 이 또한 큰 장점이다.


성경이름에 아트(ART)라는 글자가 붙어 있어서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젊은 아티스트들이 그린 그림을 표지와 속지에 넣어두었다. 흑백 글만 빽빽하게 있는 책은 뭔가 지루한 느낌을 먼저 주기 마련인데, 표지는 물론 속지에 컬러 그림이 있어서 그림 보는 맛에도 자주 들춰보게 될 것 같다.


보통의 성경이 어렵다고 느껴지거나, 성경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지만 읽기를 원하거나 또는 소중한 이들에게 선물하기를 원한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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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본어 없습니다
최은준 지음 / 넥서스Japanese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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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공부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때가 언제인가 혼자 생각해보았다. 낯선 소리의 조합이 뚜렷한 의미를 가지고 내게 다가올 때, 그 소리의 울림이 아름답고 신선하게 느껴질 때, 이렇게 말하면 될 줄 알았는데 전혀 뜻이 통하지 않는다거나 생각지도 못한 다른 뜻을 품고 있을 때. 즐겁기도 하지만 난처할 때도 있다.

 

“저기요, 남대문이 열렸는데요.”

이런 경우 일본어로는 ‘사회의 창문이 열려있다’고 한다고 한다.

 

‘파리 날리다’는 ‘뻐꾸기가 운다’(뻐꾸기 울음소리가 서글프기 때문에), ‘장롱면허’는 ‘종이 드라이버’. 이 정도는 그나마 괜찮다.

 

일본어로 매일 저녁 운동하는 ‘헬스’, 화장품인 ‘스킨’을 외래어인줄 알고 그대로 발음했다가는 이런 낭패를 맛볼 수 있었다. ‘헬스’는 풍속(風俗)산업 중 하나로 남성들이 가는 곳, ‘스킨’은 피부를 뜻하기도 하고 ‘콘돔’을 의미하기도 했다. 자연스러운 일본어로 바꾼다면, ‘헬스’는 ‘핏트네스센타’,‘지무’, ‘스킨’은 ‘케쇼스이(化粧水)’였다.

 

하나하나 읽으면서 그동안 잊고 있던 실수한 경험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하면 할수록 끝이 안보이고 고지가 도망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역시 외국어를 공부하는 묘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제목이 엉뚱하면서도 도발적이고 재미있다. 그런 일본어 없습니다. 자연스러운 일본어, 실제 사용하는 일본어에 다가가는데 다리를 놓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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