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책을 통해 마주한 수많은 사람들, 그들과의 만남은 표지에 적혀 있듯이 ‘존재하지 않는 타인에게 위로받는 시간’이었다.
‘아는 것’과
‘본 것’이
삶을 크게 뒤바꿀 정도로 큰 위력이 있었던 이언 매큐언의
『속죄』,
익명성 속에서 홀로 누리던 고요한 자유에 던져진 돌 하나의 파장과 허무한 인생을 그린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비둘기』,
부부라는 이름의 낯선 타인을 그린 줌파 라히리의 『일시적인
문제』, 마누라의 죽음 앞에서도 이해득실만을 계산하였던
구두쇠 이야기를 그린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의 『로실드의 바이올린』
등 국내외 작품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에게서 나의 모습,
또는 우리 주변 사람들이 오버랩되었다.
총 34작품을 이 책 한권으로 만날 수
있었다. 난해해 보이는 작품도 저자의 설명을 보면 모두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였다. 소개된 작품 중 끌리는 게 있다면 직접 찾아 읽어볼 수 있으니 마치 작품과 우리를 엮어주는 중매쟁이 역할도
하는 듯하다. 내가 껴안고 있는 슬픔이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다는 걸 발견하는
시간이 될런지도 모른다.
사색하기 좋은
가을, 여유 있게 좋은 작품들과 마주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